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대통령이 지난 5일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해 외국산 철강제품의 긴급수입제한조항 발동을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을 명령했다. 그동안 논란을 빚어오던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공식화시킨 셈이다. 외국산 철강제품의 수입급증으로 국내 철강산업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부시 대통령이 철강제품 수입규제를 위해 ITC에 대해 실태조사를 명령한 것은 74년에 제정된 통상법 201조에 근거하고 있다. 이 조항은 특정품목의 수입급증으로 인해 동종제품 또는 직접적 경쟁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나 피해위협이 야기되는 경우 동산업에 대한 일시적인 구제조치로 이 품목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s)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이 조치가 발동되면 ITC가 대상품목의 수입증가에 따른 산업피해 여부를 판정하고 대통령에게 구제조치를 권고하게 된다. 대통령은 ITC의 권고를 토대로 관세인상이나 쿼터제 실시 또는 수입수량제한 등의 구제조치를 결정해서 시행하게 된다. 만약 대통령이 ITC의 건의를 기각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할 경우 의회는 양원합동결의를 통해 ITC가 건의한 조치를 발효시킬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또 ITC의 피해판정 또는 대통령의 구제조치가 결정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긴급조치 발동 청원자가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고 ITC가 이를 받아들여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대통령은 7일 이내에 잠정조치를 결정해 시행할 수 있다.그러면 누가 그같은 긴급조치 발동을 건의할 수 있는가. 피해업계와 노조는 물론이고 대통령 또는 미무역대표부(USTR)가 청원하거나 요청할 수 있다. 또 ITC가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의회(하원 세입위원회 또는 상원 재무위원회의 결의)가 요구할 때에도 ITC는 피해여부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동안 업계와 의회 일각에서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요구가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정식으로 조사명령을 내림으로써 긴급수입 제한조치 발동이 기정사실화된 셈이다.대통령의 요청이 공식발동된 만큼 ITC는 곧 대상품목을 선정하고 피해여부 조사에 착수하게 되는데 청원 또는 요구제기후 산업피해 판정은 1백20일 이내, 대통령에 대한 구제조치 건의는 1백80일 이내에 마치도록 돼 있다. 또 대통령은 ITC 건의후 60일 이내에 구제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ITC조사에서부터 대통령의 구제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최장 2백40일(8개월)이 걸리지만 5~6개월 이내에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부시 대통령이 조사명령을 내린 만큼 어떤 식으로든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 물론 우리나라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입규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간 대미철강수출이 약 10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수입 규제조치가 발동되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국의 ITC조사 결정에 대해 세계자유무역발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밝히고 WTO(세계무역기구)협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철강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외국산제품의 수입급증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자신들의 비효율적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데 원인이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수입 규제조치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종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