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2년 6월까지 한국통신의 민영화를 완료할 방침이다.한국통신 민영화 해법을 놓고 통신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효율, 중복투자로 뒤뚱대는 한국통신에 대한 민영화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돼 왔지만 해결책은 항상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한국통신 민영화가 왜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것일까? 정부가 대기업 지배 구조 배제 원칙을 내세운 게 민영화가 꼬이게 된 1차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즉 소유지분을 일정 한도로 제한함으로써 특정 기업이 한국통신을 지배하는 모양새로 만들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그것은 유무선, 초고속통신망 등을 보유한 한국통신이 특정 대기업에 넘어갈 경우 독점에 따른 전횡을 우려해서다. 그러다 보니 소유자 경영에 유난히 집착하는 국내 정서상 대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한국통신 민영화 참여를 망설이는 분위기다.그동안 정부는 대기업의 민영화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1인당 지분 한도 폐지를 통한 대기업 경영 참여’라는 뉘앙스를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매각대상 5천97만주(14.7%)의 6.5% 수준인 3백33만주만 시장에서 처리돼 민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더군다나 입찰 상한 수량을 5%로 제한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했다. 결국 민간기업의 참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한국통신의 민영화는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공기업의 경직된 조직 운영을 개선하고 이윤 추구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수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은 안일했으며 시장 논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이런 현실에서 지난 3월15일 열린 ‘한국통신 민영화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는 대기업의 경영권 참여는 불가하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해석된다. 민영화를 위해서는 자본력있는 대기업의 참여가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기업의 경영권 참여 배제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소유분산·전문경영인 체제 도입방안 힘얻어그것은 재벌의 횡포와 폐해를 뼈저리게 겪고 있는 우리 현실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난 공청회에서 제시된 ‘소유 분산과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이 힘을 얻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강인수 박사는 “소유 분산은 경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도 통신 사업 민영화 과정에서 동일인 한도 설정과 특별주의 도입을 통해 제도적으로 특정인이나 기업의 경영권 장악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민영화 이후 한국통신 지배 구조에 대해 강박사는 “시장에서 지분 매입을 통해 소유 집중 소유자 경영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합리적인 경영 및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단계별 소유 지배 구조 방안을 제시했다.경실련 경제정책위원인 상명대 경제과 함시창 교수는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업이 곧 대우와 같은 재벌 기업이었다”며 “재벌과 같은 대기업에 한국통신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국개발연구원 남일총 박사도 “공기업을 대기업인 재벌에 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공기업은 국정감사라도 받지만 재벌 기업은 제동장치 없이 경영자 마음대로”라며 대기업 지배 구조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정부는 한국통신 민영화 시한을 2002년6월까지 잡고 있다. 1년여 남은 기간동안 정부와 민간 기업간의 만만찮은 시각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가 한국통신 민영화에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