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바이오 투자에 집중, 글로벌마케팅 강화가 과제
대기업들은 생명과학산업에 뒤늦게 뛰어 들었지만 자본력을 바탕으로 생명공학산업의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다.의약으로 대표되는 생명공학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대개 섬유나 화학을 그룹의 모태로 삼았던 기업들이다. 화학산업고도화에 필요한 고분자화학기술이 의약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손쉽게 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대기업의 의약산업진출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만 해도 영세한 국내 전업제약업체들의 영역을 넘본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은 국내 생명과학산업이 살기 위해 대규모자본 투하가 뒤따르는 연구개발로 나가야 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으면서 수그러들었다.99년부터는 신약개발 등 바이오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소스를 발굴하기 위해 바이오테크 벤처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생명과학사업을 그룹의 양대성장축으로 가장 역동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SK그룹이다. 그룹내 SK(주)와 SK케미칼, SK제약 등 3개기업이 생명과학산업을 영위하고 있다.SK케미칼, 국내 첫 ‘신약’허가 쾌거특히 SK케미칼은 지난 99년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의 개발에 성공, 국내처음으로 ‘신약’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SK케미칼 부설 생명공학연구소는 현재 ‘선플라’이외에 또다른 항암제와 만성관절염치료제 신규항암제 발기부전치료제 소염주사제 신규경피흡제제 등을 개발중이다.이 회사는 암관련 단백질을 규명하고 암진단시스템과 치료제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기업 ‘인투젠’도 설립했다. 총 1백10억원이 투자된 이 회사는 서울대 암연구소와 미국 텍사스주립대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이지바이오 등과 합작설립됐다. 이 회사 대표는 ‘선플라’개발의 주역으로 현재도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소장(상무)인 김대기박사가 맡고 있다.SK(주)는 기술수출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간질치료제 YKP509는 99년 존슨앤존슨사에 기술료 4천만달러와 제품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팔았다. 우울증치료제(YKP10A)도 존슨앤존슨사에 4천9백만달러, 로열티 10%를 받는 조건으로 임상 2단계에서 기술판매를 했다.이 두 제품 모두 예상시판시점을 2005년으로 잡고 있다. 우울증치료제는 연 9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세계시장의 5% 정도만 점유해도 연간 판매액 4억5천만달러 가운데 4천5백만달러(로열티 10%기준,한화로 약 5백4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LG화학은 생명과학산업중에서도 의약과 동물의약 식물의약 3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의약 가운데 항감염제와 항암제 순환기계 의약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4월1일부터 LG화학이 3개사로 분할함에 따라 생명과학분야는 LGCI(Chem Investment)에 편입된다. 외자유치 등을 통해 “2002년에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고 2003년에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이 회사관계자는 밝혔다.LG는 지난 94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를 영국계 제약사 스미스클라인 비첨에 3천7백75만달러의 기술료를 받고 판매했다. 팩티브는 지난해 미국 FDA에 신청한 시판허가를 받지 못했으나 조만간 스미스클라인비첨사가 다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사는 특히 연구개발과 마케팅분야에서 외국기업과의 제휴를 적극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생명공학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전공학제품의 마케팅을 독일의 바이오파트너스사와 제휴해 인터페론, 류코젠 등 6개 유전공학의약품을 팔고 있다.LG화학은 현재 절반 이상이 박사급인 생명공학분야의 연구인력을 갖고 있어 연구개발의 인프라를 가장 잘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제일제당, 미생물 발효기술 성과식품회사로 출발한 제일제당은 제약산업 진출초기에 “대기업이면서 드링크류로 돈버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업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식품회사로서 축적한 미생물 발효기술을 토대로 한 각종 항생제원료와 백신 등에서는 일찍부터 연구개발을 진행, 많은 성과를 거둬왔다.미생물 발효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세파계항생제의 핵심기초원료 ‘7-ACA’는 세계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적혈구자극인자로 악성빈혈치료제로 사용되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은 지난해 2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을 내고 있다. 백혈구 증식인자 G-CSF도 상품화되면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제일제당이 세계최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녹농균백신은 수술시 녹농균감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의약품으로 막바지 단계인 임상3상 진입을 준비중이다. 이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6억달러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다른 대기업들도 바이오산업, 생명과학산업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으로 최근 들어 틈새분야에 대한 투자 혹은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로 발을 담그고 있다.항암제 ‘제넥솔’로 유명한 삼양사는 지난 96년에 의약공장을 세우고 의약산업에 본격진출했다. 이 회사는 신약자체보다는 DDS(Drug Delivery System ; 약물전달체계)전문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제넥솔주사제’는 임상이 완료돼 허가가 진행중이며 항암제 치료후 발생하는 구토를 억제시키는 항구토패취의 세계최초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삼성그룹은 그룹내 생명공학관련 기반시설을 통합해 바이오산업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의료원을 중심으로 바이오칩과 바이오인포매틱스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이밖에 또다른 화학업체인 두산 코오롱 한화석유화학과 금호석유화학 등이 중앙연구소에 생명공학 혹은 바이오 연구분야를 강화하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인터뷰 / 송지용 LG화학 기술연구원 생명과학연구소장“연구개발만큼 글로벌마케팅도 중요”▶신약이라도 한국시장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세계적 신약이 조만간 나올 수 있는가.“일단 연구개발이 중요하고 제품개발 후에는 글로벌마케팅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연구개발만큼이나 국내업체가 극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적 기업과 마케팅이나 연구개발단계부터 합작하는 것이다. “▶ 퀴놀론계 항생제처럼 자체개발한 기술을 최종신약으로 상품화하지않고 중간에 기술판매를 하면 돌아오는 과실이 적지 않은가.“물론 연구개발부터 최종제품 마케팅까지 다 해야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약하나 개발하려면 1, 2억달러가 들어가는데다 성공확률도 높지 않아 시장이 작은 한국의 기업으로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4, 5년후면 LG화학을 포함, 일부 업체는 연구개발부터 최종제품의 글로벌마케팅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