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혁신·부문별 전문가경영 ‘A’ 성적표 결실

지난해 주택은행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은 은행이 또 있을까. 지난 한햇동안 은행주 가운데 최고 주가를 유지했으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또 국내 언론매체뿐 아니라 아시아머니(Asiamoney)와 에셋(The Asset) 등 아시아 금융전문지로부터 2000년 국내 최고 은행으로 선정되는 등 상복도 터졌다.지난해 받은 주택은행의 ‘A’ 성적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ROE 20% 이상의 높은 수익성, 낮은 무수익여신 비율(6.5%), 은행업계 최초로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실시, 그리고 국제기준의 회계 시스템 도입 등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실적과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지난 1분기 은행별 경영성적을 보더라도 시중은행 평균 ROA가 0.8%지만 주택은행은 1.51%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주택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실적은 5천2백38억원으로 지난 99년 4천5백13억원에서 7백억원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은행계정 총예수금은 99년과 비교해 13조8천9백억원이 증가했고 원화대출금은 11조4천억원이 늘었다. 순이자이익은 99년 대비 8.4% 증가했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포함한 수수료 수익은 52.7%가 늘었다.이는 원화 예대마진 위주의 전통적 영업방식에서 탈피해 신용카드 전자상거래 등 신규수익원을 집중 육성한 결과다. 특히 신용카드사업은 지난해 3백80만명의 회원들이 13조6천억원의 이용금액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타고 있다.또 주택은행은 고비용 영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신영업점 체제를 정착시켰으며 영업점 업무를 고객중심으로 전환했다. 신영업점 체제란 수신과 여신 시스템, 그리고 현지 지점의 창구까지 개혁하는 대대적인 작업이었다. 이 작업의 골자는 지점은 영업에만 진력하고 나머지 업무는 지역별로 후선업무시스템에 넘기는 것이다. 예컨대 지점에서 간간이 했던 전화상담 업무를 5백명의 직원들이 서울 대방동에 있는 콜센터에서 전담하고 있다. 또 대출심사도 영업점에서 분리해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일선 지점의 창구도 빠른 창구와 상담 창구로 이분화해 고객들의 인기를 얻었다.인터넷뱅킹·전자상거래 진출에도 적극적자동화기기를 확충하는 등 고객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업부문별 경영전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부문별 전문가를 영입했고 금융자산의 건전한 운용을 위해 리스크 관리시스템도 개선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수익 안정성과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 부채 종합관리(ALM)시스템과 가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인터넷 뱅킹 시스템과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인터넷 뱅킹 사이트(www.hncbworld.com)를 출범시켰고 이곳에서 네티즌을 위한 인터넷저축예금과 인터넷대출상품을 선보였다. 이 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으며 개인자산관리 가계부 부동산정보 복권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고 있는데 서울시내 분양 정보와 아파트 당첨자 등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e메일로 송금업무를 볼 수 있는 사이트(www.npaykorea.com)도 인기다.전자상거래시장 부문에서는 한국통신 삼성화재 LG전자·화학 두루넷 현대건설 등 다양한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e비즈니스 사업에 진출, 미래 성장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과 제휴, 주택은행 홈페이지 회원이면 현대백화점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제품을 결제할 수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시스템도 개발중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매출채권 담보대출 어음거래 대출신용 등을 체크하거나 제공하는 기술도 개발중이다.주택은행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변수중 하나는 국민은행과의 합병건이다. 지난 4월 주택은행은 국민은행과 합병 본계약을 체결했고 국민은행이라는 새로운 합병은행으로 오는 10월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매은행끼리의 합병을 두고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김정태 은행장은 “주택과 국민이 합병하면 3년 동안 2조5천억원의 순이익이 늘어난다. 이중 점포나 사람을 줄여 생기는 이익은 2천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인원을 줄이지 않아도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합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주택은행은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IT 역량 대폭 강화, 지점망 전문화 및 차별화, 선도은행 프리미엄 활용, 선택과 집중을 통한 비교우위분야 개척, 신사업 영업 개척 등을 이룩할 계획이다.CEO 탐구김정태 행장주주중시 경영 앞장 서는 행동주의자“그는 풍부한 시장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호리에 제일은행장은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강점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끊임없이 제스처를 섞고 심지어 도표를 그려가면서 논리를 펼친다. 대화도중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서류더미를 샅샅이 찾기도 하는’ 꼼꼼하고 열정적인 CEO라고 김행장을 추켜세웠다.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점잖은 은행원보다는 좌판을 늘어놓고 열변을 토하는 ‘장사꾼’의 모습을 호리에 행장은 본 것이다.실제로 김행장은 동원증권 사장 재직시에나 주택은행장으로 부임했을 때 임원전용 엘리베이터와 은행장 접견실 간부식당 등 ‘관료적’ 분위기가 나는 것을 없애 화제를 모았다. 실적위주의 경영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다.김행장은 3년 전 단 1원의 월급과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주택은행장으로 부임, 전체 임직원의 25%에 달하는 인원감축과 은행 개혁을 단행했다. 그가 부임한 뒤 주택은행 주가는 8배나 뛰었고 현재 그의 스톡옵션은 90억원의 가치로 평가된다. 그의 리더십과 주주중시경영이 투자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그의 평소 기업철학은 ‘정직한 사람, 정직한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평가하는 그의 강점은 생각보다 행동이 빠르다는 점이다. 창의력 있는 사람의 특징이 머리를 믿지 않고 손을 믿는다는 것. 그가 지금껏 금융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최초’ ‘최연소’ 등의 수많은 수식어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이처럼 행동이 빨라서다.그의 취미는 소박하게도 채소류 등 농작물을 손수 가꾸는 일이다.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도 경치 좋은 시골이나 바닷가라고 한다. 꼼꼼한 신문읽기는 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출장으로 며칠 자리를 비울 때면 돌아와서 읽지 못한 신문을 모두 모아놓고 밑줄을 쳐가며 읽을 정도다.김행장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독특하다. 악을 써가면서 떠드는 것이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함으로써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