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3총사·옵티마 등 수출확대로 내수침체 돌파 … 6시그마 운동 등 경영혁신도 박차
기아차 노조는 3년간 무분규를 선언하는 등 재기엔진에 시동을 걸었다.2010년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 기아자동차의 야심찬 계획이다. 2003년에는 1백30만대를 판매해 국내시장의 30%를 차지한다는 중기비전까지 마련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세계적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이런 야무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감에서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추락과 비상을 되풀이한 지난 4년간의 역경을 헤쳐나오면서 체득한 것이다.기아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97년. 자동차업체들의 무리한 판매경쟁에 따른 누적적자의 확대와 노사간의 평행선을 달리는 대립,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계열기업들의 부실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경영위기에 몰렸다. 이전에 보여줬던 봉고신화처럼 드라마틱한 기사회생을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도유예협약 대상이라는 시한부 사형선고를 받았다. 98년 6조6천5백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가 보여주듯 이름만 유지하던 게 기아였다.그러나 현대가 인수하면서 횃대를 차고 올랐다. 현대가 핸들을 바꿔 잡은지 1년후인 99년에 1천8백24억원의 흑자도로에 들어섰다. 인수자인 현대마저 동반부실이라는 올가미에 걸릴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를 깨끗이 날려버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법정관리 기업사상 최단기간인 1년10개월만에 법정관리종결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매출 10조8천억원에 3천3백7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올해도 기아의 성공질주는 계속됐다.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9만4백45대, 수출 12만4천1백여대 등 모두 21만4천5백여대를 판매하며 매출 2조8천6백40억원에 1천1백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지난해 10조8천억원 매출 올려기아차의 이런 화려한 재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장 먼저 똘똘 뭉친 노사를 들 수 있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기아차 노조는 3년간 무분규를 선언하는 등 재기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1일 3교대 철야근무와 휴일특근도 마다 않는가 하면 여름정기휴가까지 반납하며 수개월씩 밀렸던 출고적체 기간을 줄였다. 경영진도 기아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정몽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생산현장과 영업일선을 방문하는 현장경영으로 기아차의 엔진을 닦고 조였다. 김수중 사장도 취임후 철저한 수익위주의 경영을 밝히고 원가절감과 품질개선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기아가 부활하는 데 있어 작용한 또 하나의 동력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현대자동차와의 성공적인 ‘화학적 결합’을 들 수 있다. 아시아자동차 등 완성차제조 판매 5개사를 기아자동차 1개사로 통합해 조직을 슬림화했으며 현대자동차와 연구 개발부문 통합, 차량 플랫폼 공용화로 4조5천억원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얻었다.적시타로 신차를 잇달아 시장에 내놓은 전략과 품질을 개선하는 등 생산부문에서의 노력도 기아의 도약에 큰 몫을 했다. 야심작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 등 이른바 ‘카 3총사’는 출시되자마자 내수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경차 비스토와 수출전략형 승용차 리오 옵티마 스펙트라 등 잇단 신차몰이로 판매를 확대했다. 수출부문에서도 고품질의 국제경쟁력을 가진 신규차종을 투입함과 동시에 판매망을 정비,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 수출기록인 55만대 수출을 달성했다. 품질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정비실명제와 해외 품질상황실을 운영하면서 품질과 서비스 부문에서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기아자동차는 올해 판매 1백14만대, 매출 13조원, 경상이익 5천억원이라는 각 부문 최고기록 달성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국내시장에서는 판매조직 보강과 판매강화로 40만대 판매돌파를 할 계획이다. 특히 옵티마 카렌스 카니발 봉고 프런티어 등 4개 차종을 브랜드파워 1위의 대표차종으로 집중 육성,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게 기아의 전략이다.대대적인 수출드라이브로 해외시장도 더욱 확대해 국내시장의 부진과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전년 대비 32%가 늘어난 74만대를 수출목표로 설정했다. 옵티마 카니발II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수출 비중을 높여 수출물량의 양적증가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김수중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세계 28개국 4백여 대리점과 딜러들을 방문, 현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아울러 내부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책임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질 위주 관리에 역점을 둬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2005년 세계 5위의 품질수준을 달성한다는 목표아래 현재 진행하는 6시그마 운동을 보다 강력히 추진, 품질수준을 더욱 높이는 한편 비용 원가절감에도 주력해 수익을 더욱 개선한다는 게 기아측 계획이다.CEO 탐구김수중 대표이사 사장영업·판매부문 베테랑 … 친화력 ‘강점’기아자동차 회생에 있어 1등 공신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꼽히는 김수중 사장은 지난 6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래 줄곧 자동차라는 한우물만 파온 전형적인 전문경영인. 말단사원 시절부터 사장에 오르기까지 현대차의 판매망치고 김사장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업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난 81년 전국 현대자동차 영업소중에서 판매실적이 최하위였던 곳을 맡아 6개월만에 전국 최우수 영업소로 끌어올린 일은 김사장의 영업능력을 나타낸 유명한 일화로 통한다.현대자동차 사장으로 근무하다가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발령받고 ‘기아인에 의한 기아의 부활’을 역설하며 공격적 경영을 펼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경기호전에 따른 RV차량 수요증가를 예상하고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 등 RV 3총사에 역량을 집결, 흑자전환의 토대를 다진 일은 김사장이 자동차 전문경영인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부하관리 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로 알려진 김사장은 경영자로서 스스로를 기억력과 친화력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공장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함께 돌리던 사람들의 이름과 행동까지 일일이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탁월하다. 친화력도 뛰어나 직원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찾아다녀 울산공장의 강성노조를 이끌었던 노조원들이 안부전화를 할 정도라고.기아차의 사령탑으로 뛰어난 경영수완을 보인 김사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금 고삐를 다져잡고 있다.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빅5가 되는 목표를 향한 분발이다. 얼마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며 수익성 확대를 강조하는 한편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김사장의 경영철학은 철저하게 이익을 중시하는 것.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절대사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종업원과 사회에 존재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1m80cm의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집에서 짬이 날 때면 정원을 손질하는 섬세한 모습이 있지만 어려운 문제가 풀리고 나면 지프차를 몰고 야외로 나가 사냥을 즐기는 다이내믹한 취미도 갖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