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감각’.<일본을 읽으면 돈이 보인다 designtimesp=20628>라는 책을 히트시킨 전 영화감독 이규형씨가 강조하는 창업 희망자의 ‘덕목’이다. 기존의 사업이 정부군이라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게릴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 정보를 읽는 눈썰미나 ‘된다’ 싶은 아이템을 발빠르게 잡는 기동력 모두 게릴라 감각이 수반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비즈니스 국경이 사라진 지금, ‘어떤 사업이 소자본 창업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은 ‘소자본 창업의 등장은 거대한 시대변화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큰 사업(Big Business)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창업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이 주류를 이루고 이것이 국가 경제의 ‘엔진’이 된다는 설명이다.어떠한 사업 아이템도 창업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아이디어를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 그것이 선진국에서 사업성이 검증된 사업이라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게릴라 감각까지 갖춘다면 누구나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창업희망자 필수 덕목은 ‘게릴라 감각’한 조사기관에서 소자본 창업을 단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결과는 △독립 △자유로운 삶 △인생의 전환 △흥미 △회사생활 탈출 △가족과의 시간 △수입 증대 △좋은 아이디어 때문이라는 순서로 나타났다. 실제로 창업자금만 모아지면 주저없이 ‘사업’을 시작하겠노라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하지만 막상 창업을 준비하려면 부딪히는 벽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사업 아이템 잡기.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분야라도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려면 여의치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또 해외에서 히트한 아이템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뜻하지 않게 난관을 겪는 경우도 있다.지난해 7월 본지에 소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본의 ‘공기정화 나무 대여업’이 그런 사례다. 당시 유행하던 환경비즈니스의 일환인데다 공기청정기와 관엽식물을 결합해 만든 ‘클린나무’ 아이디어가 돋보여 많은 창업 희망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금융기관 퇴직자 김성진씨(50·가명)는 이 상품을 수입해 각급 기관, 기업, 외식업소 등에 대여할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일본의 본사에서 뜻밖의 제동을 걸었다. 한국내 판권 인수에 수억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김씨는 계획을 포기했다.이 경우 국내 공기정화기 제조사에서 클린나무의 아이디어를 활용,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직접 상품을 제작할 능력이 없는 김씨가 전문 제조사에 상품개발을 제안하고 유통 파트너로 참여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해외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직수입이 아니라 국내화, 토착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교훈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튀는 아이템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일만큼 독특한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국내 정서와 시장성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주인공의상실 ‘코스프레’나 무인자동화 러브호텔이 이 케이스에 속한다. 코스프레는 대중성이 약해 몇몇 마니아만이 향유하고 있고 경기도 분당에 지어진 무인자동화 러브호텔은 ‘풍속 저해’를 이유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말았다.너무 튀는 창업 아이템은 곤란다시금 대규모 감원과 실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자본 창업은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려는 야심가들에게 ‘핵심 주제어’로 자리잡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떠나 자기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문제는 어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우리나라보다 20~30년 먼저 창업 붐이 일어난 미국과 일본의 성공사업을 살피는 것은 창업 준비의 첫 단계나 다름없다. 더불어 ‘외롭고 위험한 싸움’을 도와줄 ‘안전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