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위에 또 하나 모니터’ 수출계약 쇄도 … 보조모니터 e비즈 아이디어도 대박 예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낮에는 네바다사막을 건너온 뜨거운 바람과 적막감 뿐.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모든 것이 바뀐다. 네온사인과 함께 도시는 잠을 깬다. 차량의 물결이 넘치고 불화산이 폭발한다. 스핑크스의 호위를 받는 피라미드호텔을 비롯해 거대한 호텔들이 위용을 드러낸다. 영화 <쇼걸 designtimesp=20783>에 나오는 현란한 공연들이 수십개의 호텔에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대박의 꿈을 가진 사람을 빨아들이는 곳. 이곳은 세계적인 전시회를 통해 비즈니스맨들을 흡수하는 또다른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다.지난해 11월 이곳에서 열린 컴덱스쇼도 그중 하나. 첨단 전자제품의 경연장인 컴덱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1백50개국에서 2천여 업체가 출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주변기기 분야의 첨단기술을 뽐냈다.이곳에 한국의 중소기업이 희한한 제품을 출품했다. 전시관 한쪽 귀퉁이에 있는 이 업체의 부스에는 각국의 바이어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디즈니랜드에서 온 바이어, 미국 국방부에 납품하는 업체의 사장 등. 이들의 반응은 비슷했다.‘판타스틱(Fantastic)’‘터리픽(Terrific)’‘쿨(Cool)’ 등. 몇몇 바이어들은 정말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냐고 물었다. 일부 바이어들은 대량주문할 테니 곧 납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 납품업체 임원은 다음날 현역 대령과 함께 다시 찾기도 했다. 월트디즈니는 자사의 전시관에 이 모니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티은행은 온라인뱅킹 시스템에 채택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대답은 ‘아직은 곤란하다(Not yet)’였다.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며 오히려 이들을 설득했다.보조화면 결합 ‘따로 또 같이’ 사용 가능서울 양재동에 있는 탑헤드닷컴(대표 이은석). 일동제약 빌딩 2층에 있는 이 회사는 신기한 모니터로 외국바이어를 안달나게 만든 장본인이다. 생산제품은 컴퓨터 모니터. 제품명은 ‘탑헤드’. 하지만 일반 제품과는 다르다. 화면이 2개다. 큰 화면과 그 위에 작은 화면이 있다. 보조화면에는 각종 메뉴들이 뜬다. 큰 화면과는 별개로 사용할 수 있다. 주화면은 인터넷검색이나 문서작성을 하고 보조화면으로 또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은행직원들은 컴퓨터작업을 하면서 보조화면으로 지점내의 안전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교도소 내부를 감시할 수 있고 병원 역시 각 병동의 상태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보조모니터를 통해 홈쇼핑, 인터넷뱅킹, 사이버트레이딩, 게임, 뉴스 등을 즐길 수 있다. 국가별로 대표적인 기업과 금융기관 뉴스 여행정보 등을 검색할 수 있다.모니터에는 TV수신장치와 PC카메라도 달려 있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볼 수 있다. 이 제품이 개발되자 각국에서 샘플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가을 컴덱스에서 구두로 요청받은 모니터만 수백만대에 이른다.폭발적인 관심을 모으자 이 회사는 정문정보를 통해 모니터를 생산키로 했다. 정문정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제품을 생산하는 한국기업이다. 대신 탑헤드닷컴은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전념하겠다는 것. 12명의 전문 연구개발인력과 조선대 동강대 목포과학대 수원대 등에 있는 대학교수 18명을 기술자문위원으로 두고 있다. 변호사와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10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1백여개국에 특허도 출원했다.인터넷 관련 지식재산권 35건 달해울산대 공대를 나온 이은석(45) 회장은 지난 88년부터 퍼스널컴퓨터 분야에서 일을 했다.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아 주가분석 소프트웨어와 전자사서함 등을 개발했다. 대만과 중국을 통해 퍼스널컴퓨터를 조립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다 96년 탑헤드정보통신을 출범시켰다(작년 2월 탑헤드닷컴으로 회사명을 변경).이후 모뎀과 웹트레이딩시스템,인터넷솔루션을 속속 개발했다. 인터넷방송, 인터넷 증권정보 속보방송, 모뎀 등과 관련해 출원한 지식재산권은 모두 35건.그 자신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자다. 그는 탑헤드 모니터의 상용화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 12년 동안 종사하면서 맺은 결실”이라며 “오는 6월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가면 올해 판매량만 10만대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모니터를 탑헤드 제품으로 교체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바꿔’를 부른 이정현씨와 광고모델 계약도 맺었다.이 회사의 목표는 단순히 모니터만을 파는 게 아니다. 이 제품을 이용한 독특한 비즈니스모델로 승부를 걸겠다고 덧붙인다. 보조모니터의 사이트에 각국의 주요 기업을 입점시켜 이들로부터 입점료를 받겠다는 것. 예컨대 국별 메뉴를 만들고 해당 국가를 클릭하면 대표적인 기업 등이 나타나는 형태다. 아예 해당 기업이 항상 떠있게 구성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보조모니터에 항상 광고를 할 수 있는 셈이다. 화면의 조그만 부분에 잠시 나타나는 기존의 인터넷 배너광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입점료 수입이 늘어날 경우 모니터가격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지난해 매출은 2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생산해 주문을 제때 소화하느냐는 것이다. 사업이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55명인 직원을 내년까지 2백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섰다. (02)3462-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