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년 설립돼 56년 동안 한국의 간판급 건설회사로 국내외를 누볐던 동아건설이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법원이 지난 3월9일 동아건설의 회사정리절차 폐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법정관리에 대한 꿈을 접고 사실상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법원이 3월9일 동아건설의 회사정리절차 폐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사실상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이제 동아는 어떻게 처리되고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어떤 방식으로 풀려나갈 것인가.법적으로 보면 동아건설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2주 이내에 항고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항고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이다. 항고를 하려면 채권액(최대 5조원 추정)의 5%를 공탁금으로 내야 하는데 자금난에 허덕이는 동아건설이 주어진 시간 안에 그만한 돈을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건설은 법원의 최종 파산선고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형편이다.물론 법원의 파산선고가 떨어지더라도 회사 자체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법상 법인으로서의 실체가 당장 소멸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동아가 지닌 유·무형의 각종 재산을 돈으로 평가해 관련된 채권자들에게 나눠줄 때까지는 법적 실체가 유지된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파산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는데는 보통 3∼4년이 걸린다.파산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도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쟁력이 있는 동아의 사업부문은 가능하면 영업양도 등의 방법으로 M&A를 시도하겠다는 것이 파산부의 기본입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파산선고된 신화건설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 회사의 파산관재인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등 3∼4개국의 외국 건설업체로부터 해외건설사업부문에 대한 매입 의뢰를 받아놓은 상태다.또한 법원은 동아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폐지결정을 내리면서 리비아 대수로공사는 파산절차 과정에서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나 채권단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공사를 마무리짓는 게 리비아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보다 금전적인 손실이 적고 정부도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신인도 하락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다소의 분쟁소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리비아도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른 건설업체를 새로 투입할 경우 공사기간이 그만큼 늦어지고 공사금액도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동아건설의 부도로 이미 계약해지 요건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가 이를 행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그렇다면 과연 어떤 회사가 대수로공사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심이다. 가장 유력한 곳으로는 대한통운이 떠오른다. 동아건설에 6천9백억원을 지급보증한 대한통운이 동아측의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남은 공사를 마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통운은 대수로공사를 맡은 동아건설 컨소시엄에 대해 13%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리비아가 13억달러의 정리채권을 법원에 신고해 둔 상태여서 부담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대한통운이 대수로공사를 위해 별도회사를 설립하거나 자체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동아건설이 파산상태에서 잔여공사를 끝마치는 방안도 거론되기는 한다. 이럴 경우엔 공사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실체가 사라지고 있는 회사를 믿고 리비아측이 받아들여줄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장의 인력 및 장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어쨌든 리비아 대수로공사는 동아건설의 파산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건설업체에 의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