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800P대 등락 예상 … 미국 경기·국내 구조조정 성공 여부가 최대 변수

“올해는 종합주가지수가 1200~13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다.” 연초에 증권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장미빛 주가 전망을 한 적이 89년과 2000년 두번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측은 두번 다 크게 빗나갔다. 89년에는 경제성장률은 높았지만 원화절상과 임금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와 물가상승으로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896포인트에서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1028포인트로 시작한 작년에는 연초의 흥분과는 대조적으로 1년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경제는 변화무쌍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연초의 주가 전망은 당시의 분위기를 타기 마련이다. 경기가 좋고 증시도 활황세를 보일 때면 낙관적인 전망이 득세하게 된다. 반대로 경제가 침체국면에 있을 때면 비관적인 전망이나 조심스러운 낙관이 주를 이룬다. 경제와 증시 모두 침체돼 있는 현재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새해 주가 전망은 대체로 ‘조심스런 낙관’이 주를 이루고 있다.반도체 경기 회복시기도 변수새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경기와 국내 구조조정 성공 여부다. 우선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여 미국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여야 외국인들의 한국주식 매수가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의 3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또한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 경제가 순조로운 성장이 계속돼야 세계 경제가 순항을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수출도 호조를 보일 수 있다. 다행히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아 연방준비은행은 점차 금리를 내려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과거 10년간의 장기호황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생산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임금상승률이 낮아 경기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이다. 경기회복을 다소 늦추더라도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투자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마무리한다면 신용경색이 풀릴 것이고 시중 여유자금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면 새해에도 불안심리가 지속돼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 역시 한국의 구조조정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반도체 경기가 언제쯤부터 회복될 것인가도 관건이다. 현재의 컨센서스는 2/4분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기대를 해볼 만하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기회복이 빠르고 큰폭으로 진행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가 상승한다면 전체 주식시장 회복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주가는 경기에 6개월 정도 선행하는 특징이 있어 현재의 경기악화는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 8월이 경기정점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앞서 거래소 주가는 1월에, 코스닥 주가는 3월에 정점을 형성했다. 경기정점에 앞서 주가가 하락했듯이, 앞으로 경기의 저점이 온다면 주가는 이보다 앞서 상승세로 반전될 것이다. 2001년 중반쯤에 경기가 최악에 이른다면 주가는 이보다 앞서 2/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새해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450~800포인트 범위에서 움직이되 하반기로 갈수록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