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 위기 3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3년만인 지난해말 파키스탄, 터키, 아르헨티나, 러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데 이어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90년대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 위기 3년 주기설이 하나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0년대 초 두차례에 걸친 유럽통화 위기에 이어 94년말 멕시코 페소화 위기, 97년말 아시아 통화위기가 공교롭게도 3년마다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나 금융위기의 주범인 헤지펀드의 재원조달과 국제투자자들의 성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들이 금리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떨어질 때는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활발해 졌다.올해 들어서도 개도국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각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각종 펀드들이 재원을 마련하기가 쉬워졌고 국제금융환경이 악화되면서 국제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세력과 ‘고위험-고수익’ 금융자산으로 추구하는 세력으로 양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개도국 금융위기가 가시화될 것인가. 한 나라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모리스 골드스타인(Morris Goldstein)의 위기진단 지표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통화가치 방어능력, 해외자금 조달능력, 국내저축 능력, 자산유입의 건전도, 자산인플레 정도로 판단하는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로 볼 때 개도국들의 위기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들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아르헨티나의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위기 가능성이 갑자기 높아지고 있다. 이들 두 국가의 주가는 연초대비 각각 50%, 18%가 떨어졌다. 통화가치도 각각 20% 정도가 떨어지고 있다.97년 아시아 위기 이후 다양한 위기방지 방안들이 논의돼 왔다. 세계적으로 국제금융시장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이 떨어진 IMF를 대신해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합한 세계금융기구(WFA)를 창설하자는 방안이 제기됐다. 동시에 회원국들의 쿼터 증액을 통해 IMF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안도 제시됐다.국제통화제도에 있어서는 불안한 각국의 통화를 미 달러화로 대체하자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과 결제통화를 아예 없애 버리자는 대안경제론, 그리고 환율운용에 있어 관련국의 경제여건을 감안해 결정된 중심 환율에 상하 변동폭을 설정하자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도 논의돼 왔다.아시아 지역차원에서는 가장 심도있게 거론돼 왔던 방안이 아시아 각국간 외자융통계획인 통화스왑 협정이었다. 이 협정을 맺을 경우 언제든지 제2선 자금(Back-Up Facility)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외화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자는 방안도 검토돼 왔다. 이밖에 아시아 지역내에서 공동화폐를 도입한다든가 외환위기 방지방안을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금융안정포럼(FSF)을 설립한다든가 하는 방안들이 논의돼 왔다.문제는 외환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느 하나 구체화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 각국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특히 위기재발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내에서조차 위기방지방안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미국의 견제에다 아시아 주도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일본간에 미묘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간자 혹은 균형자(balancer) 위치에 있는 우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커다란 요인이다.금융위기 재발 방지 방안 구체화 미비현 시점에서 개도국의 금융위기가 발생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전염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4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9백34억달러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인접국 금융위기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볼 수 없다. 구조조정이 지연돼 우리 경제전반에 부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체질이 개선돼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능력을 확보해야 금융위기 우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개도국의 금융불안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동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거래소 시장에서 34%에 육박하는 등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수급의 원천을 상당부분 설명하는 미국 뮤추얼 펀드의 동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미국의 뮤추얼 펀드는 크게 지역분산 펀드, 섹터 펀드, 스타일 펀드로 구성돼 있다. 지역분산 펀드는 지정된 지역에만 투자할 수 있게 돼 있고 통상적으로 지역내 국가별 비중과 국가내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분산 투자하는 형태를 보인다. 섹터 펀드와 스타일 펀드는 특정 업종이나 주식(성장주·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이며 투자지역에 대한 제약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는 위의 세가지 분류 모두에 해당되며 특히 섹터 펀드 가운데 공격적 성장형 펀드는 국내 기술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연초 이후 각 뮤추얼 펀드 자금 유출입 동향을 보면 위와 같은 펀드 분류별로 자금 흐름에 차별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지역분산펀드인 인터내셔널 펀드는 순유출 우위의 기조가 연초 이후 지속되는 가운데 4월에만 20억달러가 이탈했다. 동시에 이머징 마켓 펀드와 (일본제외)아태 펀드와 유럽 펀드 등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개별지역 펀드별로는 최근의 중남미와 동남아의 정치경제적 위기로 이머징 마켓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이머징마켓 펀드의 자금유출이 두드러졌고(4월 중 2억8천만달러 유출) 유럽 펀드도 2억4천만달러 순유출됐다.대조적으로 공격적 성장형 펀드는 올해 이후 가장 견조한 자금 유입세를 기록(2001년 중 60억달러 순유입, 4월중 13억달러 순유입)하고 있으며 기술주 펀드의 경우 4월 중 나스닥 시장의 반등과 함께 순유입으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직 추세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지역분산 투자펀드에서 섹터 펀드, 스타일 펀드로의 자금이동이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한편 미국내 총주식형 펀드는 2001년 들어 39억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자금유입 규모인 1천3백21억달러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외국인 자금유입이 줄어들 경우 개도국 경제도 또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