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회진출 증가, 청결·위생 관심고조 … 소자본 투자·안정적 수입 ‘장점’

자동판매기 사업은 역사가 깊다. 가장 대중적인 인스턴트 커피에서 캔음료, 휴지, 라면, 핫도그, 계란프라이, 음악CD, 성인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자동판매기에 적용돼 왔다. 최근엔 휴대폰 충전, 동영상 e메일 전송, 여성전용 세정티슈 자판기 등이 화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판매기 성능과 품목 아이디어도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여성전용 세정티슈 자판기의 경우 틈새시장을 정확히 짚어낸 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의 청결만을 위한 티슈’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상품 차별화, 특화에 성공했다. 외부 활동 시간이 늘어난 여성들의 고유한 위생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점포가 필요 없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입지를 잘 선택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널리 보급된 상품이라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요.” 여성용 세정티슈 자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윤권중(36) 사장은 자본이 적게 드는 자판기사업, 그 중에서도 상품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 아이템을 선택해 요즘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일본서 여성전용 상품 성장가능성 확인윤사장은 수술용 마스크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IMF위기가 움트던 97년 말 직장생활을 청산했다. 이후 생활용품 유통사업을 벌였지만 때마침 찾아온 극심한 불황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자금력과 경험 모두 부족했던데다 사상 유래없는 경기침체가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결국 ‘창업 아이템 천국’이라는 일본에 가서 사업구상을 하기로 결심, 99년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1년여 동안 일본의 아이디어사업 현황을 둘러보고 귀국한 그는 자판기 사업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리고 일본에서 보았던 여성용 세정티슈를 주력품목으로 선택했다.“여성 관련 사업은 청소년 대상 사업과 함께 불경기가 없다고 하잖아요? 절대다수의 여성이 필요로 하는 데다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상품인 만큼 승부를 걸어볼 만했지요. 일본에선 여성전용은 물론 남성전용 티슈도 있습니다. 요즘엔 상품용도를 세분화해 꼭 필요한 계층에만 공급하는 틈새상품이 유망하죠.”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여성들이 자기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동기로 작용했다. 결국 창업비용부터 상품 특징까지 윤사장과 궁합이 잘 맞았던 셈.윤사장은 지난해 12월 여성용 세정티슈를 판매하는 자그마한 자판기 20대를 구입해 대학교, 관공서 등에 설치해 놓았다. 설치 장소 확보를 위해 각급 학교, 기관을 종횡무진 뛰어다닌 결과다. 전적으로 방문 영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친화력이 필수라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휴대용으로 만든 여성용 티슈를 약국, 편의점 등에 공급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30∼40군데 거래처를 뚫었다. 또 부업으로 자판기 사업을 하려는 창업 희망자를 대신해 설치 장소를 확보해 주고 티슈를 공급하는 일도 맡고 있다. 물론 자신이 소유한 자판기 영업·관리를 비롯, 세 가지 분야에서 쏠쏠한 매출이 발생 중이다.자판기는 여성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나 화장실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1대당 판매량은 하루 20개 안팎. 1개당 가격이 5백원이니 1대에서 하루 1만원, 20대에서 하루 평균 20만원의 매출이 오른다. 여기에 편의점 등 소매점과 다른 사업자 자판기에 공급하는 티슈 판매까지 합쳐 한달 평균 8백만원 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자판기 설치 장소 임대료(1대당 3만원 선)와 물품비를 지출하고 나면 한달 평균 순수익은 2백40만원 선.반면 총 창업비용은 자판기 구입비용 6백60만원과 티슈 구입비용 3백만원 등 총 9백60만원. 1천만원이 채 안되는 적은 창업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곧 투자비를 회수하고 ‘흑자경영’에 접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봄철 들면서 티슈 사용량이 늘고 있어 가을까지는 꾸준히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가을쯤이면 여성전용 세정티슈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매출을 유지하리라 봅니다. 한번 쓰고 마는 상품이 아니어서 유행을 타지도 않을 것 같고요. 휴대용 휴지처럼 여성들의 필수품이 되면 사업 범위도 확대되겠지요.” 윤사장은 자판기 상품 아이템이 유행을 심하게 타는 바람에 ‘스테디셀러’가 몇 안되지만 여성전용 티슈만큼은 긴 생명력을 유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시장진입단계 감안, 제품홍보 신경써야이 사업은 최신 여성위생 관련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잔뇨와 잔혈 등을 위생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의 신상품 티슈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있는 중이다. 티슈에는 항균 효과가 있는 천연 라틱산과 장미, 녹차 추출물을 첨가해 위생 기능을 높였다.자판기 설치 장소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면 어디나 무방하다. 여중·고, 대학, 학원, 시청, 도서관, 공중화장실, 터미널, 극장, 병원, 백화점 등 입지를 무궁무진하게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또 커피나 캔음료 자판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해 여성 창업 희망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소자본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단 아직 시장 진입단계여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수요층 확대를 위해선 제품 홍보, 자판기 관리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02)541-2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