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진한 에스프레소 젊은층 입맛 사로잡아 … 고급커피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우위

‘원두커피 시대 끝, 에스프레소 시대 시작’ ‘구세대는 커피숍, 신세대는 테이크아웃전문점’.말 그대로 ‘빠르게(Express)’ 만들어내는 커피 에스프레소가 젊은층 사이에 선풍적 인기다. 그 중에서도 큼지막한 일회용 컵에 담아 길을 걸으며 마시는 테이크아웃(Take-Out)형이 최신 유행. 요즘엔 커피숍 소파에 앉아 ‘아메리칸 스타일’을 주문하면 구세대라 핀잔듣기 십상이다.“아침 학교 가는 길에 들러 커피를 포장해 달라는 여대생들이 상당히 많아요. 바쁜 아침시간에 걸어가면서 뜨거운 커피를 즐기려는 이들이죠. 개점 시간을 오전 8시30분으로 앞당긴 건 그 때문입니다.” 서울 성신여대 입구 번화가에서 테이크아웃전문점 ‘스위트번스’를 운영하고 있는 문순(33) 사장은 가격과 맛을 무기로 신세대층을 공략하고 있다. ‘호텔 커피보다 나은’ 맛에 가격은 1천원대. 주변의 수많은 커피판매점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 수준이면서 맛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덕분에 개업 2개월이 지난 지금엔 하루 평균 2백여명이 커피를 사러 온다.문사장은 창업직전까지 황태 전문 프랜차이즈업체 직원으로 일했다. 가맹점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창업에 눈을 떴고 자연스레 ‘내 사업’에 욕심을 갖게 됐다. 어느날 함께 일하던 점포개발 담당자가 ‘성신여대 입구 A급 상권의 조건 좋은 점포’ 정보를 수집해 오면서 잠자던 창업 욕구가 되살아났다.“가맹점 관리를 하다보니 ‘장사 성패는 입지에 달려있다’는 확신이 생기더군요. 자주 오지 않는 좋은 기회인데다 젊은 상권이어서 더욱 구미가 당겼습니다. 더 늦기 전에 작으나마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마침 주변에서 에스프레소 테이크아웃전문점이 유망하다고 권유했다. 부드러운 커피를 즐기는 여대생 수요가 많고 늦은 밤까지 젊은 유동인구가 쉴새 없이 오가는 곳이라 예감이 좋았다고. 무엇보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는 사업 아이템인데다 일이 단순한 편이어서 혼자 시작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하지만 문제는 점포 위치였다. 고객이 편리하게 커피를 사려면 규모가 작더라도 대로변 1층이 좋은데 문사장의 점포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2층. ‘단점을 극복하려면 홍보밖에 없다’는 생각에 개업 전부터 10% 할인쿠폰과 로고를 새긴 메모지를 사은품으로 배포했다. 다행히 반응이 빨라 고객이 늘기 시작했고 맛과 가격에 대한 소문도 퍼졌다.에스프레소는 전용 추출기로 20∼30초만에 만들어 내는 진한 커피를 말한다. 여기에 우유 크림 시럽 향신료 등을 첨가, ‘맛있게’ 만드는 이른바 ‘시애틀식’이 요즘 유행하는 에스프레소다. 작은 잔에 마시는 기존의 진한 에스프레소에 비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게 특징. 스타벅스, 로즈버드, 자바 등 대형 에스프레소전문점이 3천원 안팎의 가격대인 반면 문사장은 ‘시애틀식 에스프레소’를 1천5백∼1천9백원에 공급한다. 체인본사에서 직접 커피가공공장을 운영해 공급 단가를 낮추고 마진율을 최소화해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저렴한 가격’은 주머니 가벼운 신세대들의 호감을 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13평 점포의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이 2천2백만원, 커피추출기 등 기계설비와 인테리어, 초도상품비 등에 3천만원을 들여 총 5천2백만원이 창업비용으로 소요됐다. 13년간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과 은행 대출 1천만원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개업 첫날 8만원이 조금 넘었던 매출은 하루하루 올라가 요즘엔 평균 2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가와 월세, 인건비 등을 제외한 한달 순수익은 3백만원 선. “단 하루도 전날보다 매출이 내려간 적이 없어 힘이 난다”는 게 문사장의 말이다.외국선 성숙기 업종 … 성장잠재력 풍부커피는 예나 지금이나 ‘건강에 좋지 않고 불면증을 부른다’는 비난을 받곤 하지만 현대인에겐 빠뜨릴 수 없는 기호식품이다. 최근 붐을 이루는 테이크아웃형 커피전문점은 두터운 커피 수요에 시간절약, 가격할인 개념을 접목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에스프레소나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 고급커피를 부담없는 가격에 공급해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체인사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과당경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대상그룹의 로즈버드 등을 비롯해 중소업체까지 합쳐 30여개 업체가 경쟁중이다. 이미 ‘될만한 입지는 모두 채워졌다’는 말도 돌고 있다. 그만큼 짧은 시간동안 창업 수요가 많았다는 이야기. 창업을 위해선 신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나 젊은 직장인이 많은 사무실 밀집지역, 그 중에서도 이미 테이크아웃형 전문점이 개설되지 않은 지역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지하철역 주변이나 대형 쇼핑센터, 놀이공원도 좋은 입지로 꼽힌다.이 사업은 고급커피의 품질과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가격을 싸게 책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급커피에 익숙지 않은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도 중요하다.미국에서 ‘커피 키오스크(Coffee Kiosk)’라 불리는 테이크아웃형 전문점은 바쁜 직장인들을 공략, 인기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선 도입기에 불과한 초기단계지만 기존의 다방, 커피숍에 식상한 신세대 수요층이 두터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스프레소시장은 5년 이내에 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있다. (02)925-3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