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 증시 자신감 불어넣어 … 경기반전은 미지수

전격금리인하로 뉴욕증시가 일단 급등세로 반전되자 미국경기의 조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미국경제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이 걷힐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로 미경제의 조기회복론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지난 4월18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사진)은 콜금리인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 5%포인트씩 내렸다.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뉴욕증시가 일단 급등세로 반전되자 경기의 조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만으로 미국경제가 금방 살아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조기 회복론을 일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금리인하전까지 대부분의 미국경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메릴린치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FRB의 금리인하로 빠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초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월가 경제전문가들의 비율이 6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전에는 이 비율이 40%로 절반도 안됐었다.조기 회복 기대감 고조조기 회복론자들은 금리인하로 증시가 침체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4월 들어 증시바닥론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금리인하로 증시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는 것이다. UBS워버그증권 애널리스트 로버트 슈나이더는 FRB가 오는 5월15일의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0.25 내지 0.5%포인트를 내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는 점을 들면서 이번 주가 상승세가 일시적인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단기적으로 조정은 받겠지만 지난 3월과 같은 대폭락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조기 회복론자들은 이번 금리인하로 촉발된 증시상승세가 일반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비만 늘어나면 경제는 살아나게 돼 있다. 국내총생산(GDP)중 국민들의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또 금리인하로 기업들은 금융비용이 줄어들어 신규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들은 경제의 양대축인 소비와 생산부문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특히 이번 금리인하 효과는 과거와 달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밍이 좋았기 때문이다. 경제에 뭔가 꿈틀거리는 듯한 기미가 나타나고 증시도 살아날 것 같은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진 금리인하 조치는 전체 경제에 반등 탄력을 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경제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대표적 지표는 산업생산. 지난 3월 산업생산은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0.4% 늘었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부터 5개월간 지속돼 온 감소세에 마침표가 찍혔다. 또 향후 3∼5개월간의 소비의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경기신뢰지수도 올라갔다. 이 지수는 지난 3월에 1백17.0을 기록, 전달의 1백9.2를 크게 능가하면서 4개월 연속 내림세에서 벗어났다.제조업경기 상황을 대변하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도 이 기간중 43.1로 2월(41.9)보다 높아졌다. 물론 이 지수는 50 이상이 돼야 제조업경기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제조업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지난 1분기 기업실적도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경기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S&P500지수에 포함된 5백개 기업중 2백21개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절반이 넘는 1백27개 기업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았다. 또 66개 기업은 전망치와 일치했고 예상보다 못한 기업은 28개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금리인하는 미 경제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작년 4분기에 1%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가 지난 1분기에 0.5∼0.8%로 바닥을 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1분기 성장률은 오는 27일 발표된다).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되는 하반기에는 1.5∼2%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가 증시에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추세를 완전한 상승세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들의 감원은 가속화되고 있고 경기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많아 조기 회복을 운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조기회복 경계론자들의 주장이다.골드만삭스의 미국경제책임 연구원 윌리엄 더들리는 “금리인하만으로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며 조기회복론을 경계했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과 달리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도 경기침체로 워낙 예상치를 낮춰 놓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기업들의 매출과 순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대세반전 역부족, 반론 만만찮아사실 지난 1분기의 전체 미국기업들의 순익감소율은 8.5%로 지난 91년 이후 최악이다. 경계론자들은 지금의 2분기에는 기업실적이 더 나빠지고 내년초까지는 실적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도 경기회복의 저해요인이다. 작년말 3.9%였던 실업률은 지금 4.3%로 올라가 있다. 기업들의 감원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올 연말에는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설사 금리인하효과로 증시가 회복된다 해도 실제 소비는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2% 감소,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앞서 1월에는 소매판매가 1.3% 늘었으나 2월에 제자리 걸음을 한후 마침내 3월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또 3월 경기선행지수도 0.3포인트 하락, 2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경기전망을 어둡게 했다.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6∼9개월간의 경제상황을 예고하는 것으로 3월의 지수하락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퍼스트유니언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며 금리인하로 증시가 좀 반등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밝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한달동안 발표될 경기지표들을 좀 더 살펴봐야 경기흐름을 정확히 짚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