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바나멕스 인수로 ‘세계 금융제국’ 교두보 마련 … 중국 시장 ‘눈독’

1월 영국 투자은행 슈로더스(22억달러), 2월 폴란드 소매금융은행 뱅크 핸드로이(10억달러), 4월 영국 신용카드업체 피플스 뱅크 카드 유닛(5억달러), 5월 대만의 금융그룹인 푸봉 그룹 (8억달러)과 멕시코의 바나멕스(1백25억달러).올들어 씨티그룹이 해외에서 인수한 금융기관들의 목록이다. 거의 매월 한건의 M&A를 성사시킨 셈이다. 샌포드 웨일 씨티그룹 회장은 지난 3년여 동안 무려 12개 가까운 해외기업을 사들였다. 최근 들어서는 그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지난달 발표된 바나멕스 인수는 숨가쁜 씨티뱅크의 글로벌 진격 중에서도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바나멕스는 1천3백53개 지점을 거느린 멕시코 최대의 은행. 인수금액으로도 씨티뱅크 사상 최대액수였고 거대한 미개척지 남미시장에 발판을 마련했다.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진출 후 승승장구바나멕스 인수는 씨티그룹의 전략지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바나멕스 인수를 계기로 씨티뱅크는 연간순익 1백40억달러 중 4분의1을 신흥시장에서 벌어들이게 됐다. 불과 2년전에는 17%였다. 신흥시장 중 남미진격이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면 아시아진격은 절정에 있다. 아시아 진격의 출발은 지난 97년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시아 금융시스템은 붕괴직전에 놓여 있었다. 씨티뱅크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2억달러 이상을 아시아시장에 쏟아 부어 8개국 74개 지점을 새로 오픈했다.그 결과 97, 98년 두햇동안 연간 11%의 이익(세후) 하락이라는 쓴 맛을 봐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보약’이었다. 이듬해인 99년 아시아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이익은 15.6% 뛰어올라 4억4천3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이익이 무려 58.5%나 치솟았다. 지난해 씨티뱅크의 아태지역 소매금융 외형은 28억달러, 세후 이익은 무려 7억2백만달러를 기록했다. 덕분에 아시아는 씨티뱅크내에서 초고속 성장지역으로 올라섰다.아시아에서의 ‘씨티파워’는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 아시아 거주자 중 1천90만명이 씨티뱅크에 저축계좌를 갖고 있다. 신용카드 발행은 7백만개. 95년 이후 2배나 늘었다. 덕분에 씨티뱅크는 아시아 최대 신용카드 발행업체로도 등극했다.씨티뱅크의 성공요인은 뭘까. 첫째, 부실은행을 인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10만~3백만달러의 잔고를 유지하는 아시아 부유층을 겨냥했다. 메릴린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아시아 부유층은 총 1백70만명에 달한다. 이들 아시아 부자들의 ‘고품질 서비스를 향한 대이동’이 성공의 두번째 원인이었다.이제 씨티뱅크의 다음 목표는 어딜까. 거대한 잠재력의 땅 중국이다. 올 11월로 예상되는 중국의 WTO 가입이 성사되면 중국정부는 5년안에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하게 된다. 황금시장의 개막이 코앞에 다가온 셈.웨일회장의 목표는 시장점유율 최대 은행이 아니다. ‘수익률 최고의 은행’이 목표다. 그리고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전세계로 전파시키는 것. 이것이 씨티왕국의 이데올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