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암웨이 주요상품다단계 판매업은 불황기에 웃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사서 쓰는 고객이자 판매원으로 활동하면서 수당을 챙기고 또다른 소비자를 고객이자 판매원(회원 또는 디스트리뷰터)으로 끌어들이는 업종의 특성상 연쇄 파급효과가 큰데다 회원 가입에 특별한 자격요건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직장이 있더라도 겸업이 가능하고 직장이 없는 사람에겐 자본없이 쉽게 접근해 최소한의 호구책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불황에 따른 1백만명 실업시대엔 사람과 돈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IMF를 전후한 정리해고 시대에 이어 제2의 IMF로 불리는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회원 및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고 다단계 판매업자 또한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전국 다단계 판매업체의 90%가 몰려있는 서울의 경우 3월15일 현재 등록된 다단계 업체는 모두 2백93개. 올해 들어서만 미국의 유명 화장품업체 메리케이를 비롯해 28개 업체가 신규 등록했다. 그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증거다. 전국적으로는 16개 시·도에 3백30여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이들 다단계 업체에 등록된 회원수는 줄잡아 1백50만명. 98년 들어 회원수가 전체적으로 2배 이상 급증했고 매출액 기준 시장규모도 98년 4천2백50억원에서 99년 9천여억원, 지난해엔 2조12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도 50% 정도 늘어난 3조원대의 시장규모가 예상된다. 몇몇 상위권 업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등록 회원수가 1만여명씩 늘어날 정도로 회원수도 급증 추세다.그러나 다단계 판매업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현재 다단계 판매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업체는 10여개 정도. 지난해 서울시에 신고한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암웨이가 4천4백9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이어 앨트웰(2천7백87억원)이 98년 4위, 99년 3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다음으로는 SMK(구 숭민산업, 2천4백23억원), 한국허벌라이프(1천1백49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이들 10개 업체가 전체 업계 매출의 86%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다단계 시장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크다. 나머지 업체들은 매출규모가 미미하거나 아예 문을 닫은 업체도 적지 않다.한국방문판매업협회 배기정 전무는 “협회 조사결과 3월1일 현재 실제로 영업중인 다단계 판매회사는 서울 1백29개를 비롯해 전국 1백71개사로 집계됐다”며 “나머지 업체는 부도가 났거나 휴·폐업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주요 업체별 특징메리케이코리아는 '여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란 기치를 내걸고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한국암웨이는 국내 다단계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로 꼽힌다. 국내에 다단계 관련법이 제정되기도 전인 91년에 진출, 법 제정과 더불어 95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 현재 등록회원 80만명으로 지난 연말의 74만명에 비해 6만명이 늘었다. 올들어 매달 2만명씩 늘어난 셈. 이중 한달 1회 이상 구매실적이 있는 활동회원은 17만명에 달한다.한국암웨이 명혜경차장은 “30∼ 40대 남자, 특히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직장인들이 겸업차원에서 회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암웨이의 주력상품은 세제 및 그릇류를 비롯한 각종 주방·생활용품과 영양보충식품, 화장품 등 2백50여종. 수입제품 한 개당 한국산 제품 1개를 팔겠다는 ‘원포원(One for One)’ 전략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국산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30%에 이른다.또한 다단계 판매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유도 및 철저한 한국화 전략에 따라 98년부터 올 5월까지 대한축구협회 및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환경운동 캠페인, 한국에이즈예방협회 후원, 서울국제여성회(SIWA) 바자 후원, 사랑의 의료봉사 협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앨트웰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순수 토종 다단계 업체로 최근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는 곳. 맞춤형 속옷(누벨마리)과 정수기(앨트파이)를 2대 주력상품으로 화장품, 세제, 영양제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유통업자(Distributor)인 동시에 소비자(Consumer)라는 의미에서 ‘디슈머’로 불리는 회원수는 45만명. 이중 6만여명이 활동회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1만여명씩 회원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96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한국허벌라이프는 인체에 유익한 식물성분을 주원료로 한 체중관리 및 건강보조식품 전문업체. 진출 첫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97년 1백18억원, 98년 4백45억원, 99년 1천3백2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천2백79억원으로 99년 대비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한국시장 진출 4년만에 업계 4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회원수는 25만명으로 97년의 1만명에서 25배가 늘었다.한국허벌라이프는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인식아래 제품의 80%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특징. 또 첨단 자동화 물류창고와 고객불만 서비스요원 상주시스템을 도입, ‘당일 출고, 익일 배달’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미국 최대의 스킨케어 직판회사 ‘메리케이’의 한국 자회사로 지난 3월2일 출사표를 던진 메리케이코리아는 ‘여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란 기치를 내걸고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게스트나이트’란 이름으로 3월6일부터 4일동안 실시된 신제품 런칭 및 사업설명회에는 각각 6백여명이 참석, 관심을 보였다.