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인생을 걸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남기고 싶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것은 위대한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고, 과학적 발견이나 사회적 업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인생은 누구나 인정하는 위대한 업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특히 지금같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저 아무 탈없이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 문제다. 그러고 보면 자신에게 성실하고 하늘을 향해 한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만든다는 건 그 어떤 업적보다도 어려운 일이다.굴지의 배급사로 명성높은 시네마서비스가 본격적인 영화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내세운 첫번째 야심작 <불후의 명작 designtimesp=20487>. 최고의 걸작을 꿈꾸는 삼류 영화 감독과 자서전 대필 작가의 소박한 동화다. 에로영화 전문감독 인기(박중훈)는누구나 인정하는 불후의 명작 한편 만들기를 꿈꾼다. 선배 영화 감독의 소개로 자서전 대필 작가인 여경(송윤아)을 만나 본격적인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한다. 서커스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인기는 인생의 소박한 기쁨을 즐길 줄 아는 여경에게 사랑을 느끼고 여경 역시 인기의 순수함에 이끌린다. 피에로와 서커스 단장의 딸이 펼치는 애절한 사랑이 완성되면서 인기와 여경의 감정도 사랑으로 발전되어가는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이 꿈꾸는 불후의 명작은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불후의 명작 designtimesp=20490>을 꿈꾸는 인기와 여경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들은 삼겹살과 소주의 매력을 알고, 미래소년 코난과 플란더스의 개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릴 줄 안다. 비록 꿈꾸던 불후의 명작은 그들의 손을 떠나가지만, 인생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은 누추할지언정 희망을 가진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걸작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하지만 이러한 소박한 진리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리 영화는 자신을 불후의 명작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약간은 어눌한 매력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박중훈의 연기는 마치 <투 캅스 designtimesp=20497>를 다시 보고 있는 느낌이고, 송윤아의 캐릭터 역시 생동감이 결여된 캔디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조연들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강박관념에 시달린 채 이야기의 방향을 상실한 감독의 우유부단함이다. 멜로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난 형식의 시도나, 서커스 장면에서 보이는 마술적인 상상은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정박할 대륙을 찾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전체에 녹아들지 못한 발랄한 잔재주들 덕분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소박함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아마도 <불후의 명작 designtimesp=20498>은 소박한 이야기를 진실하게 전달하는 영화야말로 가장 거창한 기획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