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ㆍ독립사업ㆍ전략적 가치 알아야 협상시 유리 ... 유연한 접근ㆍ능동적 조사도 중요

M&A (Mergers and Acquisition), 즉 사업의 인수 및 합병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결과, 계속할 사업 이외에 새로이 진출할 사업과 철수할 사업을 결정했을 때 흔히 고려되는 실행 방안 중의 하나다. 한국 기업들도 지난 외환 위기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의 결과로 외국 투자자에게 사업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대개 그룹 또는 해당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였다. 사실 외환 위기 이전에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주주가치 극대화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비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도, 자금의 과잉 조달로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외환위기는 확장일변도의 한국 기업들에 제대로 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할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미국에서도 80년대에 일본 기업들에 의한 시장 잠식과 정크본드(Junk Bond) 출현에 따른 기업 부채비율 상승으로 인해 ‘사업 환경의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많은 대기업들이 엉성하게 운영하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엄격하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중 많은 기업이 인수 및 합병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주요한 실천 방안으로 선택했고, 이를 통해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조정 이후 이어진 실제 기업 매각 과정에서 얼마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했는지는 의심스럽다. 한국 기업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인수 매각 합병을 추진하는 데 있어 고려할 몇 가지 사항들을 지적하고자 한다.철저히 경제적 가치에 근거해서 결정하라사업의 매각과 인수, 합병의 의사결정은 철저히 기업 가치 분석에 근거해야 한다.(표 참조) 이는 당연하고도 상식적으로 들리겠지만, 한국 기업들의 의사결정 행위를 보면 이 점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우선 매도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상태의 가치와 청산 가치를 알아야 한다. 청산 가치란 사업을 중단하고 남아 있는 자산을 매각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값어치다. 다음으로는 독립 사업체로서 운영될 때의 사업 가치를 분석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운영 상태에 기초한 가치와 경영 개선에 따른 가치를 각각 따져보고, 마지막으로 매수자와의 상승효과(시너지)로 인한 전략적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청산 가치와 독립 사업 가치는 매각 협상에서 매도 가격의 하한선이 된다. 만일 청산 가치가 매각협상에서 받을 수 있는 값보다 높다면 매각보다 청산을 택할 것이다. 개별 투자자와의 협상에서 받을 수 있는 값보다 독립 사업 가치가 높다면 일반 대중에게 공개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낫다. 전략적 가치는 매각 및 인수 협상의 기본 바탕이 된다.인수 합병 방식에 유연하게 접근하라다음으로는 실제 인수 합병 방식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보다 합리적이고도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내 기업들의 매각 협상 사례를 보면 대체로 단도직입적인 매각만을 고집하면서 매각 자체를 어렵게 만들곤 한다. 소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매수자는 매도자가 실제보다 사업의 가치를 부풀려서 팔려 한다고 믿고 매도자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외국의 선진 업체들은 Joint Venture(JV)를 매각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80년대 말 필립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유럽 시장의 한 자회사가 하는 가전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유럽시장 확장을 노리던 월풀이 자연스러운 협상 대상이 되었지만 사업의 잠재 가치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크게 달랐다. 매각협상이 진전되지 않던 중에 JV가 해결책으로 떠올랐고, 필립스는 월풀에 53%의 지분을 3억8천만달러에 팔면서 나머지 47%를 3년 이내에 살 수 있는 옵션을 주었다. 월풀은 JV기간 동안 필립스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많은 운영상의 개선을 했고, 실제로 사업 잠재력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월풀은 결국 옵션을 행사해 3년내 나머지 지분을 6억1천만달러에 사들였다. 필립스는 애초에 경매를 통한 단도직입적인 매각을 했을 경우보다 약 2천7백만달러의 가치를 더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런 성공사례에서 보듯 JV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매각 인수의 좋은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JV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입장 차이를 없앤다는 점이다. 즉 매수자는 해당 사업체 내부를 직접 관찰할 수 있고, 문서나 숫자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적 자원, 유통망, 서비스 질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얼마나 사업 개선이 가능한지를 알게 되고, 매도자가 주장하는 잠재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JV는 단순 매각에 비해 이해 당사자들의 이탈을 막아준다는 장점도 있다. 사업체가 ‘매물’이라는 공고는 종업원, 공급 업체, 고객, 투자자 및 채권자 등의 신뢰감을 저하시켜 이직, 공급 조건 악화, 매출 감소, 주가 하락, 자금 회수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JV는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이해당사자들의 신뢰감 저하를 줄인다. 매수자가 매도자로부터 계속적인 경영상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도 JV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매도자는 매수자로부터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JV 사업이 성공적이길 바라고 지속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한국 기업들이 사업의 해외 매각을 시도할 때 자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상적인 가치에 대한 견해 차이 외에도,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재무 자료들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업의 잠재 가치가 높다고 확신한다면 JV를 고려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JV라고 뚜렷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실제적으로는 위의 JV와 비슷한 조건을 만드는 ‘단계적’ 또는 ‘조건부’ 매각 계약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계약 조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버리고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매수자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선택하라한국 기업들은 특히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능동적이기 보다 수동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매수자의 범주는 크게 일반 대중과 개별 투자자가 있다. 개별 투자자는 전략적 매수자(Strategic Acquirer)와 재무적 매수자(Financial Acquirer)로 나눌 수 있다. 개별 투자자에게 파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M&A의 범주다. 각각의 매수자는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일반 대중에게 지분을 파는 것은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수많은 자본 시장 참여자들의 엄격한 사업내용 감시를 받게 되고, 매수자의 분산으로 잠재 가치에 대한 강한 설득이 어렵다. 재무적 매수자는 재무적 차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 펀드(Leveraged Buyout (LBO) Fund)같은 금융 기관이나 개인이다. 장점은 보통 대금지급에 현금을 사용한다는 것이고 운영상의 통제가 적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전략적 매수자에 비해 높은 값을 받기 어렵고 매도자에게 리스크가 큰 단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면서 운영상의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매수자는 동종 산업의 회사로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운영상의 개선과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에 현금보다 주식 교환 같은 비현금 거래를 선호하고 해고 등 운영상의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속성을 고려하면서 매수자 후보를 능동적으로 조사하고 접촉해 최선의 매수자들을 협상에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동종 산업의 다른 업체와의 큰 상승 효과가 예상될 때에는 전략적 매수자가, 다른 업체와의 상승효과가 잘 보이지 않을 때에는 재무적 매수자가 적합할 것이다. 전략적 매수자 후보는 여러 방향에서 찾을 수 있는데 국내외 경쟁사, 공급자, 고객, 신규 진출자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조사된 후보를 놓고 기술, 비용, 시장, 상품 등의 공유로 인한 상승 효과, 재무적 능력 및 인수 경력 등을 바탕으로 후보의 우선 순위를 분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