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유동성 문제 해결되면 호황기에 4조원대 돈벌이 가능

DRAM 반도체산업은 지난해 10월 경기피크를 친 후 5개월째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DRAM경기는 화끈했던 상승기가 너무 짧게 끝나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하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DRAM업종은 경기하락기엔 전형적으로 재고누적, 가격속락, 적자지속, 감산논의, 덤핑제소, 재고감소, 가격반등 등의 패턴이 나타난다. 최근 북미지역 현물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지역 현물가격은 월초에 반등 후 다시 하락해 횡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금융가를 중심으로 반도체경기 바닥론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여전히 하강기다. 경기바닥이 나오려면 수요가 살아나 재고가 줄어 가격이 반등해야 되는데 주 수요처인 PC업계의 상황은 업체간 구조조정이 거론될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DRAM업계 재고도 6∼8주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D램 경기 반등, 짧게는 13개월 길게는 17개월 걸려2001년들어 이번 경기 하락의 모멘텀을 제공했던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미국 금리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인하되고 있다. 1945년 이후 9차례에 걸친 미국경기 사이클 가운데 경기하강국면은 평균 11개월이었으며 미 연준의 금리인하와 반도체경기 반등은 1년 정도 시차가 있었다.통상 DRAM경기침체는 1∼2년씩 지속되는데 이번 침체는 1년 정도 하강으로 경기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공급측면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생산라인을 새로이 건설한 업체가 없고 상위업체의 구조조정이 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하강국면에서는 일본 하위업체와 미국의 TI사, 한국의 LG가 구조조정을 당했다.수요측면을 보면 주 수요처인 PC는 한 자릿수이지만 성장하고 있다. DRAM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한 것은 DRAM주식에는 치명적인 악재이지만 그리 비관할 일도 아니다. DRAM가격 폭락은 2∼3분기 뒤에는 수요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PC업체는 메모리 가격이 3분의1 토막 났기 때문에 64메가 대신 1백28메가를 써도 원가부담이 없다. 과거 DRAM 경기는 피크를 보인 후 다음 사이클의 반등까지는 짧게는 13개월, 길게는 17개월이 소요됐다. DRAM업계의 수급상황과 전세계 IT산업의 본고장인 미국경기를 고려하면 이번 경기사이클의 반등시기는 2001년9월∼2002년1월께로 추정된다.반도체업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이번 경기의 바닥은 현대전자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이 바닥이다. 세계시장의 공급과잉이라고 해봐야 10%대인데 세계시장의 17%를 차지하는 현대가 정리되면 세계시장은 일거에 공급부족으로 돌아서고 다시 ‘살아남은 자의 축제’가 시작된다.현대전자의 생산능력은 세계 1위이고 기술력도 삼성과 차이가 난다고 해봐야 2∼3분기정도의 시차다. 지난 2년간의 호황기동안 삼성전자는 9조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부채문제로 고전하는 현대전자도 차입금을 절반만 줄여주면 다음 호황기에 승산이 있고 적어도 4조원대의 돈벌이는 가능하다.문제는 매출액의 87%에 달하는 차입금과 13%에 육박하는 금융비용이다. 이는 애초부터 빚 많은 두 개 회사를 억지로 합친 데서부터 시작됐지만 이젠 엎질러진 물이다. 1차적으로는 구조조정을 미룬 현대에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지금은 몸 사리기가 아니라 벤처마인드로 현대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4조원을 투입해 은행권 구조조정을 마쳤지만 현대전자가 문제가 되면 7조8천억원이 날라가게 되는데 이 경우 한국의 어떤 여신기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반도체경기는 길어도 2∼3년이면 다시 호황기에 들어선다. 언제 뜰지 모르는 벤처기업에도 수천억원씩 투자하는데 2∼3년 내에 원본 회수가 가능한 투자라면 해 볼 만하다.금융기관, 현대전자 살리기 긍정적 검토 필요‘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를 병 걸렸다고 옆집에 똥값으로 바겐세일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외국인에게 매각한들 영악한 국제투자자들이 과잉부채를 그냥 덥석 안을리는 만무하고 금융기관에 고통분담을 요구할 건 뻔하다. 이럴 바에야 어차피 국민부담인데 벤처투자하는 셈치고 우리 연기금들이 사 버리는 건 어떨까.만약 현대전자를 외국인에게 바겐세일하면 이제 한국에 반도체산업은 없다. 우리는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이라고 착각하지만 삼성은 이미 외국인이 56%지분을 가진 외국기업이다. 여기에 현대까지 넘기면 우리는 반도체경기 호황 때 떼돈을 벌더라도 이익은 외국에 넘기고 인건비 밖에는 먹을 게 없다.세계 주요 5대 산업의 상위 5사 점유율을 보면 DRAM의 집중도가 가장 높다. 또 업계 2위 업체의 점유율도 보면 DRAM이 가장 높다. DRAM은 과점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불황만 잘 견디면 호황 때 대박이 가능하다. 일본 총리가 일본은 ‘신의 나라’라고 해 구설수에 올랐지만 한국은 ‘반도체의 나라’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주가가 폭락하고 성장률과 국제수지도 문제가 되며 온 나라가 난리가 난다.단군이래 언제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갖고 호령했던 적이 있었는가. 정상에 올라서기는 어렵지만 떨어지기는 쉽다. 현대전자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현물가격의 안정도 빨라질 수 있고 시장이 안정되면 수익이 개선되고 투자능력도 생기는 선순환이 생긴다. 그러나 죽지 않을 만큼 주는 자금공여는 유동성문제를 계속 야기해 회생불능 사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대에 대한 철저한 실사가 전제돼야 하지만 자금을 줄려면 필요자금보다 좀 더 넉넉히 빨리 주지 않으면 안된다. 반도체는 타이밍의 예술이기 때문에 투자를 늦추면 다이축소가 늦어져 원가를 낮출 수 없다. 현대의 경우 2001년에 투자때문에 원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산은의 현대 회사채 연장에 대해 마이크론사가 있는 미국 아이다호의 상원의원들을 중심으로 말이 많았고 우리는 주눅이 들어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DRAM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지만 DRAM의 주 수요처인 PC시장의 미국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PC원가중 메모리비용은 5∼10%정도인데 만약 현대가 날라가면 DRAM시장은 일거에 공급부족사태로 바뀌고 DRAM가격은 지금의 3∼4배로 뛴다. 그러면 미국 PC업계의 원가율은 10∼30% 올라갈 판인데 이 경우 미국 PC업계의 채산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의 금융기관과 투자기관이 합심해 현대전자 살리기를 하는 것이 미국 DRAM업체 입장에서는 배가 아프겠지만 미국의 국익차원에서 보면 비난할 일이 아닌 칭찬할 일이다. 현대전자 살리기에 이런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며 당당하게 나서는 것은 어떨까.DRAM업종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DRAM 현물가격,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고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주식에서 단기승부를 걸 때는 아니다. 4분기 이후가 경기바닥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3분기 정도에 반도체주식을 사모아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