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없이 30시간 녹화 가능 … 원격제어·인터넷 접속 기술 ‘독보적’

현재 우리는 공 비디오테이프 1개로 4시간 분량의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다. 만약 하루 24시간을 계속 녹화하려면 테이프 6개를 준비해야 하고 매번 갈아 끼워야 한다. 그러나 테이프를 쓰지 않고도 최고 30시간 분량을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비디오 녹화기’가 머지않아 우리 안방에 들어온다.이런 차세대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PVR:Personal Video Recorder)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벤처기업이 있다. ㈜디지털앤디지털(www.digital-digital.com)이 바로 그 주인공.디지털앤디지털은 디지털TV 수신 셋톱박스, PC카드 등 디지털TV 관련 제품과 NiPC 등의 차세대 디지털 멀티미디어 관련 제품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다. 지난 99년 설립돼 현재 MPEG, RTOS, 그래픽, ADSL, ATM, DAVIC, DSM-CC 등 디지털 정보가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디지털앤디지털은 지난 98년 말부터 2년간 50억원의 연구개발비와 연구인력 20명을 투입, 2년만에 PVR를 개발했다. 이를 미국과 유럽시장에 본격 시판할 참이다.PVR는 30GB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별도의 테이프 없이 디지털 방식으로 최고 30시간 이상 방송녹화가 가능한 차세대 디지털 셋톱박스다. 기존 아날로그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물론 위성방송까지 모두 수신할 수 있다. TV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음악 전자상거래 비디오 게임 등 방송망을 통해 가정에 제공되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다.또 생방송중인 프로그램도 마치 녹화된 프로그램같이 되감기, 중지, 고속감기 등 VCR처럼 제어할 수 있다. 여기에 인터넷 웹브라우저를 장착하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방송과 홈뱅킹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및 주문형비디오(VOD), 홈쇼핑, 가상현실, 디지털방송 등 쌍방향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방송정보 서비스(EPG)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방송정보를 받아 원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저장해놓고 간단한 리모컨 조작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프로그램명을 검색해 예약녹화도 할 수 있다. 원격지에서 핸드폰이나 인터넷으로도 예약녹화가 가능하다.PVR는 현재 전세계에서 소니와 필립스 파나소닉 샤프 등 4개 업체만이 지난해 개발해 시판했다. 현재 삼성전자 대우전자 LG전자 등 가전 3사도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제품은 단순한 녹화기능만 탑재한 수준이다. 이와 달리 디지털앤디지털의 제품은 원격제어 및 인터넷 웹서비스까지 가능한 점에서 세계 최초다. 그 결과 PVR 분야에서 명실공히 기술 선도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디지털앤디지털은 이 제품을 올해 초 미국 유럽 중국 등 전세계 15개국의 신제품 로드쇼에 출품해 현재 본격적인 수출 협상을 진행중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PVR 시장이 본격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에서 티보(TIVO)사와 리플레이TV사가 각각 소니와 필립스 파나소닉에서 각각 OEM으로 공급받아 미국에서 시판 및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디지털앤디지털의 PVR는 기술이나 가격에서 이들 외국산 제품보다 두배 이상 경쟁력이 있다. 가장 저렴하다는 소니의 기본형이 7백달러인데 반해 이 회사 제품은 고급 기능을 갖추고도 3백달러 정도다.TV수상기가 성장률이 둔화되는 반면 PVR의 시장수요는 미국에서만 내년까지 약 7백만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현지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2005년까지 미국전체 가구의 15%에 해당하는 1천6백만가구가 PVR를 보유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와있다.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PVR가 전세계에 걸쳐 필수 가전제품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미국 가전업체와 위성방송사업자, 인터넷기업들의 PVR 시장 러시가 시작됐다.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앤디지털이 기존 PVR에 인터넷 접속 및 원격제어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개발해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선진국들에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던 PVR의 국내기술 수준을 세계 으뜸으로 올려놓아 이 분야의 기술을 1년 이상 앞당긴 셈이다.산학연 컨소시엄 구성, NiPC 개발 진행디지털앤디지털은 현재 30명의 직원중 부설연구소의 연구 인력만 20명. 이들이 지난해 개발한 무궁화 위성 수신 ‘PC-카드’는 유럽 최고의 정보통신전문 매체인 텔레 새털라이트지에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소개될 만큼 주목받았다. 이 제품으로 지난해 30억원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렸다.또 IMT 2000 환경에서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수신할 수 있는 차세대 개인용 멀티미디어 이동 단말기(NiPC) 개발 과제도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중이다.디지털앤디지털은 티보사처럼 프로그램가이드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콘텐츠 프로바이더인 (주)이피지라는 회사를 설립해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게 했다.이와 함께 PVR와 위성 및 데이터방송 복합제품으로 티보를 능가하는 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제품도 4월 시스템 구축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02)3497-7900인터뷰이규택 사장“응용제품 다양화로 시장 선점 자신”“PVR는 디지털방송 수신기의 옵션이 아니라 차세대 VCR 및 인터넷 셋톱박스, 홈서버로서 디지털 가전의 새로운 부문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이규택(35) 디지털앤디지털 사장은 “PVR는 포춘지가 ‘소비자 가전분야 새천년 최초 히트작’으로 호평했을 정도로 10년안에 기존 TV를 대체할 것”이라고 장담한다.궁극적으로는 TV와 모니터, 셋톱박스와 PC가 일체화 되겠지만 앞으로 20년내에는 가정에서 PC모니터를 TV 겸용으로 시청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이사장의 생각이다. 더구나 PC용 PVR의 기능은 TV용 PVR와 거의 같지만 PC 마더보드에 카드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TV용 셋톱박스에 비해 최소 두배 이상 올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앤디지털이 개발해낸 TV용 PVR의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서울대학원 제어계측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받던 이사장이 지난 91년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은 대우전자 영상연구소. 박사학위를 받던 95년엔 ‘대우그룹 발명왕상’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운 재직기간 동안 5백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을 만큼 총망받던 ‘대우맨’이었다. 디지털TV사업부에서 팀장급 책임연구원으로 있던 99년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게 디지털앤디지털이다.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위성수신카드에서 최첨단 PVR까지 모든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했다.“PVR시장 규모는 앞으로 2년내 전세계적으로 1천만대가 넘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가 개발한 PVR는 선진국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어 높은 시장 점유율이 기대됩니다.”이와 함께 현재 개발에 성공한 PVR가 기본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생상품이 가능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신제품이 속속 나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중국 시장도 공략중이다. 중국 3대 가전회사중 하나인 TCL사와 VCR 생산 대신 PVR를 중국에서 제조, 시판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디지털 가전의 혁명을 일으킬 첨단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겠습니다.”기술력으로 자신감에 불탄 ‘디지털맨’ 이사장이 던진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