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부터 통화정책의 운용목표를 단기금리(콜금리)로 국한하기로 했다고 지난 1월14일 밝혔다. 이는 정부수립 이후 계속돼온 통화량 관리가 50여년만에 폐지되는 것을 의미한다.경제정책을 강구하는데 있어서 통화관리만큼 중요한 목표도 없다.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려 있느냐에 따라 경제활동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중의 돈이 풍성하면 개인들의 소비활동이 늘어나고 기업의 생산활동도 활발해지게 된다. 경기가 침체되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켜왔던 것이 과거의 전통적인 경기부양책이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 그러나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경기는 좋아지는 대신 물가가 오르게 된다. 기업들이 생산해서 공급하는 상품의 양은 일정한데 돈이 예전보다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따라서 통화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은 경제정책을 펴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정책 변수다. 문제는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의 양이 많은지 적은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며,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조절하느냐다. 지금까지는 통화량지표를 그 기준으로 설정해 한국은행이 통화신용 정책을 펴왔다. 지난 79년부터 97년까지는 총통화(M2)증가율이 그 기준이었다. 예컨대 M2증가율이 적정수준을 넘으면 시중자금량이 너무 많다고 보고 한국은행이 긴축정책을 통해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식이었다. M2란 통화량의 범위에 현금통화와 요구불 예금은 물론 저축성 예금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M2가 경제성장이나 물가 등 실물경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다.그러나 97년 금전신탁제도의 개편 등 여러가지 금융제도의 변화와 함께 M2가 시중의 유동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98년부터는 M2에 제2금융권의 예수금까지를 포함시킨 총유동성(M3)을 중심통화지표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근래 들어 M3마저 지표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시중의 자금사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통화지표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신용경색의 심화와 여유자금의 은행권 집중 등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행은 이같은 정황을 감안해 통화지표를 기준으로 삼던 유동성 조절방법을 버리고 금리를 중심으로 통화관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즉 시중의 유동성이 부족하다 싶으면 단기(콜)금리를 내려 자금이 풀려 나가도록 하고, 반대의 경우 금리를 올려 자금을 회수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통화지표를 관리하는 것 보다 금리를 중심으로 통화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재계의 건의가 많았었다.물론 지금과 같이 금융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통화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것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없지 않다. 다시 말하면 금리의 자금수급 매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금흐름은 금리 보다 정부의 금융기관 구조조정 방안이나 기업도산위험 등에 따라 금리와는 상관없이 자금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위험성이 높은 기업대출 보다 금리가 낮더라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국공채 등에 여유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