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진출 일본매장, 시선 끌며 매출 상승… 정부지원·브랜드개발 미흡 지적도
동대문에서 구입한 물건을 포장하고 있는 러시아 바이어들.서울 동대문시장의 명성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남아지역에선 동대문시장을 쇼핑몰의 대명사로 꼽을 정도. 멀리 러시아 몽골 아프리카 지역의 의류 및 액세서리 도매상들조차 서울 동대문시장을 찾고 있다. 동대문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일본에다 소규모 형태의 ‘동대문시장’을 만들어 진출하는 적극성을 띠고 있다.동대문을 가장 많이 찾는 고객은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인들이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가 세운 동대문시장 외국인 구매안내소를 찾은 외국인 3천6백25명중 70%가 넘는 2천3백78명이 일본인이었다. 안내소측은 이곳을 거치지 않은 일본인들을 합치면 외국인들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일본인 고객 찾아 아예 시장 진출일본에서 5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카하시 류지씨(36)는 10년동안 동대문 시장 의류를 취급해온 동대문 단골 고객. 1주일에 한두번 정도 동대문을 찾는 다카하시씨는 “값이 싸면서 품질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동대문의 가격경쟁력이 많이 떨어져 상당수 다른 일본 상인들이 홍콩 중국 동남아시아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다카하시씨의 설명. 일본 의류회사의 원단구매 담당 이사격인 이이지마 마사오미씨(33)는 상품의 다양성과 순발력, 저렴한 가격을 동대문 시장의 3대 장점으로 들었다. 이이지마씨는 현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제품 수준은 나은 편이라고 그나마 좋게 평가했다.동대문 외국인 구매안내소에서 구매상담을 하고 있는 외국 바이어들최근 숫자가 다소 줄긴 했지만 동대문시장을 찾는 주요 해외고객들은 대만인들이다. 대만상인들은 평균 한달에 두 번 정도 동대문을 찾아 스판덱스류의 의류를 사간다고 한다. 이들은 거의 고정적으로 화요일에 집중적으로 동대문을 방문하는 데 이는 월요일은 지난주에 주문했던 상품이 들어와 가장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멀리 아프리카에서도 가끔씩 동대문의 명성을 듣고 찾는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무역상 리찌 느와이주씨는 옷과 액세서리류 구입을 위해 동대문 시장 외국인 구매안내소를 찾았다. 느와이주씨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말을 듣고 왔으나 의류는 당초 기대한 가격보다 비싸 포기하고 대신 액세서리만 구입했다고 한다.동대문시장 외국인 구매안내소 조중우 소장은 “예전엔 중국 폴란드 러시아에서 구매자들이 많이 왔지만 최근엔 가격이 비싸 중국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다”고 설명했다. 구매안내소에 따르면 올 1분기중 외국인 상담실적은 1천5백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6백14건보다 6.2% 감소했다. 조소장은 “2∼3년전 동대문시장의 해외매출 규모는 공식 및 비공식 수치를 합쳐 19억∼20억달러로 국내 자동차수출액 못지 않았으나 최근엔 그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처럼 매출이 급속히 줄어든 것은 경기부진도 있지만 브랜드 개발이 미흡하고 값싼 중국제품이 치고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구매상담소측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시장 관계자들은 동대문의 해외매출 규모가 웬만한 제조업 수출과 맞먹는 것에 비해 정부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일본유통업체, 동대문시장 유치 열올려최근 일본에 진출한 ‘동대문시장’은 처녀 진출한 것치고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난 3월 요코하마시 대형 상업시설인 ‘월드포타즈’의 ‘동대문시장’에 입점한 노승안씨. 가죽제품을 전문으로 장사하는 노씨는 “설마하고 이곳에 입점했는데 매출이 예상을 뛰어넘어 서울 동대문 광희시장 가게보다 전망이 밝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노씨는 월드포타즈 층마다 마련된 자판기 수입이 동대문시장 입점 이후 6배나 늘었다는 얘기를 현지 주인으로부터 들었다고 귀띔했다. 월드포타즈의 전체면적은 3만여평. 따라서 이곳의 60분의1에 지나지 않은 동대문시장(5백여평)이 월드포타즈의 경기를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서울 동대문시장이 일본에 처음 진출한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일본인 오쿠노 모토히토가 사장으로 있는 (주)마케트프로덕션은 도쿄 시부야 파르코콰트로 건물에 ‘동대문시장’이라고 등록한 브랜드로 매장을 열고 서울 동대문시장의 상인들을 불러들였다. 현지 언론들의 대대적인 소개와 입소문으로 서울 동대문시장을 찾았던 일본인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일본 ‘동대문시장’에 입점한 55개 매장은 오픈 한달만에 15억엔(약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점포당 평균 3천만엔(약 3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요코하마 월드포타즈의 동대문시장은 마케트프로덕션의 2호점이다.지난해 9월 처음 진출한 일본 동대문시장‘동대문시장’ 브랜드 소유회사인 마케트프로덕션의 정수찬 서울지점장은 “일본 백화점 및 쇼핑몰업주들이 경기하락으로 빈 매장을 채우기 위해 회사에 동대문시장 입점 제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어 이를 선별해야 할 정도”라며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도시 8곳에 추가로 동대문시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이처럼 동대문시장을 일본에 그대로 옮겨다 놓는 사업이 뜨자 마케트프로덕션 외에 고토코러레이션, KMJ 플래닝, 섬싱 등 일본유통업체들이 동대문시장 유치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그러나 이도 만만치 않다는 게 일본진출 상인들의 지적이다. 비자, 상품통관 등의 적지 않은 문제로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 2호점에 입점한 노승안씨는 “일본 입국시 관광비자(체류기간 15일)만 가능해 한달에 두 번은 꼭 한국으로 나와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이로 인한 항공료와 체류기간이 짧은데 따른 비싼 숙박료로 의외의 비용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일본 현지인을 고용할 경우 고임금 등으로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게 노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일부 매장의 고질적인 제살 깎아 먹기식 가격인하 경쟁도 지적되고 있다.아시나요 …‘인간 콘테이너’보따리상 물건 나르는 ‘아줌마부대’서울 동대문시장을 처음 찾는 외국인 보따리상들은 대부분이 구매한 물건을 자신이 직접 갖고 출국한다. 하지만 동대문시장을 자주 찾는 외국인들은 점차 구입 물량이 많은데다 자신들이 직접 오지 않고 전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일본어로 ‘하꼬비’, 우리말로 속칭 ‘인간 콘테이너‘라고 불리는 아줌마 부대를 이용한다. 이들 아줌마부대의 연령대는 40∼7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이들의 역할은 동대문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해당국의 세관을 통관, 공항에서 기다리는 택배맨에게 넘겨주기만 하는 것이다. 상인들은 이들을 이용해 물건을 나르는 게 훨씬 싸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하지만 물량이 상당히 많을 경우 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동일국으로 옮겨지는 물건을 여러군데서 적정량까지 받아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 콘테이너’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들은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귀국할 때도 그곳 사업자로부터 물건을 받아 가지고 들어온다. 보통 이들은 여행사 및 택배업에서 관리하는 데 일당은 1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