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가 실시되면 환율변동폭이 확대돼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못할 경우 외화 운용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현재 정책당국의 계획대로라면 2001년 1월부터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이 실시된다. 99년4월부터 추진된 ‘제1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개인들의 외환거래가 원칙적으로 자유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자금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이 실시되면 국내 거주자들은 해외예금과 해외증권 투자가 자유로워진다. 해외부동산 투자도 원칙적으로 사전에 아무런 제한이 없이 허용된다.현시점에서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이 실시될 경우 개인들의 외화거래와 관련된 삶이 윤택해지면서 기업들은 각종 외환거래 비용이 낮아져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정책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외환시장 자체적으로도 중층적(中層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정책당국이 기대하는 이런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되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민들 사이에는 국부유출이 의외로 많을 것이라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우선 국내 거주자들의 재산을 묶어둘 만한 유인이 거의 없다. 2000년에 9%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는 성장률이 2001년에는 5%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음에 따라 믿고 맡겨둘 수 있는 금융기관이 제한돼 있다. 주식, 부동산, 채권시장도 침체국면이 지속돼 적당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다.반면 최근 들어서 금융시장에서는 국가간 자금흐름구조에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시아에 유입된 자금이 이탈돼 미국의 국채시장을 중심으로 유입되는 현상이다. 동시에 정크본드, 벌처펀드, 밸류펀드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도 선호되고 있다. 그 결과 대만, 동남아,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개도국 통화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아시아 지역에서는 자금이탈과 제2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경제상황 불안정, 국부유출 우려우리만 하더라도 금년 들어 8월까지 1백19억7천만달러가 순유입됐던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9월 이후부터는 순유출로 반전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이루어진 유출규모를 감안해 볼 때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정책당국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자금유출 현상은 대만, 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 반도체 가격의 폭락과 같은 특수한 요인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이탈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여건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그렇다면 정책당국이 이렇게 낙관할 만큼 자금이탈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일단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보면 거래소의 93% 정도가 주가시세차익을 노리는 포트폴리오 성격이 강하다. 규모면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30%에 달해 미국 7%, 독일 10%에 비해 훨씬 높다.문제는 이런 자금이 대부분 최근에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기금투자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이 자금들은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리는 투기성이 강한 데다 자신을 믿고 투자한 고객과의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최근 들어 세계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이들 기금들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럴 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투자손실원금을 보전하라는 ‘최후의 통첩(Margin Call)’이 발생한다. 기금운영자들은 이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여타 지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관례다. 아시아 지역의 자금이탈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되는 현상이다.더욱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 발생 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해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본들의 활동이 다시 재개되고 있다. 한때 해지펀드수 1천5백여개, 펀드원금 규모가 1천5백억달러로 위축됐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각각 3천여개, 3천억 달러로 2배로 증대되고 있다.이런 대내외적인 상황에서 내국인의 국부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성 자금(혹은 유동자금)이 적어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2001년1월에 계획된 예금부분보장제와 금융종합과세가 함께 실시될 경우 소위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의외로 많은 규모의 대기성 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물론 정책당국에서는 나름대로 보완책을 강구해 놓고 있다. 아마도 외환거래와 관련해 지금까지 거론됐던 모든 보완책을 마련해 놓은 듯하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보완책이라는 것은 우리 경제가 정상적일 때에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국부유출이 시작되면 보완장치의 효과는 크게 제한된다.2001년부터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가 실시되면 기업을 중심으로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환율변동폭이 확대되고 환율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못할 경우 외화운용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외환자유화 추진 이후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상당한 구조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환율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수급이 불안정했던 기간을 제외한 외환위기 전후의 환율변동폭을 비교해 보면 위기 이전에는 환율변동폭이 0.09%에 불과했으나 위기 이후에는 0.28%로 3배 이상 확대됐다.환율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에 이중부담이 되고 있다. 전일에 환율이 1% 상승했을 경우 다음날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0.32%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0.19%로 떨어졌다. 그만큼 과거의 환율자료로는 환율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이처럼 외환자유화 추진 이후 구조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여건에 따라 유출입이 심한 자본거래가 외화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자본거래에 따른 외화유출입 규모가 경상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60∼70%에 달하고 있다. 특히 주식, 채권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비중이 전체 외환거래의 25%에 달하고 있다.반면 외환당국은 빈번한 외환거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상승할 때 외화를 매도하고 환율이 하락할 때 외화를 매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원화 환율이 1% 상승할 때 외환보유고가 1.36% 감소했으나 외환위기 이전에는 0.64% 감소하는데 그쳤다.결국 대규모 자본유출입에 대해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적절하게 중화(Sterilization)시키지 못함에 따라 환율변동폭이 확대되고 환율예측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구조변화 가속화 … 환율변동폭 더 커져더욱이 2001년부터 제2단계 외환자유화 계획이 실시될 경우 이러한 구조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외환자유화를 실시한 국가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개인들의 외환거래까지 자유화될 경우 환율변동폭이 이전에 비해 약 2배 정도 확대되고 환율예측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국내기업들의 환위험 관리실태를 보면 대기업의 경우 외환관리를 한곳에 집중시켜 관리하는 사내 선물환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수출보험공사에서 제공하는 환율변동보험제를 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환율변동에 노출된 상태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이럴 때일수록 시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지금까지 강구해온 장치의 실효성을 점검해 놓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국내 거주자의 자금이 외자이탈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동시에 정책당국은 외환자유화 추진 이후 나타나고 있는 구조변화에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이제 기업들도 외환자유화 추진 이후 전반적인 외화운용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외화운용 전담부서와 외화전문 인력을 양성해 정확한 환율예측을 토대로 외화운영의 여지를 넓혀가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환율전문 컨설팅 회사나 외환전문가와 네트워크 체제를 강화해 수시로 자문을 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