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가 중국을 여행중에 한 토목공사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안내원에게 불도저 같은 중장비를 이용하면 공사를 훨씬 쉽게 잘 할 수 있을텐데 왜 사람힘으로 저렇게 공사를 어렵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안내원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중장비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안내원의 설명을 들은 그 경제학자는 정색을 하고 저 삽 대신 더 작은 스푼을 주면 더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이 이야기는 미국사람들이 실업구제와 경제의 효율성을 논의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하나다. 그동안 많은 나라에서 실업구제의 한 방법으로 경제적 효율성이 별로 없는 공공사업을 많이 시행해 왔다. 실업자들에게 그냥 돈을 나누어줄 수 없으니 무슨 일이든 일을 시키고 임금형식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여러 나라들이 비슷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이런 실업자 구제책은 심각한 경기침체기나 대량 실업으로 인한 사회 불안이 심화될 때 나름대로 사회적 경제적 안정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효율성을 무시한 공공사업 확대는 실업자에 대한 일시적 자금지원 효과는 볼 수 있으나 근본적인 실업 해소에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특히 기술혁신으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가 속속 없어지고 실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고전적인 실업구제책은 자칫하면 많은 실업자들을 영원한 실업자군, 또는 시대의 낙오자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으로 지금 우리 경제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와 새로운 방법의 일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 새로운 일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속속 일자리를 빼앗기는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따라서 일자리를 잃고 가난한 삶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우선 빵을 제공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개발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선을 주는 것보다 생선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낫다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침체와 소위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우리 사회에도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정부는 늘어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공공사업을 조기에 확대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제적 환경은 실업구제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새로운 기술혁신이 몰고 오는 급변의 바람은 대부분의 일터에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능력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디지털시대의 기술혁신이 몰고 오는 사회적 문제의 하나는 단순한 실업문제 보다도 기술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심각한 소득 격차 문제다. 소위 DD(Digital Divide)라고 하는 디지털 기술혁신이 몰고 오는 계층간의 소득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실업구제가 단순히 빵을 제공해주는데 머문다면 DD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