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연평균 1백% 성장 무난…'자동화기계 생산성 높다' 국내외 주문 밀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상당한 양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여닫힐 때 그만큼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문틀과 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이 크면 클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력은 더 세져야 한다. 이 마찰력을 줄이려면 기존 베어링보다 더 정밀한 베어링을 쓰면 된다. 그러면 보다 적은 전력으로 더 빨리 부드럽게 엘리베이터의 문을 여닫히게 할 수 있다. 베어링은 이처럼 기계의 한 부분과 다른 부분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력을 줄여주는 부품이다. 엘리베이터뿐 아니라 자동차, 로봇은 물론 공장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기계엔 베어링이 사용된다. 따라서 마찰력을 최대한 줄여 기계의 가동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고 전력 소모를 적게 할 수 있다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기게 된다.경기도 김포에 있는 (주)위너베아링(www.shaft.co.kr)은 바로 이런 베어링 제품을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직선운동 베어링인 ‘스피드 가이드(Speed Guide)’는 1초에 무려 10m씩 직선운동이 가능한 초정밀 초고속 베어링이다. 기존 베어링보다 5배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각종 로봇 및 자동화 기계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 노동시간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그만큼 마찰력을 줄였기 때문에 전력도 덜 소모되고 기계가 원활하게 작동된다. 삐걱거리거나 끌리는 소음도 거의 나지 않는다. 스피드가이드는 반도체 장비를 포함한 공장자동화기계의 핵심기술인 직선가이드의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인 혁신적인 베어링으로 평가받는다.선진국에서 널리 이용되기 시작된 직선운동 베어링은 공장자동화 기계의 정밀 반복이송 기능을 갖는 첨단 정밀기계 요소부품이다.자동승강대용 베어링까지 설계·납품따라서 이 베어링이 활용되는 시장도 매우 크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선 이 직선운동 베어링을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전량 비싼 값에 수입해 왔다.위너베아링이 이 직선운동 베어링을 국산화한 것이다. 이 제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수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평창하이테크, 한국타이어 자동화라인 등 2백여 자동화 기계 제작 업체에서 사용중이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자동조립기계전에 스피드가이드를 출품한 직후 유럽지역에 수출을 시작했다. 그밖에 이탈리아, 호주, 싱가포르, 대만 등에 공급하거나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스피드가이드는 기존 베어링에 비해 여러 면에서 성능이 우수하다. 기존의 봉 구름형 가이드가 여러 개의 스틸 볼이 가이드면과 슬라이더의 볼 순환구를 따라 급격한 회전 각도로 돌기 때문에 운동속도에 제한을 받았다. 소음도 심했다. 그러나 스피드가이드는 복열 콘택트 베어링을 써서 직선으로 운동하므로 그만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기존 LM(Linear Motion)가이드에 비해서도 수명이 훨씬 길다. 마모부위에 내마모성이 뛰어난 고 탄소크롬 베어링강을 고주파로 열처리한 후 정밀 연삭해 표면 경도를 HrC60 이상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미끄러질 때 주행정밀도의 오차도 6m까지 0.05mm이내다. 또 LM가이드가 레일의 모든 면을 몇십억원의 고가 장비로 연삭해야 직선운동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스피드가이드는 마모부위만 연삭하므로 생산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일명 ‘도깨비 눈’이라 불리는 편심너트를 썼기 때문에 높은 하중에도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유격없이 거의 완전히 밀착해도 정밀주행이 오랫동안 보장된다. 알루미늄 소재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제작이 가능하고 녹이 슬지 않아 찌꺼기에 의한 마찰력 발생도 없다.자동으로 중심을 찾아가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돼 레일바닥이 반반하지 않아도 직선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평탄작업이 꼭 필요한 기존 가이드에 비해 조립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심한 진동시 물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면진테이블 시스템에 스피드가이드가 쓰였다. 박물관에서 도자기 등을 올려놓는 진열대 바닥에 이 베어링을 설치하면 웬만한 지진에도 떨어져 깨질 염려가 없다.최근엔 지하철 열차문에 쓰일 베어링과 함께 플랫폼의 승강위치에서 열차 안으로 들고날 수 있는 자동승강대용 베어링까지 설계 해 테스트를 마쳤다. 위너베아링은 지난해 스피드가이드 등으로 매출액 증가율이 47%를 넘어섰다. 앞으로 시장 개편이 완료되는 5년간 매년 1백%이상의 매출신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백40평 규모의 공장도 신축했다. 여기에 자동샤프트 압입기와 드릴기까지 개발, 설치해 스피드가이드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미 직선운동 열처리 샤프트는 장축용에선 세계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위너베아링은 93년 원샤프트통상으로 시작해 LM 샤프트를 수출한 것을 기반으로 94년 베어링 전문 업체로 두각을 나타냈다. 99년엔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후 지난해 위너베아링으로 사명을 바꾸고 올해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위너베아링은 앞으로도 새로운 고속용 직선운동 가이드를 계속 개발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참이다.(031)988-0141인터뷰 / 송천복 사장낮은 생산비로 대량 생산, 신기술 자부“자기부상레일에 가까울 정도로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선운동 베어링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초정밀 초고속 직선운동 베아링을 개발해낸 송천복(43) 위너베아링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그러나 베어링 분야에서 만큼은 어떤 엔지니어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 72년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송사장은 89년 늦깎이 대학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자장면 배달과 신문배달은 물론 실크공장에서 기술을 배우며 주경야독을 했다. 85년 대학생 신분으로 조그만한 복사점까지 경영해 봤다. 91년부터 2년간 (주)주강로보테크 생산담당이사로 근무하면서 로봇 등 기계에 핵심부품인 직선운동 베어링을 개발하기 시작한 게 현재의 스피드가이드를 만들게 된 계기다. 그 후 공장자동화 기계의 핵심인 고속화, 저소음화, 조립 간소화, 경량화 등 새로운 흐름을 읽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제품을 계속 연구개발해 왔다.“직선운동베어링 생산 기술은 여러 가지 기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설계돼야 합니다. 물론 속도도 혁신적으로 높여야 하죠.” 송사장은 동시에 생산방식도 단순화해 낮은 생산비로도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신기술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용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맞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송사장은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