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VD(Digital Versatile Disc) 시장이 플레이어와 타이틀 모두 급팽창하고 있다. 미국 가전협회(CEA)는 최근 가전 제품 가운데 가장 급성장한 품목으로 단연 DVD플레이어를 꼽았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도 주요 AV기기 수요 예측 보고서를 통해 DVD플레이어의 시장 전망을 낙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확대돼 지난해 1천6백만대에서 2005년에는 4천만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제품의 수출도 활발하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DVD플레이어를 차세대 수출 주력 품목으로 정하고 전력투구한 결과 지난해 수출물량이 약 5백만대 이상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3백만대 이상을 수출해 생산면에서 세계 메이저급 메이커로 급부상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5백만대와 4백50만대 이상을 수출해 시장 점유율을 30%선까지 끌어 올려 세계 3대 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그렇다면 국내 DVD 보급 사정은 어떤가. 미국 일본과 달리 지난해까지 DVD플레이어나 DVD타이틀 보급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97년 말 IMF 금융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감소로 플레이어 보급이 저조했으며 볼만한 콘텐츠(타이틀)가 부족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지난해 국내 판매 규모는 약 6만∼8만대 정도. 세계 시장 규모에 비하면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산자부 디지털산업과 천영길 사무관은 “DVD플레이어 보급이 10만대 수준도 안돼 산업으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평가했다.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는 국내 DVD 산업의 걸음마 단계였으며 올해를 DVD 원년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영상협회 장윤환 부장은 “올해 들어 DVD플레이어 보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DVD타이틀도 영화를 중심으로 대거 출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산 전자랜드에서 DVD플레이어와 타이틀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A&D전자의 황호영 대표는 “DVD플레이어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약 1백% 이상 늘어나 소비자들의 DVD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DVD타이틀은 용산 전자상가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 위주로 보급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DVD타이틀은 약 6백여편 출시됐으며 올해는 7백여편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워너브라더스 등 메이저급 업체들은 신작 프로를 VCR와 동시에 출시해 보급을 촉진시키고 있다.DVD 활성화에 힘입어 DVD감상실도 관심을 끌고 있다. DVD타이틀 제작업체인 스타맥스는 2호선 건대역 부근에 ‘DVD존’ 1호점 직영을 시작으로 신촌 수원 대전 춘천 등에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DVD감상실은 첨단 디지털TV와 6채널 서라운드 돌비 시스템을 갖춰 기존 비디오 감상실보다 우수한 화질과 음향이 자랑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평일 30∼40여팀(2인 기준), 주말에는 80여 팀이 이용할 정도로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용료는 영화 한편(2시간 기준)에 1만1천원 정도며 2시간이 넘을 경우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특허료 부담, 국내업체 성장 걸림돌국내 시장에 DVD 보급이 확대되면서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DVD플레이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들이 로열티 요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DVD플레이어에 부과하는 특허료가 대당 10%를 상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천 기술이 미약한 국내 기업들은 사업을 중지해야 할 처지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DVD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라이선스 회사는 필립스 소니 파이오니아 도시바 히타치 마쓰시타 미쓰비시 등이 있다. 올해 약 1천만대를 수출해 세계 시장의 30%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엄청난 로열티 부담으로 발목 잡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또한 DVD타이틀 출시가 증가했지만 대여 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DVD 보급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다. 기존 VCR의 경우 전국에 산재한 대여점이 있지만 DVD타이틀은 소수의 판매 위주 매장이 용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DVD타이틀이 VCR처럼 대여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것은 각 가정마다 DVD플레이어 보급이 1%에도 미치지 못해 채산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적어도 DVD플레이어 보급이 30% 이상은 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DVD는 선명한 화질은 물론 영화관과 같은 웅장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따라서 DVD플레이어만으로는 DVD를 실감할 수 없다. 6채널 스피커와 앰프로 구성된 홈 시어터를 갖추는데 최소한 2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점도 일반 가정에 DVD 보급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한편 DVD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데이터의 저장 수단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D-ROM의 7배, 3.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약 3천2백배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다양한 용도로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즉 영화를 수록하는 DVD-Video, 사진 게임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보관하는 DVD-ROM, 한번만 기록할 수 있는 DVD-R, 여러번 기록할 수 있는 DVD-RW 등 응용 범위가 다양하게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