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중개자·자신의 분야 전문가 활약 … 수익 창출하는 ‘예비 사업가’로 인기 만점
기업의 슬림화가 가속화되면서 ‘관리직의 중간 간부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과장급 간부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전문가로 변신하고 있으며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끊임없이 지식공유를 실천한다. 회사내 전문가에서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이들에게 과장이란 계급장은 단순히 직장내 포스트를 표현해주는 것일 뿐 이들의 능력이나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방해되지 않는다.기업들도 능력면에서 ‘박사급’ 간부인 과장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열어놓고 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업무 혁신 방안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모, 포상하거나 직접 사업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관리분야가 더 이상 회사의 직접적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시키지 않는 것이다.이종혁 네띠앙 홍보팀장직장 상사와 후배의 커뮤니케이션을 잇는 중간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선 전문가로 게다가 수익도 창출하는 ‘예비 사업가’로서 면모를 갖춰 가는 관리 분야 과장들이 요즘 기업에서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홍봉표(45) 한국얀센 인사과장도 그런 과장 중 한명이다. 그는 “요즘 도장만 찍는 과장이 어디 있느냐”며 “과장 역할은 이미 변해도 한참 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과장은 신입사원보다 더 ‘빠릿빠릿’하게 사장보다 더 ‘전문성’있는 기획가로 활약한다”고 전했다.신입사원보다 빠르고 사장보다 능력있다 …홍과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채용전문가. 지난 14년간 다국적 제약기업인 얀센에서 인사업무를 맡아온 그는 국내 업체, 대학 강단에서 쉴 새 없이 몰려드는 강연 요청에 정신이 없다. 그가 전하는 채용론은 대단한 이론이 아니다. 입사 지원자를 많이 만나 필요한 정보를 아낌없이 주는 것 뿐이다. 그런데도 그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다국적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해마다 다양한 채용방법을 기획하면서 쌓은 노하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시대의 흐름을 타면서 발전시킨 것이다.홍과장의 또다른 직함은 합작기업 약인회 회장. 제약업체 인사관리자 모임의 약자인 ‘약인회’는 30여개 다국적 제약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인사정보를 나누고 채용 아이디어를 개발하며 외부강사를 초청, 인사혁신의 실천방법을 모색하는 등 제약업계의 인사분야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지난해 말 제약업체의 채용광고를 인터넷 광고회사에 의뢰했습니다. 인터넷 업체가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들의 영업을 돕고 우리도 저렴한 비용으로 채용광고를 했어요.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끼리 모이면 자사의 이익을 떠나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는 회사내 단단한 허리의 역할을 담당하는 과장답게 후배들에게도 그가 쌓아놓은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바쁘다. 후배들과 격의없는 대화로 그들의 고충을 듣고 같이 해법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후배들은 자신의 일에 기대와 관심을 갖고 열정을 기울인다는 것이 그의 지론.“과장은 자리에 앉아 편하게 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때부터 뒤쳐집니다. 후배들이 자꾸 ‘과장님 옛날 얘기 좀 하지 마세요’라고 불만을 털어놓는 것도 이런 과장들 때문입니다. 용기를 갖고 변화에 적응하려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합니다.”홍봉표 한국얀센 인사과장이종혁(32) 네띠앙 홍보팀장은 국내 최대의 홍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이다. 그가 비영리로 운영하는 코리아피알(www.koreapr.org)은 전국 1천5백명의 홍보맨을 회원으로 확보했고 하루 1백여명의 기업체 홍보맨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3년 전 불과 10여명의 홍보맨들이 조촐하게 인터넷 사이트에서 교류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 성장하는 데는 이팀장이 자기 돈 1천여만원을 들여 세 차례 홈페이지를 개편했고 저녁시간 대부분을 홍보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 무엇 때문에 이런 수고를 자청한 걸까.“해외에는 연구할 만한 PR사례들이 많은데 국내 사례는 빈약합니다. 기업체 홍보담당자들이 보안의식 때문에 정보교류를 하지 않는 탓이죠. 정보는 나눠야 커진다는 생각에 내가 하는 일들을 몇몇 홍보맨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어요. 또 국내외 홍보관련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죠. 그러던 것이 입 소문을 타고 커져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군대 PR를 담당하는 정훈장교로 군대 복무를 마쳤다. 국내 대기업 홍보실에서 홍보맨 생활을 시작한 이팀장은 사이버 홍보 전문가로서 경력을 다지기 위해 대리 시절 네띠앙 홍보팀으로 전직했다.대학시절부터 PR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홍보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해 <사이버시대, 홍보 벗기기 designtimesp=20878>란 책을 펴냈고 올해<사이버홍보닷컴 designtimesp=20881>을 발간할 계획이다. 매주 이틀은 경희대에서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공부할 정도로 대단히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닥치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꼭 거창한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고 하지 말고 관심 분야에 저돌적으로 도전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교수들과 e메일도 교환하고 만나고 싶으면 휴가를 내서라도 만납니다. 이런 활동이 3년만 쌓이면 자신도 모르게 엄청 변화된 모습을 볼 겁니다.”과장이 아니라 사업가로 생각김진홍 삼성SDS 교육과장김진홍(38) 삼성SDS 교육과장의 명함에는 삼성멀티캠퍼스 사업총괄이란 직함이 있다. 과장의 포스트를 뛰어넘어 모든 교육과정을 총괄한다는 얘기다. 해마다 수많은 강좌를 직접 개발, 기획하고 효과까지 검증하는 그야말로 총괄적 책임을 맡고 있는 것. 7천여명의 삼성SDS 직원뿐 아니라 연간 30만명의 다른 회사직원들까지 그가 기획한 교육과정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요즘에요? 아이티클릭 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올해 전국 19개 도시에 10개 대학과 25개 IT전문학원과 제휴를 맺고 IT분야의 교육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거든요. 지방엔 IT인력이 모자랄 뿐 아니라 제대로 육성하는 곳이 없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5백2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입니다.”이렇듯 열정적으로 뛰어 다니는 김과장은 걷는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보족을 사용하는 장애인이다. 91년 당시 장애인 고용촉진법에 따라 삼성에 늦깎이 입사한 그는 “우리가 잘 해야 다음 후배들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했다.교육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을 닦아온 그는 지난 99년 사내 사업 아이디어 공모에서 10위안에 들면서 단순 관리자에서 ‘준 사업가’수준으로 일순간 도약했다. ‘의약분업을 지원하는 약국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자신도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어 자신이 근무하는 교육부서에도 이런 사업 마인드를 접목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과장이 아니라 사업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일이 기다려지고 오늘이 소중하다”고 말했다.“저에게 일할 기회를 준 회사가 고맙습니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다면 그보다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