메리케이의 회원이자 판매원은 다단계 판매업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디스트리뷰터 대신 ‘뷰티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소비자 5∼6명이 홈파티 형식으로 ‘스킨케어 클래스’를 열면 뷰티 컨설턴트가 스킨케어 요령을 알려주면서 제품을 직접 발라보게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다단계 원리 및 최근 경향다단계 마케팅은 중간 유통경로를 통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의 대면판매(Person to Person Selling)에 중점을 둔 직접 마케팅(Direct Marketing)에 속하지만 한 사람이 계속 여러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다단계마케팅, 즉 Multi-Level Marketing (MLM)으로 불린다.다단계 마케팅은 또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점층적으로 끌어들여 일정한 단계를 형성한 모습이 ‘피라미드’와 닮았다는 점에서 피라미드 판매방식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국내에선 피라미드와 관련된 문제점이 많은데다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강해 다단계는 적법, 피라미드는 불법으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주요 차이점을 보면 건전한 다단계 업체들의 물품은 대체로 몇만원 대에서 몇십만원 대의 비교적 저렴한 물건이다. 또 다단계 업체는 판매원에게 선수금이나 물품 구입을 강요하지 않고 회원가입 및 탈퇴가 자유로우며 반품 및 환불을 보장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흔히 문제를 일으키는 피라미드 판매업체의 경우 이 반대에 해당하는 경우로 몇십만원에서 1백만원이 넘는 고가물품을 ‘선수금’ 명목으로 강매하거나 반품 및 환불해주지 않는 데다 심하면 반강제 회원가입 후 감금하는 사례까지 나온 적이 있다.다단계 판매방식 도입 초창기 다단계를 피라미드로 오인,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선진 유통기법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판매방식 면에서 피라미드와 오인될 소지가 있고 영세 다단계 업체의 경우 피라미드 방식 판매로 물의를 빚는 경우도 없지 않다. 따라서 다단계 판매에 관심있는 소비자는 미리 회사의 재정상태, 회원가입 및 탈퇴방법, 환불 및 반품보장 여부 등을 미리 철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인터뷰 / 앨트웰 황용석 대표이사 부사장“토종다단계 모범 보인다”상위권 다단계 업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부터 매달 등록 회원수가 1만여명씩 늘어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앨트웰.순수 토종업체로 지난해 한국암웨이에 이어 전국 2위의 다단계 판매업체로 우뚝 선 앨트웰은 눈부신 급성장 못지 않게 신뢰에 바탕을 둔 정도경영 및 모범적인 회원관리로 화제가 되고 있다.“저희 회사의 이름이 이타주의를 뜻하는 ‘앨트루이즘(Altruism)’과 근원을 뜻하는 ‘웰(Well)’을 합성한 것입니다. ‘이타주의의 근원이 되겠다’는 뜻이지요. 이는 곧 창업주인 김박(59) 회장의 창업이념이자 경영철학이기도 하구요.” 황용석(52) 대표이사 부사장의 말이다. 앨트웰이 이런 경영철학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전략은 ‘3 Best for 1’ 제도. 숫자 1은 고객(디슈머)을 뜻하고 숫자 3은 최고의 품질, 정직한 가격, 차별화한 대우(성과배분)를 뜻한다.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기업, 그래서 고객이 웃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지요. 그것이 곧 회사 성장의 밑거름입니다. 남(디슈머)을 위하는 것이 곧 나(회사)를 위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앨트웰은 95년 다단계 판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45만명의 등록회원을 두게 된 지금까지 회원관리 및 제품과 관련된 구설수에 한번도 휘말린 적이 없다. 물론 회사에 접수되는 반품 및 고객 불만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철저한 AS제도와 반품 및 환불시스템에 의해 즉시 문제를 해결해주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소개에 의해 회원이 되거나 물건을 구입했더라도 만에 하나 강요 및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 의해 회원가입 및 물건구입을 했을 경우를 대비해 항상 철회를 위한 반송엽서를 동봉해 보내주고 있다는 것이다.“저희의 모태는 정도경영을 지향하는 토종 제조업체입니다. 유통업체로 전환하면서도 정도경영의 원칙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또한 토종 다단계 업체로 외국업체와 달라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고요.” 앨트웰의 전신은 73년 설립된 삼왕인터내셔널. 맞춤형 속옷(누벨마리) 전문업체로 80년대 초까지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다가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시장 전환을 모색하다 방문판매업을 거쳐 다단계 시장에 뛰어 들었다.“한개 제품당 1백75가지 사이즈를 만들어 내면서도 불량률은 당시 일본 최저(2.4%)보다 낮은 0.8%였습니다. 납기일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고요. 그러니 까다로운 일본 여성 소비자와 바이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었죠. 심지어 저희 본사 사옥(역삼동)과 천안공장을 지을 때 일본측 바이어가 선수금 32억원을 5년 무이자로 빌려줬을 정도였죠. 덕분에 현재는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고요.” 앨트웰의 차별화 작전은 상품구색에서도 드러난다. 주력상품인 누벨마리 속옷을 비롯한 화장품 생활용품 등 판매상품 60여가지가 모두 국산품인데다 상품의 70% 이상을 자체 생산해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앨트웰코리아(누벨마리, 천안공장), 앨트웰텍(정수기, 대전공장) 등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올 3월엔 또 자체생산한 앨트파이 정수기 4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다단계 본고장으로의 역수출인 셈.“올해는 기존의 정도경영에다 ‘도덕경영’을 추가했습니다. 회원가입 및 물품관련 민원이나 피해자가 한 건도 없게 하자는 뜻에서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단계 판매에 대한 인식이 좀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대표는 “김박 회장과는 두 번째 직장이던 제일슬레이트 근무시절에 상사와 직원관계로 만나 3년동안 함께 일하면서 인품에 반해 창업동지로 나섰다”며 “28년 동안 동고동락해 오며 그때의 결정을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