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인을 이용하라’. 오랜 해외생활로 쌓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 IT벤처 해외 진출 거점 역할에 나선 현지법인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지금까지 IT 벤처들의 해외진출은 자력이나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컨설팅 업체들을 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정보력의 한계와 현지 사정에 정통하지 않아 진출 실적이 저조했다. 그러나 현지법인들은 출신성분(?)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선 차별된다. 먼저 현지에서 뿌리를 내린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컨설팅 업체보다 정보력이 앞선다. 또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무역 등 비즈니스를 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휴먼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게 이들의 장점이다. 일본의 박삼수 인터프로 사장은 일본삼성정보센터장을 5년간 지낸 인물로 인맥이 없으면 비즈니스가 어려운 나라로 잘 알려진 일본에서 풍부한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또 대부분의 현지법인 CEO들이 종합상사 출신들로 해외 정보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리핀의 이호익 이호코퍼레이션 사장, 독일의 김윤상 유로코넷 사장, 호주의 박종길 코아상사 사장 등이 삼성물산 해외 주재원 출신으로 해당 지역의 소스원으로 실력을 발휘했던 인물들이다. 현지 정보에 빠른 만큼 비즈니스에도 발빨라 안정궤도에 들어선 기업도 많다. 인도네시아 상업은행 상무를 역임했던 장호열 볼래넷 사장은 인도네시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4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알려진 볼래넷은 무료 e메일 서비스 업체로 우뚝 섰다. 특히 이들 현지법인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해외 지국으로도 등록돼 있어 국내 IT벤처 해외진출 거점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설립된 인터프로(interpro-jp.com)는 IT비즈니스 컨설팅, 한일 IT기업 간 교류, 해외 IR, 전문인력 파견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프로 수장은 삼성종합기술원 그룹기술정보센터장을 지낸 박삼수(41) 사장. 박사장은 95년부터 2000년까지 재직했던 일본삼성정보센터 시절에 한국 전문 포털사이트인 올코리아(allkorea.co.jp)를 만들면서 국내 디지털밸리와 일본의 넷에이지가 합작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장은 독립법인체를 만들고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나섰다. 인터프로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 기업은 유니소프트가 대표적. 이 회사는 소니로부터 3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기도 했다.필리핀 현지법인 이호코퍼레이션의 이호익(38) 사장은 91년부터 99년5월까지 삼성물산 무역부문에서 근무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벤처의 필리핀 진출을 위한 지사대행, 비즈니스 컨설팅이다. 현재 오마이러브의 필리핀지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CTI 전문업체인 로커스와 필리핀 최대 그룹인 아얄라그룹(iAyala)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주)네티모아닷컴, 이즈택(주)과는 현지에서 인터넷 솔루션 판매, 장비판매를 하고 있다.대기업 종합상사 출신들 맹활약볼래넷(boleh.net) 장호열(50) 사장은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최초 인도네시아어 무료 메일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기반을 닦아 왔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말 알렉사 순위에서 인도네시아 지역내 1위를 차지할 정도 인기가 높다. 무료 e메일 서비스(bolehmail.com)는 현재 4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하루 평균 방문자가 2만2천명에 이른다. 볼래넷은 올해 1월 현지 ISP업체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국내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 바람의나라를 6월부터 서비스하기로 했다.유럽쪽에는 삼성물산 독일지사 출신인 유로코넷(euroconet.com) 김윤상(44) 사장이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로코넷은 지난해 12월 설립돼 국내 IT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지점을 두고 프랑스 파리에 연락사무소를 열었다.호주도 삼성물산 호주법인 대표를 맡았던 박종길(50) 사장이 설립한 코아(KOA)상사가 벤처 도우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코아상사는 국내 IT벤처들의 제품과 서비스의 호주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95년 두인전자 멀티미디어카드, 99년에 엠피맨닷컴의 MP3플레이어, 올해 2월 디지털월드의 디지털셋톱박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배틀탑, 사이버래인, 씬텔, 나타텔, 옥션, 타운뉴스, 텔스톤 등의 호주 진출을 도와주고 있다. 이외 미국 샌호제이와 보스턴, 캐나다 토론토, 대만, 중국 베이징 등의 현지법인들이 국내 IT벤처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병으로 맹활약하고 있다.국내 IT솔루션 유럽수출 봇물콘텐츠 서비스 등 틈새공략 가속화유럽 시장 공략이 시작됐다. 국내 IT벤처들의 유럽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솔루션 수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일본 미국 등에 가려 덜 부각됐던 유럽 시장이 IT벤처들의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면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수출 솔루션은 인터넷 솔루션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정보 단말기 등 다양하다.소프트웨어 분야에는 웹콜월드 휴로닉스 세넥스테크놀로지가 유럽에 첫발을 디디면서 승전보를 울렸다. 음성데이터통합(VoIP) 솔루션 업체 웹콜월드(webcallworld.com)는 올 1월 스페인 웹 서비스 업체인 미디어보즈에 인터넷폰 솔루션 ‘웹투폰’과 통화쿠폰 빌링시스템 등 15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업체 휴로닉스(huronix.com)는 유럽이동로봇2001 컨퍼런스 주최국인 스위스로봇학술회의(Eurobot2001)에 컨벤션 소프트웨어 ‘이컨퍼런스(eConference)’를 지난 3월말 2만5천달러 어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세넥스테크놀로지(senextech.com)는 지난해 4월 유럽시장에 진출해 최근까지 PC보안 소프트웨어 ‘엑스파일러’ 등 2백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인터넷 서비스 분야는 게임을 중심으로 유럽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 나스카(nazca.co.kr)는 유럽의 무선 게임 서비스 업체 피코펀(picofun.com)과 제휴를 맺고 자사 모바일 게임 ‘키스뮤’를 유럽에 독점 서비스하기로 지난 2월 계약을 체결했다. 게임개발업체 액토즈소프트도 이탈리아 디지털브로스그룹과 계약을 맺고 유료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하기로 했다. 초기 공급 계약금은 총 33만달러이며 매월 매출액의 30%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휴대폰 등 정보 가전 제품의 수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CDMA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인 세원텔레콤(sewon-tele.com)도 지난해 하반기 스페인의 이동통신기기전문업체 비텔콤과 총 7억달러, 4백50만대 규모의 CDMA 및 GSM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MP3플레이어 전문업체 엠피맨닷컴(mpman.com)은 지난해 9월 영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딕슨사와 독일의 주요 가전업체 슈나이더사에 자사 주력모델인 ‘MP-F35’를 자사 브랜드로 각각 3만∼4만대씩 수출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4만대, 5백만달러 규모를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업계 전문가들은 유럽 IT시장이 통신 인프라가 발달된 반면 인터넷 등 콘텐츠 서비스가 부족한 점을 들어 관련 국내 IT벤처들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