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의 문제점은 너도나도 상품 배끼기에 급급해 상가별 또는 점포별 독창성이 없다는 것이다.동대문시장의 문제점을 얘기할 때 가장 흔히 나오는 얘기가 바로 ‘카피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될만한 상품을 누군가가 내놓으면 너도나도 베끼기에 급급해 상가별 또는 점포별 독창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꿈을 안고 들어온 신진 디자이너들이 몇 년만에 포기하고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상인들의 안이한 태도와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부재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노꼬레 운영을 맡고 있는 산성엔터프라이즈(주) 이종수 이사는 “상인들은 팔기에만 급급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브랜드 개발에 소홀했고 정부는 모든 문제를 상인들에게만 맡겨놓은 채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심지어 “동대문 상인들은 그동안 상품이 팔리기만 기다렸을 뿐 사실상 팔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적인 브랜드나 공격적인 마케팅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동대문시장이 이렇다할 브랜드도 공격적인 마케팅도 없이 90년대 중반까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최대 장점은 ‘박리다매’다. 원단 부자재 생산시설 등이 한곳에 집결돼 있어 주문 2∼3일 만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순발력도 결국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동대문의 오늘을 있게 한 가격경쟁력조차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점. 일본, 중국측 상인들이 보다 싼 상품을 찾아 중국 및 동남아시아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동대문시장 상인들조차 중국쪽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동대문에서 팔리는 상품의 40% 정도가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된 상품들로 추산되고 있다. 이종수 이사는 “동대문이 한참 잘나가던 90년대 초부터 ‘박리다매’ 전략을 포기하고 브랜드 개발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전략에 나섰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한다.패션센터 설치 등 세계적 경쟁력 길러야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합할 때’라는 격언을 고려할 때 가장 시급한 방안으로는 정부가 동대문시장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 적극적인 개발 및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탈리아 밀라노도 파리의 하청공장에서 시작, 세계적인 패션 본고장으로 탈바꿈했는데 동대문이라고 한국의 밀라노가 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그래서 추천되는 방안이 세계시장을 겨냥한 공동브랜드 개발, 공동마케팅 회사 설립, 패션상품 전시와 바이어 상담을 할 수 있는 패션센터 설치 등이다. 무엇보다 동대문 전체를 하나의 큰 틀로 보고 동대문시장 세계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구심점의 탄생이 절실하다.이런 방안은 물론 상인들의 마인드 변화와 정부의 정책의지가 적절히 결합돼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동대문이 세계적 패션밸리로 거듭 태어나는 길은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동대문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다는 점에서 ‘패션밸리 동대문’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