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두 사람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1894~1976)과 필립 피셔(Philip Fisher)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버핏은 자신의 85%가 그레이엄이고 나머지 15%는 피셔라고 말한다. 그가 벤저민 그레이엄을 처음 만난 것은 네브래스카 대학 4학년이던 열아홉살 때 <현명한 투자자 designtimesp=20851>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버핏은 그레이엄이 쓴 이 책에 매료돼 그가 교수로 있는 뉴욕의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제자가 됐다.벤저민 그레이엄은 증권투자를 내부정보 또는 육감에 의존한 기술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가 동료 교수인 데이비드 도드(David Dodd)와 같이 쓴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 designtimesp=20854>은 내재가치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증권투자의 바이블로 평가된다.그는 1914년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에 들어가서 조사분석업무를 시작했다. 증권분석에서 남다른 능력을 인정받아 1920년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6년후에는 이 회사를 나와 그레이엄-뉴먼(Graham-Newman)이라는 펀드를 조성해 직접 운용했다. 낮에는 펀드운용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대학에서 재무관리를 강의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했다. 이 펀드는 1956년에 해체되기까지 1929년의 대공황,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뛰어난 운용실적을 남겼다.그레이엄은 수학을 좋아해서 증권투자도 수학적으로, 즉 양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사업의 내용이나 경영자의 자질과 같은 질적인 요소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숫자만으로 투자대상을 분석했는데 이런 시도를 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기초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여러 재무지표와 주가의 관계를 관찰한 결과 가장 좋은 성과를 가져온 투자방법은 두 가지였다.첫번째는 주가가 주당 순유동자산(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금액)의 3분의2 이하 수준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PER가 낮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주식을 사는 전략이다.그레이엄에 의하면 1달러 가치가 있는 것을 50센트에 매입하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하고 안전한 투자방법이다. 이런 투자를 일관해서 반복하면 비록 어떤 종목에서는 실패하더라도 결국에는 양호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누구라도 항상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가급적 많은 종목에 분산투자할 것을 권한다.그는 투자와 투기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는 철저한 분석 후에 원금의 상환이 보장되고 만족할만한 수익이 예상되는 대상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고, 투기는 이런 요건을 어느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매수대상을 기준으로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보다 매수의 동기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자금을 빌려 단기간에 돈을 벌려고 철저한 분석 없이 증권을 매입하는 것이야말로 투기라고 단정지었다.그레이엄은 투자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절대로 손해보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첫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말라”는 것이다. 증권분석의 시조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원금 보전에 최선을 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