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로·화장로 기술력 탁월, 외국기업 수주 줄줄이 ··· 태국 등 해외시장 공략 적극 추진

태국 방콕에 다마카야라는 절이 있다. 넓은 평원에 있는 이 절은 황금색 지붕을 얹고 있다. 마당면적이 1백만평이 넘는다. 이곳에서는 세계 승려대회를 비롯해 1년에 수십차례 큰 행사가 열린다. 많을 때는 한꺼번에 수십만명이 운집하기도 한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가장 큰 절이다.이 절에서 작년말 소각로와 화장로를 구매하는 일이 있었다. 2기씩으로 그리 많은 수량은 아니었다. 금액으로는 70만달러. 그런데도 세계적인 업체들이 달려들었다. 독일과 미국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응찰했고 한국업체도 참가했다. 이같이 경쟁을 벌인 것은 홍보효과가 크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 또 앞으로 태국에서 발주되는 유사한 프로젝트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결과는 한국업체인 대해프랜트(대표 김삼식·55)의 완승.방콕의 야나와사원에서도 화장로 1기를 발주하는 일이 있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이 사원은 국왕이 종종 찾는다. 이곳은 미국 일본 유럽의 10여개업체를 상대로 응찰을 받아 이중 대해프랜트를 낙찰자로 뽑았다.대해프랜트는 지난 수년간 태국시장 개척에 주력해왔다. 이곳에 공장을 세워 집중 공략했다. 그러면서 60여기의 소각로와 화장로를 납품했다. 그런데 그동안 납품분보다 이들 2개절에 공급하게 된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지난 수년간 고생하며 시장을 개척해온게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시청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원 등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태국·인도·아랍권 기업 ‘기술력 호평’태국뿐이 아니다. 필리핀의 CESI사는 각국의 폐기물소각로 생산업체를 검토한 끝에 한국을 찾아와 대해프랜트와 제휴를 맺었다. 대해프랜트제품을 필리핀내에 팔겠다는 것. 인도의 산자이사, 아랍의 기업들도 제휴를 요청해오고 있다. 최근 두달새 맺은 수출계약이 약 4백만달러에 이른다.이같이 대해프랜트의 제품을 찾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대해프랜트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지의 7개사와 기술제휴를 맺어 앞선 기술을 습득했다. 국내 공인기관의 테스트결과 각종 오염물질이 규제치를 훨씬 밑돌았고 일산화탄소는 아예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성과는 김삼식 사장의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시장 개척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가 미국의 섬텍과 기술제휴를 맺을 때의 일이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의 중소기업 사장이 찾아오자 섬텍 관계자들은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현지의 허름한 호텔에 묵으면서 일주일 동안 무대포로 찾아간 끝에 사장을 만났고 결국 기술을 얻어냈다. 독일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런 노력끝에 연료소비가 적으면서 소각능력이 뛰어나고 자동으로 운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개발했다. 기술개발열정에 공감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유럽지사는 현지 박사들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이전해주기도 했다. 결국 ‘KIST한국형소각로’를 내놨고 이게 주력제품이 됐다. 제품은 하루 50∼2백t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중형소각로와 50t 이하의 소형소각로가 주종이다. 소각로 안에 쓰레기를 투입한 뒤 연소공기를 투입해 섞는다. 쓰레기와 연소공기가 격렬하게 혼합되기 때문에 열전도효과가 크고 소각상태를 균일하게 유지, 소각효율이 우수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같은 원리를 사용하는 동물사체소각로와 화장로도 생산한다.그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해외시장개척에도 적극적이다. 몇달 동안 태국공장에서 시장개척을 하다가 올들어 설날 닷새전에 귀국했다. 하지만 국내업무만 처리한 뒤 설날 전날 출국했다. 오랜만에 귀국했으면 집에서 설을 지낼만도 한데 태국으로 떠났다. 더구나 의사가 피로가 누적돼 있다며 당분간 안정을 취하라고 권고했는데도.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에서 바이어와 약속이 줄줄이 있었기 때문.그는 지난 몇년 동안 해외시장개척에 주력했다. 피로가 쌓여 작년말에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상담을 마치고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목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있는데 몸이 굳기 시작한 것. 욕조에서 가까스로 기어나와 구급차를 얻어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그의 적극적인 기질은 학창시절에서도 나타난다. 전북 임실의 가난한 농군의 아들(9남매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해 농사나 지으면 됐지 공부는 무슨 공부”냐는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한채 얼음과자 장사를 하며 중학교를 졸업했다. 혼자 부산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양대를 졸업했다. 이후 외항선원, 에너지관련기기를 만드는 중소업체 임원, 노후선박수리 등의 직업을 전전한 끝에 산업용보일러 사업을 거쳐 소각로 분야에 뛰어들었다. 환경산업의 성장성이 크다고 본 것.태국공장을 합친 대해프랜트의 올해 수출목표는 2천만달러. 작년에 비해 거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언젠가는 1억달러고지를 달성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다니다 쓰러지는 일이 있어도 해외시장 개척의 꿈은 접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의 대부분을 직원에게 물려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구상이다.“국내 시장에만 안주할 때는 지났습니다. 해외에서 뛰어 달러를 벌어야지요. 그러러면 먼저 기술을 축적해야 합니다.”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의 열정이 너무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02)2632-8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