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지난 1월11일 월례 회장단회의를 열어 과잉, 불황업종에 대한 자율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정부가 석유화학 제지 전기로철강 화학섬유 면방 시멘트 농기계 등 7개 업종의 자율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자율 구조조정 방침을 처음 언급한 당국자는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그는 최근 “7개 업종은 설비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업계 전체가 과당 경쟁으로 무너질 수 있어 자율적으로 회사간 통합이나 자산이전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토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과잉 공급이 생기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정부 메시지를 업계에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이다.정부는 98년에 시작된, 이른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 달리 이번엔 완전히 민간 자율 형식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스스로도 과잉 설비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굳이 강제적으로 추진하지 않아도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반도체 항공기 등의 98년 빅딜이 사실상 실패작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데 부담이 되고 있다.반면 구조조정 방식에서는 98년 빅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이전 및 통합법인 설립 등을 통해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저효율 설비를 처분해 과잉설비를 해소하는 이중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정부의 이같은 복안이 나오자 재계도 화답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월 월례회장단 회의에서 “섬유 석유화학 철강 등 과잉투자 및 불황업종에 대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경련은 또 업종별 구조조정위원회 설립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기업간 이해관계 조율 쉽지 않을 듯출발은 일단 순조로워 보인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적극적인 호응 자세를 보인데다 석유화학과 화학섬유 업종에서부터 자율적으로 사업교환 등을 추진할 움직임이 일고있기 때문이다. 98년 삼성종합화학과의 빅딜이 무산된 후 자체적으로 재무구조개선에 나섰던 현대석유화학은 국내의 다른 석유화학 업체를 대상으로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와관련, LG화학과 (주)SK의 석유화학부문, 롯데 계열의 호남석유화학 등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산자부는 매각이 성사되면 설비감축 효과와 함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형 석유화학업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화섬 업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SK케미컬과 삼양사가 통합법인으로 ‘휴비스’를 설립한 이후 다른 업체들도 설비통합을 위한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새한 고합 금강화섬 동국무역 등이 자율 통합의 대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상호간의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은 점이다. 산자부 실무자는 “업계 사람을 만나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자발적으로 먼저 나서려는 기업은 없는게 사실”이라고 고충을 말했다.이와 함께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채권기관들을 설득해야 할 뿐 아니라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 및 금융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또 정부가 실패작 빅딜을 또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부담이 되고있다. 조환익 산자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 “단순히 업종의 과잉설비를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라 해당 업종을 세계 일류로 키우기 위한 작업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석유화학 전기로철강 제지 시멘트 등 전통산업의 대표 주자들이 정부 희망처럼 이번 자율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화와 함께 설비운용의 효율화를 이뤄 다시 경쟁력을 찾게될 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