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직배사 블록버스터가 주류 … 올해 7백여종 출시 예정

DVD플레이어, 앰프, 스피커, 대형 TV까지 빵빵하게 갖췄다. 뿌듯하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갖췄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내용물, 즉 DVD타이틀이다.DVD타이틀은 영화가 주종을 이룬다. 이밖에 뮤직비디오, 클래식 공연, 게임, 교육 교재 등도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상태. 국내에서는 워너, 컬럼비아, 폭스, 브에나비스타 등 외국 직배영화사와 새롬, 비트윈, 스펙트럼 등 국내 제작업체에서 영화 타이틀을 공급하는 가운데 CJ엔터테인먼트 등이 새롭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나온 DVD타이틀은 약 6백여종, 올 한해 약 7백여종의 작품이 새로 출시될 예정이다.DVD타이틀 시장은 대여 시장과 셀스루(Sell Through)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아직까지는 셀스루 시장의 비중이 훨씬 크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국내 DVD 시장 자체가 아직 형성단계인 만큼 셀스루의 유통 경로도 제작사별로 제각각이고 체계적이지 않다. 워너 홈 비디오 이현렬 지사장은 “DVD타이틀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영상물에 대한 셀스루 시장 개념이 없었다”며 “유일하게 ‘소장’ 습관이 정착된 상품은 음악용 CD뿐”이라고 말했다.DVD타이틀 제작사들은 가격을 더 낮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영화도 소장하는 것’이라는 습관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워너의 경우 출시된 DVD타이틀의 60%가 음반 도매상을 통해 팔린다. 인터넷 쇼핑몰도 주요 판매망 중 하나다. 브에나비스타 김우영 과장은 “킴스클럽 까르푸 이마트 등 할인점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폭스는 국내 제작 유통사인 비트윈에서 유통을 대행하고 있다.DVD타이틀 제작사들은 가격을 더 낮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영화도 소장하는 것'이라는 습관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DVD 시장 조성에 대해 플레이어 업체들은 ‘타이틀이 다양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타이틀 업체들은 ‘플레이어 보급이 먼저 이뤄져야’ 시장이 무르익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형국인 것이다.대여시장은 셀스루보다 더 초기단계다. 현재 DVD타이틀 대여점은 비디오 대여점인 영화마을의 가맹점 중 2백여군데(하지만 아직 워너 출시 타이틀밖에 없다)와 복합문화매장인 씨큐브 클럽의 4개 매장, 그리고 온라인 DVD 대여점 등이 전부다. 씨큐브 클럽을 운영하는 CCC코리아의 홍정화 사장은 “99년부터 DVD 판매와 대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여는 적자”라고 말했다. 99년11월 처음 대여를 시작했을 때 월 매출은 고작 20여만원 정도였다고 덧붙였다.대여시장에서 DVD타이틀 한 개가 최소한 10회전(10번 이상 대여되는 것)은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DVD타이틀의 대여율은 이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씨큐브 클럽에서 DVD타이틀 대여 코너를 유지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투자차원에서다. 홍사장은 “대여 수입은 극히 적지만 매월 꾸준히 매출이 오르는데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지난해 말 주요 직배사들은 연합 또는 단독으로 일제히 대여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기 등 여러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된 후 워너와 영화마을이 제휴해 먼저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영화마을 체인 비디오 대여매장 중에는 대형 스크린과 서라운드 스피커를 갖춰 놓고 DVD타이틀을 ‘시연’하는 곳이 많아졌다. 워너와 영화마을 체인의 계약 내용은 RSS (Revenue Sharing System : 대여료 분배) 방식이기 때문에 매장 주인 입장에서도 별 부담이 없다. 워너측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지만 이지사장은 “시장 선점 차원의 투자”라고 말했다.주요 직배사, DVD대여사업 제휴 돌입한편 직배사들이 블록버스터 위주로 DVD타이틀을 출시하는 가운데 국내 영화의 DVD타이틀 출시율은 극히 낮다. 영화를 뛰어난 음질과 화질을 갖춘 DVD타이틀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색 보정은 물론 디지털 음향을 새로 입혀야 한다. 또 DVD팬들은 특수효과 제작 과정, 메이킹 필름 등을 담은 스페셜 피처(Special Feature)를 원하기 때문에 이것을 따로 만들어 넣어야 한다. 그러나 제작비를 회수할 길이 없어 제작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DVD타이틀은 대형 서점, 음반점, 하이마트와 테크노마트, 용산 등의 일부 전자상가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대여가격은 1천∼3천원선, 판매 가격은 장소에 따라 편차가 크다. 종류에 따라 1만∼3만3천원대, 평균 2만3천원 수준이다. 국내에서 출시된 것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해외에서 직수입한 뮤직비디오나 클래식 등의 가격은 비싸다.DVD 타이틀은 구입할 때는 먼저 지역 코드를 확인해야 한다. 한글 자막이 있는 것은 코드 3이다. 제공되는 음향내용도 다르다. 완벽한 극장식 음향을 지원하는 타이틀의 경우 뒷면에 DTS(Digital Theater System), 입체음향을 지원할 경우 돌비디지털 5.1(DD5.1)이라고 표시돼 있다.마니아들은 외국 온라인 쇼핑몰도 자주 찾는다. 국내 출시 DVD타이틀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보다 엄격한 국내 심의 기준 때문에 국내에서는 출시 불가능한 영화가 많은 것도 외국 쇼핑몰을 찾는 이유다. 그리고 국내 출시 타이틀이 값은 저렴하지만 화질이나 음향 등에서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DVD타이틀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천리안, 하이텔 AV동호회, 인터넷 동호회(www.freechal.com/deps myhome.netsgo.com/wahaha/dvd), 직배사 및 국내 제작사 홈페이지, 온라인 DVD쇼핑몰(www.dvd.co.kr www.dvdtitle.co.kr) 등.인터뷰이현렬 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 지사장“플레이어 업체와 공동마케팅 펼쳐야 시너지”업계에서는 ‘2001년을 DVD 원년’이라고 부르고 있다.DVD타이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업체와 타이틀 제작사가 공격적으로 공동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데 지난해까지는 시장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머뭇거리는 자세를 취했다. 올해는 플레이어 보급대수가 약 10만대 이상 증가하고 로컬사와 직배사들이 속속 DVD타이틀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국내에서 출시되는 DVD타이틀을 대만에서 제작하는 이유는.국내 DVD타이틀 제작업체들은 대만의 인포디스크라는 회사에서 찍어낸다. 이에 대해 값이 저렴하니까 대만에 맡겨 질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미국 본사에서 마스터를 만들기 때문에 품질은 차이가 없다. 국내 업체 가운데에서 관심을 갖는 곳이 있지만 아직까지 대표적인 회사가 없다. 인포디스크는 전세계 DVD타이틀 시장점유율의 40%를 차지한다.대중화 시기를 언제로 보고 있는지.2003년이면 DVD타이틀이 현재 5백50만장 수준인 비디오 대여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생각한다. 플레이어는 1백만대 보급을 예상하고 있다.공격적 마케팅이 시장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했는데 워너의 계획은.지난해 프로모션에 10억원을 사용했고 올해도 비슷한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20억원, 올해는 35억원을 예상한다. 미 워너 본사의 DVD타이틀 시장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