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메뉴 ‘피자·치킨세트’ 배달전문 … 점포임대비용 등 부담적어 소자본 창업에 제격

박사장 부부는 유사업종보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창업 후 6개월 동안 홍보에 전력을 다했다.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배달전문점 ‘피자나라 치킨공주’를 운영하는 박대석(40)·차명숙(36)씨 부부는 한때 잘나가던 은행원 출신이다. 박대석씨는 IMF 위기 때 주택은행에서, 차명숙씨는 남편보다 먼저 경기은행에서 각각 명예퇴직했다. 항상 정장차림으로 일하던 그들은 요즘 하루 12시간씩 기름냄새 가득한 부엌에서 피자, 치킨과 씨름하고 있다. 그래도 “마음만은 해피하다”고 활짝 웃는다.“일단 마음이 편해서 좋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수익이 따라오는 매력도 대단하고요. 1년이 지나면서 가족같은 단골들이 생긴 것도 행복이에요.”박사장 부부는 지난해 2월 은행에 함께 근무하던 동료의 권유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둘 다 창업이 처음이라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보니 배달전문점이 최적의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도 물색해 보았지만, 대부분 5천만원 이상의 창업비용이 소요돼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규모를 줄이고 실속을 따져 보았다.박사장 부부는 초소자본 창업으로 성공을 일군 사례다. 오븐과 튀김기를 들여놓은 3평 남짓한 점포와 오토바이 두 대, 전화, 컴퓨터가 사업 밑천의 전부다. 창업에 들어간 비용은 1천5백만원 정도. 1백% 배달만 하기 때문에 큰 점포가 필요없고 종업원도 쓰지 않는다. 다행히 부부의 손발이 척척 맞아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다만 유사업종이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게 문제.박사장 부부는 미디엄 사이즈 피자와 프라이드 치킨, 마늘빵, 5백㎖ 콜라를 모두 합쳐 9천9백원에 판매한다. 스모크 치킨이나 생크림케이크 같은 사이드 메뉴도 있지만 간판 상품은 ‘피자·치킨 세트’. 그런데 피자와 치킨을 배달하는 점포가 천호동에만 줄잡아 10여군데에 이른다. 박사장이 모아놓은 경쟁점포의 광고전단이 수북히 쌓였을 정도다.경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창업 후 6개월 동안 홍보에 전력을 다했다. 매일 주택가와 아파트단지를 돌며 전단과 사은품을 돌리다보니 수입의 절반이 소요됐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덕분에 1년이 지난 지금엔 전단을 돌리지 않아도 주문이 이어질 만큼 자리를 잡았다.폐식용유로 비누 제작, 홍보용품으로 활용“홍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맛이 관건이에요. 오래된 기름을 쓴 치킨과 깨끗한 기름에 튀겨 낸 치킨은 맛에서 큰 차이가 나거든요. 피자도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껏 만드니 반응이 좋을 수밖에요. 항상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만듭니다.”맛과 홍보 외에도 잘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친절한 전화응대와 야박하지 않은 고객 서비스. 박사장 부부는 주문전화 말미에 “맛있게 해서 얼른 갖다 드릴게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은 ‘맛’과 ‘신속한 배달’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또 폐식용유를 모아 재활용비누를 만들어 주문 고객에게 나눠준다. 비누를 얻으려고 주문한다는 고객이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컴퓨터를 활용, 고객 리스트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개인의 주문량을 확인, 10번이 넘으면 흔쾌히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좀 더 친근하게 응대하는 데도 컴퓨터 기록이 큰 도움을 준다.덕분에 이웃사촌처럼 친하게 지내는 단골 고객이 적지 않다. 지난 1월 폭설이 내려 영업을 하지 못할 때는 자동응답기에 단골들의 안부인사가 쌓였다는게 박사장의 자랑이다.요즘 하루 평균 주문량은 30~40건 정도다. 월평균 1천40만원 선의 매출에 원가와 임대료를 제외하면 4백만원 정도가 순이익으로 남는다. 홍보전단을 돌릴 때는 여기서 1백만원 정도가 더 지출된다. 창업비용에 비하면 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편.“당분간 이 사업에 매진할 겁니다. 신선한 재료와 맛을 인정하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믿어요. 돈이 좀 모이면 닭요리전문점을 내고 싶습니다. 둘 다 닭을 워낙 좋아해서요.”유사업종 경쟁, 공짜서비스 등으로 차별화배달전문점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산 분당 같은 베드타운에서는 상품 종류와 가격, 배달 시간을 놓고 열띤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 피자나 치킨처럼 수요층이 넓은 음식은 시장 분할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 빠른 배달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되고 만다.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고 사업운영 방식이 간단해 뛰어드는 사람이 많지만, 결코 녹록한 사업은 아니라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이 사업은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낀 입지를 잡아야 한다. 기동성과 인지도를 갖추려면 고객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 특히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이 주수요층인 만큼 고객 밀도가 높은 대단지 아파트 주변이 유리하다.홍보, 맛, 신속한 배달, 친절이 동반된다면 여성들이나 초보 창업자가 시도하기에 적당한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배달영업 시장이 확대일로에 있어 당분간 강한 고객 지지도를 유지할 사업으로 평가된다. (02)449-0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