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학원·건물관리업 등 전통업종 강세 … 외식메뉴에 한국식 재료 접목 인기

‘일본을 읽으면 한국이 보인다’. 이 말은 창업 분야에 있어서 강하게 적용되는 말이다. 창업에 관한 한 배울 점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기도 할 뿐더러 톡톡 튀는 신종 사업들이 먼저 등장, 시장 적응을 하며 가능성을 예측케 해 국내 창업시장에 훌륭한 교과서가 되고 있다.일본의 창업 시장은 ‘맥도날드’ ‘KFC’ 등 메이저 패스트푸드 붐과 함께 1960년대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보다는 약 20년 정도 빠른 셈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은 단순성 표준성 전문성 등의 특징에 힘입어 소매유통 분야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을 점유하며 발전하고 있다. 근래 구조조정 등으로 양산되는 수많은 창업희망자들에게 ‘재기의 대안’이 되고 있음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2000년3월말에 일본프랜차이즈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프랜차이즈업체는 9백68개, 점포는 19만8천개, 매출액은 총 17조엔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소매업이 점포수 7만여개에 매출액 10조4천억엔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뒤를 이어 외식업이 4만4천여 점포에 4조1천억엔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서비스업은 8만4천여 점포에서 2조6천억엔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왼쪽부터 1?엔숍, 한국식비빔밥전문점 '다이오우', 규동프랜차이즈 .마쓰야', 헌책방 '북오프'.국내 창업자엔 ‘창업 교과서’ 역할 톡톡요즘 일본에서는 강세를 보이는 업종이 뚜렷하다. 라면·스시·도시락 등 일본에서 태동, 발전한 외식업 품목들이 변함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편의점, 학원, 선술집 등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전통의 업종’들이 여전히 높은 지명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종 사업의 천국인 일본에서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진리가 통하고 있는 것이다.판매·서비스업일본은 그야말로 편의점의 천국이다. 산간 중턱이나 도시 외곽 등 어느 곳에 가더라도 볼 수 있는 것이 24시 편의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국적 편의점 브랜드는 물론 일본에서 자생한 브랜드 등 총 57개 업체가 3만7천개 점포에서 매년 6조5천억엔의 매출을 달성하며 확장일로에 있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다양성이나 브랜드별로 뚜렷한 차별화 현상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장점이다.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학습숙(학원)의 성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3개 프랜차이즈에 2만6천여개 체인점이 교육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다.특히 우리나라의 보습학원에 해당하는 소형 학습숙은 다양한 운영 시스템으로 인기가 높다. 20평 정도의 소규모에 아르바이트 교사를 활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직장 퇴근 이후 야간에만 활동하는 사업가도 많다. 몇몇 유명 프랜차이즈업체는 자체 사옥에 수백개 체인점을 두고 상장을 시도할 정도로 재벌화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도 학원 프랜차이즈 붐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의 학원 프랜차이즈 시장은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인터넷 보급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요즘 일본에선 인터넷 전용선 사업, PC방 등이 유망사업으로 떠오른 상태다. 우리나라보다 한 박자 늦은 셈. 이와 함께 인터넷·통신 택배판매업도 활황세를 맞고 있다. 이미 40여개 프랜차이즈가 등장, 3천7백여개의 체인망을 구축하며 매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무점포로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젊은층이 많이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건물 관리업 또한 전도 유망한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다국적 브랜드가 상륙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상황.이에 비해 일본의 건물 관리업체들은 체계화된 업무 시스템을 갖추고 저돌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취급하는 분야는 건물 내외부 청소, 카펫 관리, 블라인드·버티컬 세척 등 다양하다. 아파트나 단독주택도 중요한 고객층. 미국에서 대중화된 청소 용역업이 일본에 상륙, 토착화되고 있는 단계다.외식업일본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선두주자는 라멘. 65개 프랜차이즈 업체에 5천5백개 점포가 있지만 지역명이나 개인 이름를 따 몇대째 조리법을 전수한 ‘명물’ 라멘전문점은 이보다 훨씬 많다. 그동안 유학생들이나 전문 조리사들이 국내 음식과 접목을 시도하긴 했지만 맛과 정서, 가격의 문제 등으로 실패를 거듭해 왔다. 이에 반해 김치 마늘 부추 등 한국식 재료를 원하는 만큼 첨가할 수 있도록 한 ‘긴요라멘’이 오사카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스시는 이제 전세계적인 기호 음식으로 발돋움했다. 일본에서만 1만여 개의 프랜차이즈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회전초밥전문점은 소규모 점포에서 시작할 수 있고 저가 전략을 펴고 있어 창업희망자, 고객 모두에게 인기다. 또 도시락전문점은 해외에 기술 및 브랜드를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액은 5천억엔에 달한다.맨밥 위에 익힌 소고기를 얹어 반찬없이 먹는 규동은 일본의 대중음식 중 하나. 편의점처럼 24시간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인데다 초소형 점포로 창업할 수 있어 두루 인기가 높다.국내에는 ‘요시노야’라는 일본의 대표적 규동 프랜차이즈가 상륙해 실패를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마쓰야’라는 업체가 한국식 김치 불고기 등을 5백50엔에 선보이며 요시노야를 위협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이자카야는 말 그대로 저가의 선술집을 일컫는다. 일본 내에 45개 업체, 6천여개 체인점이 성업 중이고 개인 점포는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로바다야키 뒤를 이어 젊은층이 선호하는 주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의 ‘원조’ 이자카야는 그곳을 방문한 우리나라 외식업 종사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다양한 메뉴와 빠른 서비스가 장점이다. 또 종업원들의 열정도 본받을 만하다.이밖에도 과자·제과, 헌 책, 부동산, 세탁, 오락실, CD·비디오 판매 렌털, 약국, 1백엔숍 등이 돋보이는 중견 프랜차이즈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