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강간이나 살인은 두말할 필요없는 범죄 행위다. 그럼 강간하는 장면이나 살인하는 장면이 사진에 담겨 있다면? 범죄 행위의 명백한 증거가 된다. 실제 강간하거나 살인을 해야 그 장면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가상공간에서의 살인이나 강간도 범죄행위가 될까? 온라인게임에서 가상의 인간을 죽였을 경우, 혹은 가상의 인간을 강간할 경우, 살인죄나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살인이나 강간하는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면 이를 두고 실제 살인이나 강간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질서가 탄생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가상의 아이템을 가상공간에서 훔치거나 빼앗을 경우 현실의 법을 적용해 절도죄로 다루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이뤄진 가상의 범죄라 하지만 현실의 사회 관계가 온전히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가상아이템은 현실사회에서 현실 화폐로 거래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그렇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가상의 인물을 죽인다면 범죄가 될까? 물론 이 경우 가상의 인물이 현실의 인물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실의 인물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와 관련, 최근 미국 법조계엔 흥미있는 논쟁이 진행중이다. 컴퓨터로 합성한 어린이 포르노 영상물에 대한 법적 처리방안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 포르노는 어린이에게 성행위를 시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포르노를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불법행위다.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어린이 포르노가 어린이에게 성행위를 시키기 때문에 범죄가 된다면 실제 성행위를 하지 않은 어린이 포르노는 합법적인 것일까? 이제까지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 화가의 상상으로 어린이 포르노를 그렸다고 어린이에게 실제 성행위를 시켰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관심의 초점은 컴퓨터의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컴퓨터로 이미지를 합성할 경우 실제 어린이를 성행위에 동원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어린이 포르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문제는 컴퓨터로 합성한 어린이 포르노와 실제 어린이에게 성행위를 시킨 어린이 포르노를 구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데 있다.가상과 현실 영역 구분 허물어져가는 시대 진입이런 이유로 미 법무부는 컴퓨터로 만들어낸 디지털 이미지에도 실제 행동을 담은 아날로그 이미지와 똑 같은 법을 적용하려는 것이다.만일 특정한 컴퓨터 합성사진(가상공간의 어린이가 성행위를 하는 것)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다른 여타의 실제 사회의 폭력과 연관된 디지털 이미지를 불법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유보상태다. 미 대법원이 미 법무부의 상고심을 심사하는 올 10월이 돼야 일단락될 전망이다. 1999년 미 법무부는 어린이 포르노 관련법을 수정하려 했지만 9차 순회 항소법원에 의해 수정안 대부분이 기각된 바 있다.섹스산업의 컴퓨터기술의 활용에 대한 우려 속에서 1996년 미 의회는 어린이 포르노 보호법을 마련했다. 어린이 포르노 보호법은 어린이 포르노의 위법성에 대한 적용을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미성년자로 보이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등과 같은 광범한 용어를 이용해 컴퓨터 합성사진에 의한 어린이 포르노도 실제 사람을 이용해 찍은 포르노와 똑같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논쟁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지든 이제 가상과 현실영역의 구분이 허물어져가는 시대로 진입하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