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변화가 더디고 파격적인 인사관행이 드물기로 유명한 삼성생명 인사에 최근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이사급이 아니면 팀장에 오를 수 없는 관행을 깨고 자산운용본부에 부장급 4명과 차장급 1명이 대거 팀장으로 진급했다. 회사측에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부담스러운 눈치지만 실상 회사내에선 대단한 변화로 여기고 있다.자산운용본부 산하 12개 팀중 차부장급 등 중간 간부들이 5개 팀의 팀장으로 오른 예는 창사이래 처음이기 때문. 특히 런던지점장이었던 황정호씨는 차장에 오른 지 3년도 안돼 팀장으로 발탁돼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삼성생명 과장들도 이사가 앉았던 팀장에 오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의사결정 빨라야 고객 니즈 충족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가 자리잡고 있다. 요구가 다양하다보니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을 좀 더 세분화시켜야 하고 의사결정 또한 빨라야 한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산하 팀이 10개에서 이번에 12개로 확대 개편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조직에는 젊고 순발력 있는 차·부장급 팀장이 올라왔다. 전문분야에서 실력을 닦아온 이들에게 마침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금융기관인 삼성생명의 조직 변화가 이 정도면 다른 기업의 변화는 훨씬 빠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현대 삼성전자 LG 등 방대한 대기업 조직도 요즘 과장급 중간 관리자들을 대거 팀장으로 발탁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예전에 볼 수 없던 변화라는 것이 현업 인사관리자의 한결같은 말이다.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팀이 생겼고 기술개발과 마케팅, 영업부서가 점점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이 분야의 팀이 많이 생겼다. 이곳에 과장급 팀장들이 대거 진출하는 것이다.앞서가는 과장은 대리때부터 경력관리과장급의 위상 변화는 관리 기술개발 수출 영업부 등 네 가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사내 지원부서인 재무 회계 인사 홍보 총무 등 이른바 관리부 과장들의 변화다. 회사의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종 인센티브 제도의 혜택을 덜 받던 부서지만 이들의 변화는 눈에 띌 정도.시대를 앞서가는 과장들은 대리 때부터 전공분야를 선택, 세심하게 경력관리를 한다. 이들은 회사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과도 폭넓은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자극시킨다. 전문가 네트워크, 포럼 등을 통해 관리부 과장들은 회사내부의 전문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한다.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자신의 분야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이들은 또 중간 관리자라는 포스트를 넘어 ‘개인 사업가’라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다. 중간에서 도장만 찍는 관리자에서 벗어나 회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예산을 수립, 집행한다. 권한이 커졌고 책임도 커졌다. 이런 변화로 인사와 회계 교육 분야에서 근무하는 과장들도 관리자의 통념을 깨고 직접 현금을 벌어들인다.기술개발분야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다. 엔지니어들에게도 경영 마인드를 접목할 것을 요구하는 회사측 입장 때문에 기술분야 과장도 변화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맞고 있다. 기술이 급변하고 신기술, 신소재 개발이 절실한 디지털 경쟁체제에 순발력 있게 적응하려면 젊고 유능한 과장급 책임자를 양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문에 회사가 기존 관례를 깨고서라도 과장급을 발탁하고 있다.능력있는 팀장, 팀원들 부유하게 할 수도포스데이타의 경우 능력있는 과장급 팀장 밑에 부장이나 이사가 팀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직급이 파괴되면서 과장이나 부장 또는 이사라는 직함이 의미가 없을 뿐더러 능력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되기 때문이다. 능력있는 팀장은 팀원들을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영업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회사의 캐시카우인 영업부서의 특성상 경력도 있고 건강도 좋은 과장급들이 실무를 주도한다. 영업은 성과에 따라 엄청난 보상을 손에 거머쥐기 때문에 능력 있는 팀장을 만나는 것이 부를 향유하는 지름길. 팀장에 따라 팀원들이 이동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수출분야는 한마디로 말해 ‘세계는 넓고 과장 할 일은 많은 부서’다. 전세계를 내 집 드나들 듯이 하면서 수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수출협상을 맺는 현장엔 어김없이 노련한 과장이 있다. IMF 이전만 해도 수출분야의 실세는 부장이나 이사급.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그 자리를 과장이 대신 한다. 삼성물산 LG상사 SK글로벌 코오롱상사 등 종합상사에서 일선 과장들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 중추 세력이라고 호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컨대 SK글로벌은 과장급들이 업무개혁을 주도하면서 분위기 혁신의 홍위병이자 실무파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낸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회사직원들은 입을 모은다.