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작가 조르주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위험한 매력을 가득 담은 베티와 사랑에 빠진다. 커다란 눈에 도무지 감 잡을 수 없는 깊은 감정의 폭을 가진 베티. 우연히 조르주의 작품을 읽게 된 베티는 작가인 조르주보다 더 그의 작품에 매달리지만 정작 조르주는 자신의 글에 회의적이다. 그와의 생활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베티는 그런 조르주가 못마땅할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베티가 그토록 원했던 임신이 상상임신임이 밝혀지자 베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과 조르주를 파멸시키기 시작한다.<베티 블루 designtimesp=20817>. 영화보다 전국 수십만 곳의 카페에 걸려있을 푸른색의 포스터로 더욱 유명한 영화. 80년대 소위 누벨 이마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면서 레오 까락스와 함께 프랑스 영화계를 이끌어가던 장 자크 베네의 대표작이기도 한 <베티 블루 designtimesp=20818>는 마치 그림 엽서를 보는 듯한 깔끔한 화면과 타이틀 롤을 맡은 베아트리스 달의 강렬한 이미지가 기억에 남는 영화이기도 하다. CF 감독 출신 박성일 감독의 데뷔작인 <그녀에게 잠들다 designtimesp=20819>는 바로 이 <베티 블루 designtimesp=20820>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영화 역사상 기억에 남을 캐릭터인 베티의 한국판인 수빈 역은 <거짓말 designtimesp=20821>의 히로인 김태연이 맡아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근원을 알 수 없지만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수빈(김태연)과 아마추어 작곡가인 재모(이주현). 두 사람의 사랑이 겪는 여정은 베티와 조르주의 것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플롯의 순서나 캐릭터의 설정은 물론 하다 못해 자동차 트렁크에서 선물을 꺼내는 장면처럼 사소한 디테일까지 <그녀에게 잠들다 designtimesp=20824>는 <베티 블루 designtimesp=20825>의 모든 요소들을 똑같이 복사해 내고 있다.하지만 바로 이 맹목적인 벤치 마킹이야말로 이 영화가 실망을 넘어 관객의 분노를 사는 최악의 실수가 됐다. 한치의 새로운 해석도 없이 그저 깨끗하고 예쁜 화면만을 잡아내려는 이 영화의 아집은 진부하다 못해 경멸스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주인공 남녀의 파격적인 심리 묘사가 <베티 블루 designtimesp=20828>의 관건이라는 점에 지나치게 시달린 나머지 원본이 가진 독특한 정서는 겉도는 이야기 속에서 도무지 이해도 수긍도 되지 않는 말 그대로의 파행으로 변질됐다. 정열과 허무를 동시에 포착해 내던 베아트리스 달과 어딘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따뜻함을 소유한 장 위그 앙글라드를 흉내내기에 두 배우는 아직 멀어도 한참 먼 풋내기같이 보인다.하지만 진짜 풋내기는 바로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감독 본인이다. 영화의 리메이크란 단순히 이야기나 그림을 복사하는 게 아니다. CF 감독의 경력이 모던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꽃분홍 화면을 뽑아 내는 데 도움이 됐을 지는 몰라도 이야기에서 캐릭터 구성까지 모두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이 무모한 리메이크는 감독의 바닥난 재질을 자랑할 뿐이다. 정말 극장에서 잠들고만 싶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