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이자 물류기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까지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인천국제공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공항건설에 6조7천여억원이 투입됐다. 이중 36.9%인 2조5천여억원이 정부 출자분이고 나머지는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이다. 문제는 미상환 차입금(3조2천3백94억원)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해마다 갚아야 할 이자도 엄청나다는 것이다.개항 첫해인 2001년에만 4천1백여억원이 이자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제반 공항운영 비용으로 8천여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그러나 2001년 예상 영업이익은 항공기 이착륙비 등 항공수입과 면세점 운영 등 비항공 수입을 합해도 5천3백여억원에 불과하다. 이 예상수입마저 공항 이착륙비 비용을 김포공항보다 1백% 올려 받았을 경우의 얘기다. 그런데 현재 논의중인 공항이용료는 항공사의 반발과 부담을 고려해 3년에 걸쳐 김포공항보다 46%까지 더 올려 받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벌어서 빚만 갚기도 빠듯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공항공사측은 공공자금과 채권등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금융권 차입금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신공항에 돈을 빌려 줄만한 금융기관이 얼마나 있을까도 문제지만, 빌린 돈을 빌린 돈으로 갚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관계자들은 현재의 신공항 시설만으로는 5~6년 이내에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장 내년부터라도 제 3활주로를 비롯한 2단계 공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만한 돈이 있겠느냐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2, 3단계 공사가 자금부족으로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신공항이 꿈꾸고 있는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의 비전은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신공항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공항공사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이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는 방안은 정부의 출자지분 확대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은 한 국가의 대표적 SOC(사회간접자본) 시설인 만큼, 세계의 어느 공항도 정부투자지분이 40%에 불과한 곳은 없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대부분 1백% 정부가 출자하거나, 심지어 비슷하게 민자유치로 공항을 건립한 일본 간사이조차 정부출자분이 약 60%에 이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항공사 측은 “정부가 전체 투자비의 60% 정도만 지원해 준다면 재정문제로 인한 최악의 위기는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정부 출자분 너무 낮다” 지적도신공항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교통개발연구원 허종박사(경제학), 세종대 김홍범 교수(관광경영학) 등 전문가들도 정부의 출자분이 너무 낮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선 공항공사가 외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 만큼, 정부가 지불보증을 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들이 사실상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신공항의 운영문제다. 허종박사는 “신공항은 일단 규모나 시설면에서 동북아의 관문이자 허브공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인프라는 갖추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냥 ‘크기만 한 공항’으로 남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정부가 재정문제 해결을 빌미로 신공항 운영에 깊이 관여할 경우 또 하나의 ‘관치공항’이 탄생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소수의견이 바로 일종의 공항지주회사를 설립해 국내 모든 공항의 자산 및 부채를 관리하도록 하고, 개별공항의 운영은 전문업체에 맡기는 방안이다. 즉, 공항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되, 소유업체를 공사성격의 지주회사로 만들어 전국의 모든 공항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인천국제공항은 재정문제 해결과 정부로부터 독립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자금부족으로 후속공사가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의 비전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신공항의 운영과 관련해 지적되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공항공사의 마케팅 능력이다. 세종대 김홍범 교수는 “주요 경쟁대상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홍콩 첵렉콕 공항이 모두 우수한 마케팅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의 성패 또한 마케팅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마케팅 능력면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마케팅을 얼마나 공공성과 조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입장이다.이런 의문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뇌부가 교통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강동석 사장을 비롯해 이필원 부사장(건교부 수송심의관 출신), 이상호 건설관리본부장(해운항만청 출신) 등 마케팅 경험이 없는 정부출신 인사들이라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관계자들은 또한 마케팅을 너무 강조할 경우 공항의 공공성을 무시한 지나친 상업화로 서비스 부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인천신공항의 경우 취약한 재정구조로 인해 상업화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세종대 김교수는 “공항은 한 국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미지를 드러내는 곳인 만큼 공항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로고와 CI 및 포지셔닝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객입장에서 본 문제점가까이 하기엔 ‘너무 비싼’ 신공항인천과 신공항을 잇는 연육교.규모나 시설면에서 세계적 공항과 경쟁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있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이용료가 비싸다면 해당공항은 주 이용객인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인천국제공항은 일단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신공항을 잇는 유일한 고속도로의 톨게이트 비용이 편도 6천1백원으로 지나치게 비싸고 아직 대중 교통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이용자 입장에서 본 가장 큰 문제다.서울 도심인 시청앞에서 영종도 신공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50분 정도. 물론 교통사정이 아주 좋을 때의 얘기다. 그런데도 택시비로 따지면 편도 4만~5만원이 나온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기름값에 톨게이트 비용을 합하면 거의 비슷한 금액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집이 수유리나 상계동이라면 편도 8만여원은 잡아야 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게다가 신공항이 개항되면 차가 몰릴 수밖에 없고, 신공항을 잇는 유일한 고속도로가 주차장을 방불할 만큼 밀리기라도 한다면, 국제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승객입장에선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는가.이런 문제를 해결할 철도는 2007년에야 완공될 예정이지만, 이것마저 불투명하다. 아직 착공도 안한 데다 경제사정 악화 및 이에 따른 민자유치 어려움으로 더 늦어질 가능성도 크다.승객들의 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항이용료가 1만5천원으로 김포공항의 9천원보다 6천원이 비싸다. 여기에 관광진흥기금 1만원을 합하면, 일반 여행객이 해외로 나갈 때마다 2만5천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더욱이 항공사들의 이착륙비가 김포공항보다 비싼데다, 아직 공항주변 편의시설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출퇴근을 비롯한 항공사들의 운영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항공사들은 이같은 비용증가분을 고스란히 항공요금에 전가시킬 것이 뻔하다. 소비자들은 결국 비싼 교통비에 도로비, 비싼 항공요금에 이르기까지 겹겹의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허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