한국 산업을 이끌어 가는 견인차이자 변화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능동적인 기획자, 그리고 ‘예비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1급 과장들을 만나보자.미래기업 K과장 24시현장과 사이버 넘나들며 프로젝트 수행2003년 4월9일 오전 6시. 미래기업 기획부 K(34)과장은 알람시계 소리를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을 한 잔 마신 K과장은 노트북으로 연결된 인터넷에 접속한다. 6시10분부터 온라인 중국어 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바쁜 일과에서도 제법 중국어를 구사하게 된 것은 온라인 교육 덕분이다. K과장은 6월부터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할 예정이다.오전 7시40분.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자가용에 올랐다. 차를 몰고 서울 여의도에 진입하는 순간 꽉 막힌 도로에 갇혀버렸다. 8시 기획부 회의에 참가할 수 없을 것 같다. K과장은 근처 건물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휴대폰을 연결, 회사 기획부 가상 회의실에 접속한다. 이미 사이버 화면에는 기획부 P부장과 L대리, 그리고 신입사원 C씨가 접속한 상태. K과장은 오늘의 일과를 간략히 보고하고 회의실 화면에서 빠져 나왔다. K과장에게 사무실은 자동차 내부일 수도 있고 집일 수도 있다. 이미 재택근무란 말도 한 물 간 얘기. 노트북과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오전 11시10분. K과장은 회사 5층 휴게실에서 인사부 L부장과 만났다. 요즘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자 K과장은 L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인사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L부장은 K과장의 얘기를 듣고 생산부와 마케팅부에서 각각 한 사람씩을 K과장의 프로젝트에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 인사부가 직원의 성적을 고과형태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2년 전 사라졌다. 일을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을 가르는 시스템이 아니라 잘 못하는 사람의 약점을 보완해주고 지원하는 부서가 바로 인사부의 주요 업무다.오후 5시. K과장은 휴대폰 생산 공장을 방문, 오늘 생산된 휴대폰 수량과 전국 대리점으로 나간 휴대폰 수량을 파악한다. 다시 노트북을 켜고 회사 재무부에 접속, 오늘의 결산을 보고한다. 이 업체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현지공장과 법인을 통해 오늘 생산되고 판매된 휴대폰 수량을 파악한다. 월별 또는 분기별 결산이 아니라 매일 실시간 결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시시각각 고객의 니즈가 변화하고 있는 때 신속한 의사결정은 회사의 생존을 좌우한다.저녁 7시50분. K과장은 집에 돌아와 다시 인터넷에 접속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다. 스포츠카에 대해 관심이 많은 K과장은 지난 2002년 스포츠카 동호회를 조직,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했다. 회원들간 최신 스포츠카 정보를 교류하거나 직장에서 겪는 어려운 점들도 털어놓는다.밤 11시30분. 내일 해야 할 일들을 PDA에 메모해놓고 잠자리에 든다.정보화시대 중간관리자 7계명1. 스스로 조직을 창조하라.정보화에 따라 사내 계층간에 격차가 줄어들어 조직이 평면화되고 권한이 줄어든다. 스스로 설득력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능력있는 스태프를 모아 실적을 쌓아라. 그속에서 새로운 조직과 권한이 생긴다.2. 업무과정을 혁신하라.정보시스템의 도입이 정보혁신의 전부는 아니다. 시스템을 도입해도 정보의 입수나 취사 선택, 전달체계 등 업무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정보의 홍수가 생긴다. 정보시스템의 도입은 젊은 사원들에게 맡기고 업무과정을 혁신하라.3. 지식공유를 촉진하라.정보는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하다. 젊은 후배들과 정보공유에 만족하지 말고 중간관리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활용, 살아 있는 지식을 전하라. 인터넷에서 정보탐색에 급급하기 보다 지식전달과 공유에 힘쓰라.4. 전자커뮤니티를 만들어라.조직을 초월한 프로젝트가 늘어 부문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소수멤버끼리의 인맥 만들기만으로는 협동에 한계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하우를 얻어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전자커뮤니티를 활용하라.5. 프로듀서십을 발휘하라.프로젝트별 조직이 늘어나면 단순한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하다. 부하 사원을 통솔, 관리하기보다는 부하 사원들과 함께 장래 비전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행동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필요하다.6. 의사결정과 행동을 신속히 하라.사무결재나 업무판단에 있어서의 역할은 줄어들고 위험도가 높은 기업적 결단의 역할이 요구된다. 컨센서스에 집착하면 결단이 늦어져 시기를 놓친다. 가능한 한 많은 의견을 들은 뒤 혼자서 결단하라.7. 인재 인큐베이터를 만들어라.정보화로 기업환경이 급속도로 변해 과거의 사원교육으로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새로운 인재를 기르기 위해 정해진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도 없다. 사원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출처: 일본 경제월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