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적인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는 가장 극적이면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즉시형 과민반응으로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수분에서 한 두 시간 정도에 발생하며, 심하면 쇼크나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역사적으로 볼 때 BC 2640년 이집트의 파라오가 말벌에 쏘인 후 즉사했다는 기록은 오랜 옛날부터 벌독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20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디프테리아나 파상풍의 치료제인 항독소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문제가 됐다. 그리고 페니실린 주사를 맞고 주사바늘을 뽑자마자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혈압이 떨어지고 쓰러지는 소위 ‘페니실린 쇼크’도 바로 이 아나필락시스의 극적인 예이다.또 필자가 경험했던 계란 알레르기 환자는 날계란을 스푼 끝에 묻혀 먹은 후에 호흡곤란, 저혈압, 두드러기, 복통, 구토 및 설사 등의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아나필락시스는 약이나 음식 이외에도 운동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 과거 체력장 등에서 오래 달리기를 하는 도중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쇼크에 빠진 경우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하리라 생각된다.또 특정음식을 먹은 후 운동하는 경우에만 쇼크에 빠지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폭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 치료가 곤란할 경우도 종종 있다.그러나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고 해서 모두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아니며, 이런 경우 혈관 미주신경반사성 실신(소위 졸도하는 것), 경기, 심근 경색, 부정맥, 심한 천식 발작 등과 같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과 구별해야 한다.아나필락시스란 그리스어의 Ana(뒤쪽의, 거꾸로의 뜻)와 Phylaxis(보호, 방어의 뜻)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즉 독성물질을 치명량 이하로 실험 동물에 반복 주사해 이 물질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일부 실험동물에서는 기대하던 면역 반응과는 반대로 오히려 훨씬 소량을 주사한 후 수 분 내에 죽는 것을 보고 이의 예방을 뜻하는 Prophylaxis에 대비해 사용한 것이 시초였다. 이런 아나필락시스는 동일 물질에 반복 노출된 후 후천적으로 생기는 것이다.대부분의 아나필락시스는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전신적인 아나필락시스 반응의 진단은 전형적인 임상증세가 외부물질의 노출과 시간적으로 상관있게 연결돼 나타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또 기도 폐색, 저혈압, 소화기 증상, 전신적인 피부반응이 한 가지 혹은 여러 개가 있어야만 한다. 피부반응 검사나 면역학적 검사 등으로 아나필락시스의 원인물질을 진단할 수 있다.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되는 경우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처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벌이나 개미 등의 곤충에 대한 아나필락시스가 있는 환자들이 야외에 나갈 때는 반드시 응급용 에피네프린 주사제를 지참해 곤충에 쏘이면 바로 본인이 주사한 후 병원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한번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킨 병력이 있는 사람은 원인물질을 분명히 밝혀 다시는 그 물질(대표적으로 항생제, 소염제, 조영제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진료시 의사에게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 (02) 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