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경영수업 거쳐 일선 배치 ··· 시민단체 등 경영능력 검증요구, 대물림 걸림돌

조동만 한솔그룹 정보통신부문부회장.일명 ‘디지털세대’로 불리는 재벌 3세들이 대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현대 정패밀리 3세들이 대거 승진, 최고사령탑에 한발짝 다가섰고 올해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외아들 재용씨가 경영일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 재벌 3세들은 디지털세대답게 인터넷 등 e-비즈니스 투자에 앞다퉈 나서 향후 이들간 ‘디지털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그러나 재벌3세들의 경영무대 진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IMF이후 많은 재벌들이 오너들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무너지면서 시민단체들이 이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제 대주주의 지위를 내세우는 것보다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무대에서 쫓겨나거나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조차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한 듯 재벌 2세들은 3세들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시키는가 하면 성공적인 경영무대 데뷔를 위해 다양한 공을 들이고 있다.이재현 제일제당 부회장.재용씨 경영일선 진출 준비중재벌 3세의 경영무대 진출을 위해 온갖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재용(33)씨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만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다음행보는 ‘경영일선 진출’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분위기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곳으로 세계 각국의 고급공무원 내지 명망있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야 입학이 가능하다. 학사관리및 교육과정 또한 엄격하다. 재용씨는 이곳에서 재벌가 3세로서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아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고 삼성측은 전하고 있다.재용씨는 ‘e-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그가 하버드비즈니스이재용 삼성전자 부장.스쿨박사학위 논문으로 ‘e-비즈니스’에 관한 것을 정한데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재용씨는 이미 이웅렬코오롱회장 등 재벌 3세들과 함께 e-비즈니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 부문 투자시장에서 ‘큰손’으로 소문이 날 정도라고 한다.재계에서는 재용씨가 삼성 인터넷 사업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재용씨가 삼성SDS에서 분리된 인터넷 서비스회사 유니텔의 대표이사로 나설 것’, ‘이미 삼성전자 이사로 내정됐다’ 등의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갈 경우 재용씨가 삼성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를 통해 경영무대에 첫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가 삼성측의 고민거리다.경영능력 검증받기 한창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재벌3세들 가운데는 이미 경영수업단계를 떠나 사실상 회사를 이끌어 대권승계를 눈앞에 둔 이들과 앞으로 한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야 하는 이들로 나뉜다.제일제당 이재현부회장과 한솔의 ‘조동혁·동만·동길’ 3형제 등은 전자에 속한다.삼성가 장손 이재현 제일제당 부회장(41)은 인터넷 비즈니스와 콘텐츠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지난 95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합작, 영화게임 제작사인 드림웍스를 설립해 큰 재미를 봤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드림라인 회장으로 취임했고 전자상거래의 필수요건인 물류회사 CJGLS를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케이블 TV 인터넷 쇼핑몰인 39쇼핑과 아이39쇼핑을 인수, 사실상 디지털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의 목표는 케이블TV 채널과 영화관사업을 바탕으로 ‘뉴미디어 왕국’ 건설이다.이부회장은 1백억원을 출자해 만든 창투사 드림디스커버리를 통해 인터넷제국, 팜스넷 등 25개 인터넷·정보통신 벤처기업에 2백75억원을 투자했고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 1억달러 규모의 인터넷 정보통신 펀드조성을 추진하고 있다.삼성가 맏딸인 이인희한솔고문의 세 아들은 이미 분야를 나눠 맡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고문의 맏아들인 조동혁(51)부회장은 금융부문을, 조동만(48) 부회장은 정보통신부문을, 조동길(45) 부회장은 제지부문을 나눠 맡고 있다. 이들중 조동만부회장은 요즘 인터넷과 벤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통신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네트워크를 활용한 부가서비스, 즉 무선 인터넷 분야와 인터넷 솔루션 분야, 콘텐츠 분야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한솔텔레콤 한솔아이글로브, 한솔아이벤처스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현대, 쌍용, 신세계백화점, 효성, 대림 등의 3세들은 아직도 한창 경영수업중이다. 돌림자가 ‘선’자인 현대가 3세들은 직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만한 활약상은 없다. 현재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회장의 장남 의선(32)씨는 지난해말 현대자동차 구매담당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고 정몽우씨(정주영 현대건설 명예회장 4남)의 아들 일선씨도 기아자동차에 이사로 있다가 인천제철 상무로 승진돼 자리를 옮겼다. 일선씨는 인천제철에서 인수한 삼미특수강을 중점 관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아들 지선(29)씨는 지난해말 현대백화점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상무로 진급했다.직계는 아니지만 정몽구회장의 사위인 정태영(41) 기아자동차 전무(구매본부장)는 지난해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에서 자리를 옮겨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정의선 상무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정공등 3사의 인터넷 차량판매 부품구매 창구를 통합하는 ‘오토에버닷컴(AUTOEVER.COM)’의 최대주주로 e-비즈니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토에버닷컴은 인터넷상에서 현대 및 기아의 신차, 중고차 사업과 AS부품 및 자동차용품 판매를 총괄한다.김지용 용평리조트 이사.김석원 전쌍용그룹 회장의 장남 지용씨(29)는 지난해 용평리조트 이사로 입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김전회장이 애지중지했던 사업부문이라는 점에서 지용씨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최근 쌍용양회에서 분사했다. 이 회사 지분 50%는 용평리조트가 자사 지분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외국투자기업이 소유하고 있다.김석원전회장의 조카이자 이승원 전쌍용정유회장의 맏아들 용훈씨는 학원 및 인터넷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삼성가 5녀 이명희 신세계백화점회장의 맏아들 정용진(33)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기존 및 신규사업에는 전혀 관여치 않고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대림그룹 이준용회장의 장남인 대림산업 이해욱기획담당상무는 인터넷아파트 건설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상무는 인터넷을 통한 물건구입은 물론 화상을 통한 반상회가 가능한 첨단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효성의 3세들도 약진하고 있다. 조석래회장의 장남 현준(32)씨는 지난해 초 (주)효성 전략본부상무를 맡아 e-비즈니스 관련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효성데이타시스템·효성 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컴퓨터 등 정보기술 계열사의 우수 인력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동생 현문(31)씨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로펌에서 일하다가 98년 입사, 형과 함께 전략본부에서 이사(경영혁신2팀장)로 근무하고 있다.한편 고 이창희 새한미디어회장의 장남 이재관(37) 전새한그룹부회장은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주력계열사 새한이 워크아웃에 처하자 대표직을 내놓은 재벌3세다. 이전부회장은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대권승계받은 3세도 많아이웅렬 코오롱 회장.일찌감치 재벌3세들에 경영권을 대물림한 곳은 LG 코오롱 두산. 이들 세그룹은 ‘고 구인회회장→구자경명예회장→구본무회장’ ‘고 이원만회장→이동찬명예회장→이웅렬회장’ ‘고 박승직 회장→고 박두병회장→박용곤 전회장→박용오 회장’으로 이어지는 3세승계를 마무리지었다.이들중 지난 96년1월 이동찬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회장직을 물려받은 이웅렬(43) 코오롱 회장은 지난해 전경련내에 만들어진 ‘e-비즈니스 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 재계 e-비즈니스를 중추적으로 이끌 3세 경영인으로 이미지를 확고히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