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5일 TV를 지켜보던 SK텔레콤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SK텔레콤이 IMT-2000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정보통신부의 최종 발표가 난 직후였다. 그러나 직원들의 환호는 곧 사라졌다. 마치 결과를 뻔히 알고 있어 발표에 따른 통과의례 함성을 질렀다는 듯이.모 외국계 증권사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이번 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졌다면 아마 한국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의 선정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7년 전에도 이같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을까.SK그룹이 이동통신 신규사업에 실패하고 대안으로 공기업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민영화에 참여한 것은 1994년1월.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23%를 인수한 SK그룹은 이듬해부터 민간기업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SK는 1995년 중장기플랜 ‘MOVE21’ 선포식을 가진 이후 그해 삐삐광역서비스, 무선호출문자서비스 등 새로운 아이템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가입자수는 94년의 두배에 가까운 1백64만1천명으로 늘었다. 매출액은 처음 1조원을 넘었고 순익은 94년보다 50%가 늘어난 1천8백10억원을 기록했다.96년 SK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통신을 상용화시키는 쾌거를 기록한데 이어 뉴욕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SK텔레콤은 이같은 시장의 신뢰에 만족하지 않고 기지국 증설 등 품질서비스 향상에 박차를 가했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들을 유치해나갔음은 물론이다. 가입자는 96년 2백89만명, 97년 4백57만명, 98년 5백96만명 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99년 SK텔레콤은 정체 기미를 보이던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를 급반전시키는 ‘TTL브랜드’를 선보였다. TTL브랜드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타깃 마케팅이었다. 98년까지 SK텔레콤의 가입자증가는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증가세에 힘입었다면 99년엔 SK텔레콤이 소비자를 인위적으로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따라 99년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1천11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해 순익은 3천40억원으로 98년(1천5백10억원)보다 두배 정도 증가했다.지난해 초 선보였던 무선인터넷 서비스 NTOP은 이동통신가입자들의 증가보다 이용빈도수를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당시 SK텔레콤은 신세기이동통신 인수이후 정부로부터 시장점유율 축소압박을 받아왔던 터였다. 따라서 SK텔레콤은 이용객은 줄이되 이용객의 통신서비스 이용 빈도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매출과 1조원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SK그룹 성장 견인차 역할 수행SK텔레콤의 이같은 급성장은 SK그룹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난해 재계는 정부의 부채율 2백% 유도와 금융위기로 ‘현금흐름’ 경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대마불사’라는 재계의 기존 관행은 깨지고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국내 최대그룹인 현대가 현대투자신탁 현대건설 등의 유동성 위기로 오너들이 경영일선에서 동반퇴진하는 위기를 맞기까지 했다.SK텔레콤은 자칫 움츠러들 뻔했던 SK그룹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SK그룹은 지난해 2조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50%인 1조원은 SK텔레콤이 달성한 것이다. 나머지 1조원의 순익중 20~30%는 그룹계열사내 SK텔레콤과 관련있는 사업부문이나 SK텔레콤의 자회사에서 올린 것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는 SK텔레텍(무선전신, 전화업), SK텔링크(통신업), 더컨텐츠컴퍼니(온라인정보제공), 넷츠고(온라인 정보제공), 와이더덴닷컴(온라인정보제공) 등이 있다.SK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SK텔레콤을 포함한 정보통신사업 부문이 그룹 총순익의 60% 이상을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SK텔레콤의 경영목표는 야심차다. 국내 최고가 아닌 세계통신시장을 주름잡는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NTT도코모(일본) 및 차이나모바일(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계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SK텔레콤은 특히 기존 이동통신사업 부문(동기식)과 IMT-2000(비동기식)을 동시에 거머쥐어 이젠 서비스 콘텐츠와 단말기 개발만 남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