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을 목격한 사원은 누구에게 제일 먼저 연락해야 하나. 한국에서라면 직속상관 → 사장순으로 보고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CCP에는 PR대행사 위기관리담당자나 자사의 홍보담당자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하도록 돼 있다. 사장에게 먼저 보고할 경우 초기 위기관리 타이밍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서클라인(Circle Line)의 CCP에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즉시 PR대행사인 PT&Co에 알린다. 그리고 A 또는 B와 통화한다. 만약 그들이 없을 경우에는 PT&Co 사장인 C 또는 위기관리 부서장인 D와 통화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만약을 대비해 4명의 담당자와 집 전화번화까지 열거돼 있다.실제 94년9월12일 서클라인 유람선이 해변(뉴욕주)에서 갑자기 기관총 공격을 받고 독일인 여행객 한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연히 제일 먼저 서클라인의 PR대행사인 PT&Co에 연락이 되고 PT&Co는 즉시 피해자 조사, 언론보도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시의적절한 위기 대응을 했다. 무엇보다 PT&Co는 서클라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던 위기 커뮤니케이션 핸드북에 따라 위기 관리를 수행했다. 이 결과 인명피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서클라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한편도 나오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 수주 후에는 서클라인의 사업이 오히려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CCP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기본으로 구성돼야 한다. 첫째, 위기관리팀의 구성안이다. 위기관리팀에는 PR전문가 뿐만 아니라 법률, 인사, 생산, 경비, 데이터 처리, 마케팅, 공공문제관리(Public Affairs) 등의 관련 부서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 팀장은 어떠한 결정이라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둘째, 위기관리본부(Public Relations Emergency Headquarter)의 설치 운영안이다. 위기관리본부는 보통 홍보실에 설치해 홍보실장이 지휘감독하는데, 위기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언론, 피해자, 지역주민, 소비자, 정부, 사원 등에게 일관되고 충분하면서도 정확하게 유출되도록 관리한다. 그리고 안내센터를 세워 외부로부터의 문의사항에 대답하고 악성 루머를 통제한다.셋째, 사건 현장에는 기자의 언론 보도를 도와주는 언론정보센터(Media Information Center)를 만든다. 센터에는 반드시 덕망있고 대외신뢰도가 높은 고급간부급 대변인을 둔다. 가능하면 몇몇 직원을 지정해 기자들을 위험지역이나 통제지역에 함부로 출입하는 것을 통제하고, 취재요청이 있으면 이들로 하여금 기자를 안내하도록 한다. 97년 대한항공 괌사고시 그 현장은 처참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바로 이런 위기 커뮤니케이션 계획에 의해 현장을 통제했고, 그 결과 피해자 가족을 자극하는 감정적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넷째, 위기 담당 대변인과 부대변인을 미리 선정해 하나의 일정한 톤으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한다. 위기의 유형에 따라 대변인을 별도로 지목할 수도 있는데, 법적 문제라면 변호사가, 의료사고라면 의사가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만약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최고경영자(CEO)나 행정기관 기관장이 직접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서클라인 사고에서도 사장이 직접 나섰다. 이 경우 위기관리팀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미디어 훈련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한국 기업에서는 중역이 사고를 당하면 바로 어느 어느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 계획에는 홍보실무자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는 사항은 없다. 중역이 사고를 당하면 사원들이 동요하고 주가가 떨어지고 부정적 소문이 발생한다. 홍보전문가는 이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고 즉시 사원, 주주, 소비자, 언론 등을 대상으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느냐를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계획을 지닌 기업이라면 앞으로 이류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PR경영’은 이번호(275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