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미국·일본경제가 침체를 보이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도쿄증시그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양대국인 미국경제와 일본경제가 침체를 보이면서 국제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림에 따라 앞으로 이들 국가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심이 되고 있다.지난 91년3월 이후 무려 10년간 장기호황으로 세계 모든 국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미국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가 세계 소득(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려대로 미국경제가 경착륙된다면 곧바로 세계경제의 침체를 의미한다.한마디로 미국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가 연착륙과 경착륙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두가지 기준에 의해 판단된다. 하나는 성장의 질이 얼마나 건전한가와 다른 하나는 기존의 성장동인이 약화될 무렵에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선제적인 정책운용 능력의 확보 여부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는 구경제에서 신경제(New Economy)를 지나 ‘골디락스(Goldilocks, 영국 전래동화의 이름) 경제’라 불릴 만큼 세계 어느 국가보다 성장의 질이 건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정책운용면에서도 부시 정부 시절 미국경제는 기존의 성장동인이었던 구조조정(제1기, 91년3월∼95년2월), 강한 달러화 정책(제2기, 95년3월∼98년8월), 첨단기술업종(98년9월∼현재)이 혼합돼 그 시너지 효과에 의해 성장세를 지탱해 나가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결국 미국경제는 90년대 초의 유럽경제, 최근의 일본경제처럼 장기간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경기순환적인 관점에서 최근처럼 미국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제주체들의 불안한 심리다. 다시 말해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얼마나 안정시키느냐가 관건이다.미국경제, 하반기 2~3% 성장 예상최근 들어 부시 정부와 FRB가 취하는 정책에서 이런 대목을 엿볼 수 있다. 지난주 잇따른 의회 증언을 통해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경제의 건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부시 정부도 세금감면책을 앞당겨 미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줌으로써 경제심리를 안정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이런 점을 감안해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은 올 상반기 1∼2%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가 하반기 들어 2∼3%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미국경제는 하반기 이후 연착륙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미국경제에 이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일본경제와 관련해 두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3월 위기설이 가시화될 것인가와 다른 하나는 일본경제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의 여부다.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3월 위기설의 실체는 이렇다. 현재 예상으로는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일본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전후 ‘최악’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이런 추정이 현실화될 경우 닛케이 지수는 10000선이 붕괴되면서 대부분 일본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부족문제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문제는 일본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문제를 보존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할 경우 유동성 부족 문제가 여타 아시아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또한차례 혼란을 겪게 된다는 시나리오다.현재 일본 정부는 이런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주말 긴급경기부양대책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주로 미시적인 정책이 주가 되고 있어 침체를 보이고 있는 일본증시와 경제를 회복시키기에는 벌써부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앞으로 일본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일본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 대내외적으로 땅에 떨어진 일본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런 점에서 모리 이후에 누가 총리가 되느냐가 관심이 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모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다.정부, 엔 대출 회수가능성 염두둬야경제적으로는 국민소득(GDP) 기여도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 국민들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소득이 발생하면 대부분 저축해 민간소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정책수단면에서도 93년 하반기 이후 17차례에 걸친 10조엔 이상의 대대적인 경기부양대책으로 국가채무가 GDP의 1백32%에 달해 재정정책면에서 여유가 없다. 금리도 이미 물가를 감안하면 마이너스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증시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앞으로 일본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많은 변화가능성을 예고한다. 그 중에서 엔화 가치가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에 유념해야 한다. 이미 일본 자체적으로는 경기부양 차원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한 상태다. 최근 들어 국제통화질서에서도 미 달러화와 유로화가 부각되고 있고 아시아 경제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에 대한 보유심리는 갈수록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무엇보다 수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2 교역국으로서 일본경제 침체와 엔/달러 환율의 천수답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대일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부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일본으로부터 수입선이 한국으로 바뀔 경우 반사적 이익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으나 그럴만큼 우리가 일본과의 수출경합관계가 높은 편은 아니다.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회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규모가 40억달러인 점을 들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제고리대금업을 통한 엔화 차입분 등을 감안하면 의외로 클 가능성이 높다.97년11월 이후 일본 금융기관들이 당시 정부가 파악한 규모보다 훨씬 많은 일본계 자금들을 미국·유럽계 자금보다 앞서 대출 회수에 들어간 것이 외환위기를 당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적이 있다. 현 시점에서 정책당국자의 섣부른 낙관론보다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