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최종부도는 ‘공기업 부도 1호’를 기록하면서 가뜩이나 움츠러든 건설업계에 또 한차례 찬물을 끼얹었다.지난 2일 한부신이 최종부도 처리됨에 따라 이 회사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의 공사를 맡은 8백여 건설·하도급업체의 연쇄부도는 물론 아파트와 상가계약자 지주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당장 한부신이 청산될 경우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와 하도급업체,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 금융권 등에서 입게 되는 피해액은 1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땅을 맡긴 위탁자들의 원본손실액이 4천5백86억원에 달하는데다 건설업체와 하도급업체들이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2천2백25억원, 보증이 없는 분양자들의 선수금이 2천5백42억원이다.총피해액 1조7천억원 달할 듯모기업인 한국감정원의 지급보증 채무와 출자분에 대한 예상손실 규모도 6백45억원에 달해 재무구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이 한부신에 빌려준 돈은 모두 6천3백44억원으로 이중 무담보여신이 4천9백84억원이다.그렇다면 사업장별 사정은 어떨까. 한부신이 개발신탁을 맡아 시행해온 사업장은 65개에 이른다. 아파트사업 중에선 입주지연이 예상되는 곳이 5개 단지다. 용인 동아솔레시티(1천7백1가구)와 영통 롯데(1천40가구), 일산 덕이동 동양(2백가구), 순천 해태그린빌(1천5백41가구), 거제 동현(1백36가구) 등은 최소한 3개월 이상 입주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또 이미 공사를 마치고 입주자를 맞은 아파트가 파주 봉일천 송촌(5백52가구) 고양 탄현 큰마을(2천5백88가구) 등 8개 단지다. 탄현 큰마을의 경우 입주를 마쳤지만 한부신의 채권금융기관인 한화파이낸스에서 아파트부지에 대해 가압류를 설정한 상태여서 등기이전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입주자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6개 아파트단지는 아직 분양 및 착공을 하지 않은 상태다.8개 주상복합 아파트중에선 서울 남가좌동에 있는 창덕에버빌과 서초동 한신, 안양 동양월드타워 등 3곳은 공사를 끝내고 입주를 마쳤다. 서울 구의동 쉐르빌(1백94가구)과 서초동 쉐르빌I(1백23가구) 등 5개 사업장은 공정률이 13~59%에 불과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부산 광안비치힐과 거제시코스텔, 동교동 유진오피스텔, 송도 나포리리조텔 등 4개의 오피스텔들도 공정률이 6~43%에 그치는데다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분양계약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한부신의 부도로 여타 부동산신탁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신탁사는 한부신과 코레트신탁 한국토지신탁 주은부동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생보부동산신탁 등 모두 6개다.우선 우리나라 부동산신탁1호로 지난 91년4월 한부신과 비슷한 시기에 설립인가를 받은 코레트신탁(옛 대한부동산신탁)이 관심이다. 현재 60개 신탁사업을 진행중인 이 회사는 한부신의 경우와 같은 시기인 99년10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1백억원이던 자본금이 지금은 1천7백71억원으로 늘어났다.6천5백억원 정도에 달하는 부채를 놓고 현재 모기업인 자산관리공사와 채권단이 이달말을 목표로 채무조정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60개 사업장중 수익성이 있는 17개를 선정, 신설법인을 만들어 공사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계획이다.이밖에 한국토지공사의 자회사로 지난 96년 출범한 한국토지신탁을 비롯해 주택은행 자회사로 탄생한 주은부동산신탁, 대한주택보증의 자회사로 97년말 설립된 대한토지신탁, 3개 생보사가 출자해 98년말에 만든 생보부동산신탁 등 나머지 신탁사는 당장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