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인류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과학기술 중 하나다.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메뉴일 만큼 우리와 친숙하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나 C3PO와 같은 로봇부터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사이보그까지 인간의 상상 속에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존재하고 있다.그러나 로봇은 사람의 상상 속에만 있는 신비의 기계가 아니다. 지난해 말 일본 혼다기켄 공업이 소개한 직립하는 로봇 아시모부터 소니가 개발한 애완견 로봇장난감인 아이보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레고 같은 장난감 회사는 어린이들이 직접 로봇을 조립할 수 있는 키트 ‘마인트스톰’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아이로봇도 산업용 로봇과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했다.그런데 로봇은 다른 과학기술과 달리 인류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외형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닮은 인간형 로봇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MIT의 인공지능 연구실은 인간형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키스밋이 전형적인 인간형 로봇이다. 키스밋은 영화 <그렘린 designtimesp=20925>에 나온 가상의 생물 그렘린처럼 생겼는데 현재 머리부분만 있다. 키스밋은 다양한 표정, 머리의 위치, 목소리를 이용해 사람처럼 사람과 대화하는 로봇이다.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공개한 키스밋이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키스밋이 로봇이라기보다 어린아이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교하다.키스밋은 눈 귀 입 눈썹을 이용해 감정을 표현하면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고개를 좌우로 젓거나 아래로 푹 숙일 수 있다. 귀를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짓거나 눈을 반쯤 감고 입술을 일그러뜨려 화난 표정을 할 수 있다. 행복하거나 슬픈 표정도 가능하고 역겨워하거나 흥미로워 할 수도 있다.키스밋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신시아 브리질 박사는 키스밋의 궁극적인 개발 목표는 사회적인 지능을 갖춘 로봇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습득하듯 키스밋도 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배우면서 성장하는 사회구조를 로봇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키스밋의 학습 알고리듬의 핵심 역시 사람의 것과 똑같은 시행착오다.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고 실수를 통해 학습한 작업을 다른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최근 브리질 박사팀은 로봇의 낯선 사람에 대한 반응을 연구하고 있다. 키스밋의 행동과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키스밋의 행동과 표정으로 다시 반응하는지, 로봇이 낯선 사람을 정확하게 읽는지 등을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고무적이라고 한다. 키스밋을 만난 사람들은 키스밋이 정말 사람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키스밋의 전원을 내리면 마치 친구를 잃은 것처럼 마음이 상하기까지 한다고.인간이 기계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이다. 서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맺으면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20∼30년 후면 이런 인간관계에 로봇이 끼어 들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MIT 인공지능 연구소장인 레이 커즈레일은 그의 저서 <영성 로봇의 시대 designtimesp=20936>에서 2020년대 말이면 컴퓨터칩(로봇)이 사람의 두뇌보다 정보처리능력이 우수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사람이 더욱 로봇처럼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인공망막이나 팔 다리 심장 등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메모리칩을 두뇌에 이식해 기억력을 강화하는 단계까지 내다보고 있다.인간의 의식마저 기계에 적용하게 되는 날 인류는 과연 로봇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