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닷컴공룡’들이 대거 쓰러지고 있다. 하지만 닷컴이 모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회사들이지만 실속을 차리는 알짜 닷컴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몇 명 안되는 직원에 5백만달러 이하의 매출을 올리는 이른바 ‘미니닷컴’들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지혜로운 다윗이 승리하는 격이다.지난 97년 플로리스트닷컴(Florist.com)을 창업한 아론 베논(Aron Benon)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다른 닷컴과는 전혀 다른 경영전략을 채택했다.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리스 베벌리힐스에서 조그만 꽃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기존 꽃가게의 규모를 반으로 줄이고 부인을 포함한 4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해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에서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을 시작하는 당시의‘유행’과는 정반대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백만달러. 순이익은 1백만달러에 달한다. 수천만달러의 자본금을 날리고 공중분해된 공룡닷컴들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베논은 “거품은 언젠가 빠지게 마련이라는 상식을 잊지 않았을 뿐”이라며 풀뿌리 닷컴 철학을 설명했다. 인터넷 업계에는 이처럼 알찬 경영으로 수익을 올리는 개미군단이 많다. 너무 작아서 공룡업체들의 레이더망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었으며 건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던 탓이다. 도시사업자의 경영실태를 조사하는 기관인 NTHP는 도시 자영업자가 웹사이트를 구축한 후 평균 12.8%의 매출 확대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또 시장조사업체인 AMR는 10명 미만의 종업원을 둔 경우 인터넷 사업으로 수익을 올린 경우가 44%에 달한 반면 종업원 수가 1백명을 넘어가면 수익을 올리는 비율이 26%로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미니닷컴의 성공 비결중 하나는 그 시장에 능숙한 경영진을 영입한다는 것.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인 경우가 많아 인터넷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의 조화를 유지해나가고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이들은 풍부한 오프라인 사업경험을 통해 비용절감의 중요성을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포털 웹사이트 구축을 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인 아미-파트너스는 이들의 2002년 온라인 매출이 2000년 대비 3백36% 증가한 1천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전자상거래 업계 평균 매출성장률 2백49%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풍부한 오프라인 경험 연계 수익 극대화인터넷 경제에서 이들 미니닷컴의 비중과 영향력은 날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분석업체 키난 비전(Keenan Vision)은 2004년까지 종업원 수 10명 이하, 연매출 3백만달러 이하의 미니닷컴이 기록하는 매출이 미국 전체 GDP의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그러나 미니닷컴들이 앞으로 계속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미국 자영업협회의 윌리엄 던켈버그 회장은 “인터넷이 오프라인 수요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에 그쳤을 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니닷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분배되는 비율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규모업체로서의 약점도 분명 존재한다. 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인터넷 장비만을 도입했기 때문에 고객 수용과 서비스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웹사이트에서는 사업 정보만 제공하고 실제 주문은 전화로 받는 식의 영세적 사업구조 때문에 이들의 성장은 언젠가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아미-파트너스의 조사에 의하면 웹사이트를 가진 소기업은 전체의 22%이지만 이 웹사이트가 전자상거래 기능을 가지는 비율은 8%에 그쳤다. 그러나 인터넷이 미니닷컴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조던 도싯은 3명의 종업원을 고용해 조그만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고 단숨에 매출 35만달러, 이익 25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그녀는 “도대체 수요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검소하고 근본에 충실하는 경영을 할 경우 미니닷컴의 성장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는 셈이다.미니닷컴 5대 생존전략특화상품 선택, 감동주는 서비스 필수1. 아주 작은 틈새를 공략하라=너무 작다고 할 지도 모르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최고급 애완견용 비타민이나 고양이용 특수영양식 등 특화상품을 파는 왜긴테일스(Waggin’ Tails)는 연매출 5백만달러에 마진율은 30%가 넘는다. 애완동물에 관련된 모든 것을 취급하느라 마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파산한 닷컴공룡 Pets.com과 잘 비교된다.2. 아끼고 또 아껴라=스크랩북을 파는 스크랩핀해피(Scrappin’ Happy)의 창업자 캐리 하디는 돈을 주고 광고하지 않는다. 잡지 광고 대신 단골손님 1천명에게 e메일로 안내장을 보낸다. 비용이 들지 않지만 효과는 더 크다. 혼자 하는 사업이지만 지난해 5만2천달러를 벌었고 올해는 2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3.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라=마치 동네에 있는 가게처럼 서비스해야 한다. 개러지토이즈닷컴(Garage-Toys.com)은 좁은 장소에서 주차하는 것을 도와주는 장비를 대당 42.96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불과 1주일전에 3달러 이상 더 쌌다는 불평을 받았다. 사장인 폴 힌리치스는 즉각 자기 주머니를 털어 보상해줬고 판매는 더욱 늘어났다.4. 새로운 마케팅 도구를 개발하라=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경매에서 뉴스그룹까지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해야 한다. 컬렉션스토어인 크링글코티지(Kringle Kottage)의 오너 투루디 쉐넬은 자신의 물건을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eBay를 통해 판다. 연간 수입 10만달러의 30%가 eBay경매를 통해 나오는 등 절반 이상이 온라인비즈니스를 통해 이뤄진다.5. 공동판매망을 활용하라=미니닷컴들도 닷컴공룡들과 똑같이 온라인판매를 돕는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 LA에서 책방(Skylight-Books)을 운영하는 케리 스트래터리는 책방에 책을 갖다놓지 않고도 독립 스토어들을 위한 공동 판매프로그램인 북센스닷컴(BookSense.com)을 통해 판다. 지난해 이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체 매출의 15%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