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창업 '뜨거운 열기'. 4년 동안 4백%성장… 판매·서비스 등 업종 다양화 추세
프랜차이즈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창업박람회는 IMF이후 인기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2001 소자본 창업박람회장.지난 3월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종합전시장. 20∼50대를 아우르는 남녀 수천명이 하나같이 팸플릿을 한아름 안고 심각한 표정으로 기웃거리며 다녔다. 바닥에 자료들을 펴놓고 앉아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이, 늘어선 부스마다 들러 이것저것 물어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음악소리, 마이크 소리가 장내를 쩌렁쩌렁 울렸지만 밝은 얼굴을 찾긴 힘들었다.같은 시간 별관 2층 강당에선 ‘소호창업 사례’에 관한 강의가 진행중이었다. 3백여석이 꽉 차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강단아래 맨바닥에 오밀조밀 모여 앉았다. 그나마 강당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복도에서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했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서울지방중소기업청, 한국프랜차이즈경제인협회가 주최한 ‘2001 소자본 창업 박람회’가 시작된 이날 전시장을 찾은 사람은 줄잡아 1만여명. 85개 프랜차이즈업체가 1백50개 부스를 설치하고 ‘돈벌고 싶은 사람’을 불러모았다. 뒤늦게 참가를 신청한 12개 업체는 공간 부족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절호의 계약자 확보, 홍보 기회를 놓친 셈이다.각종 프랜차이즈 사업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창업박람회는 IMF 이후 인기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열었다하면 사나흘만에 수만명의 참관객을 몰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중기협, 프랜차이즈협회 등 관련 단체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언론사 등에서 앞다퉈 창업박람회를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중기협중앙회가 주최한 박람회에는 4만여명의 창업희망자가 참가, 상담 2천4백50건에 계약 5백67건, 계약금액 1백15억원의 성과를 올렸다.“대기업 무너져도 프랜차이즈는 산다”프랜차이즈업계는 불황이 즐겁다. 경기가 하락할수록 소자본 창업의 전형인 프랜차이즈업체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 IMF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거듭, 97년 5백개 사에 불과하던 업체 수가 올해 초 2천여개 사로 증가했다. 4년 동안 4백% 성장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이다.이같은 현상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가 늘고 취업난이 심각해진 것과 맥을 같이 한다.한국프랜차이즈경제인협회 노용운 사무국장은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자는 50만명, 이들이 지난 한햇동안 고용창출한 인원은 1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다. 바야흐로 프랜차이즈업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때가 온 것이다. “대기업은 무너져도 프랜차이즈는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과거 외식업 분야에 몰리던 프랜차이즈 업종은 산업 각 분야로 급속히 확산 중이다. 판매, 서비스업종은 물론 교육, IT분야에 이르기까지 프랜차이즈 방식 사업 전개가 일반화됐다. 최근 종로, 대성, 고려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 기존 학원시장을 긴장케 하고 있는가 하면 인재 알선 전문 헤드헌팅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미용실 산후조리원 꽃집 독서실 등 개인사업 중심이었던 업종들도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미한 프랜차이즈로 탈바꿈하고 있다.적지 않은 다국적 프랜차이즈업체들도 국내 프랜차이즈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이미 디지털 인쇄 전문 ‘알파그래픽스’, 실내 보수 및 청소서비스 전문 ‘더 드와이어그룹’ 등이 자국 대사관을 통해 국내 투자자 모집 행사를 가졌다.현황 파악 시급 … 주무부서 지정해야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프랜차이즈산업이 여타 업태를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자가 전 소매점포의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GNP의 14%인 1조1천6백4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970년 이래 해마다 1조엔 이상 매출액이 증가 추세다.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외형적 성장에 비해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프랜차이즈업체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데다 절대 다수가 영세한 사업기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처럼 인테리어 공사 수주를 끝으로 고의 도산하거나 가맹 후 관리에 소홀한 악성 프랜차이즈업체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과대광고, 불공정 계약 때문에 말썽이 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청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청 노동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프랜차이즈 관련 업무를 한 부처로 통일하고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변했다.한 창업컨설턴트는 “소자본 창업 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도 정부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프랜차이즈업계는 통제 불가능한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창업 컨설턴트 ‘바쁘다 바빠’‘기업 구조조정 및 취업난-소자본 창업 희망자 증가-프랜차이즈업계 성장’이라는 사이클 속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분야가 있다. 바로 소자본 창업 희망자에게 창업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컨설팅업체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미래정보연구소, 박주관컨설팅 등 10여개 창업컨설팅업체들은 최근 들어 예비 창업자의 컨설팅 신청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이들 회사의 창업컨설팅은 크게 두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컨설턴트와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는 단발성 프로그램과 개점 이후까지 이어지는 컨설팅패키지가 있다. 일대일 상담은 1∼2시간 기준으로 3만∼10만원, 패키지형은 30만∼3백만원까지 업체에 따라 수수료 수준이 다양하다.컨설팅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창업개발연구원의 경우 △기초상담 △18시간 창업지식 강의 △일대일 상담 △아이템 개발 △상권분석 △아이템 및 입지 선정 △개점 △개점 후 경영지도 과정을 묶어 ‘스타트업21’이라 명명하고 1인당 최장 6개월 동안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재수 원장은 “하루 30∼40통의 문의전화와 5∼6명의 방문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고 밝혔다.소자본 창업이 관심사로 떠오르자 각급 교육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능률협회는 ‘창업컨설팅 지도사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3월27일부터 6주간 강의에 들어간다. 수강료가 1백50만원인 이 강좌는 당초 50명만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지원자가 1백50명 이상 몰리면서 정원을 60명으로 늘렸다. 창업지원팀 임상철 팀장은 “창업컨설턴트로서 경력과 학력이 적합한 지원자를 인터뷰를 통해 엄선했기 때문에 3대1의 경쟁률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3월 초 열린 한국경제신문사의 ‘프랜차이즈시스템 구축 전략 과정’도 인기를 끌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