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교육열,8학군 선호병 여전..학원, 개인교습 덩달아 인기.
최근 캐나다로 향하는 이민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민유형이 바로 자녀교육을 위한 이민이다. 밴쿠버에서 이민정착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세계이주공사 김호규 지사장은 “최근 캐나다이민자들 가운데 교육이민자들이 약 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모텔을 운영하다 밴쿠버로 이민온 유영수씨도 “한국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기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으로 이민을 준비, 지난 5월 캐나다로 왔다”며 “도착해보니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토론토도 사정은 비슷하다. 토론토 홈라이프 시멀먼 부동산중개 원종성사장은 “최근 집을 구하는 이민자들을 보면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을 왔다는 30∼40대 부부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교육이민 30∼40대 부부가 많아이처럼 캐나다로 향하는 교육이민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나다가 호주나 뉴질랜드와 달리 북미영어를 사용하는데다 미국과 이웃하고 있어 나중에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빅토리아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한 여학생은 “교육이민으로 온 학생이나 조기유학생들 가운데 대다수가 캐나다보다는 미국대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다른 국가로 갔을 때보다 교육비나 생활비 가 적게 든다는 점도 교육이민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학비의 경우 영주권자들에게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사립 제외)이 이뤄진다. 대학 학비도 유학생의 절반 이하이고 장학금과 정부융자도 풍부해 부모 지원없이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한국에서는 딸을 교육시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교육이민을 택한 사람도 있다. 토론토 쏜힐지역의 콘도에서 딸 2명과 함께 거주하는 정모씨는 “한국에서는 여성들에게 취업 기회도 적고 차별이 많아 딸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이민을 왔다”고 말했다.교육이민이 늘면서 덩달아 이민자들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학원과 개인교습도 인기다. 특히 개인교습의 경우 대학이상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는 인기 아르바이트로 통한다. 요크대학 언어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최수영씨는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늘면서 개인교습을 받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영어교습이 가장 많지만 대학진학을 앞둔 고학년의 경우 수학이나 과학을 듣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교습비는 토론토지역의 경우 시간당 평균 20~25C$ 정도.태나다 이민 가운데 80%를 차지할 정도로 교육이민이 늘어나고 있다.교육이민자들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현지교민들 사이에서는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피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가장 큰 때지만 영어문제로 새로운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뿐더러 혼자라는 고립감마저 이겨내기 어려워 자칫 탈선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교민들의 지적이다. 이민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밴쿠버 동서전자의 류인권사장은 “영어가 안돼 이곳 아이들로부터 소외되다 보니 한국아이들하고만 어울리게 되고 나중에는 노래방 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마약을 하는 청소년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또 다른 문제는 정작 캐나다에서 언어문제로 고민하는 데는 부모나 자녀 다 마찬가진데도 한국에서처럼 자녀들에게만 영어공부하라고 강요하는 일부 부모들의 태도다. 일부 청소년들은 ‘골빈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머리가 비었다는 뜻의 속어지만 이곳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골프와 비디오의 머릿글자를 딴말이다. 자녀들에게는 매일 공부하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은 매일 골프치고 한국비디오나 갖다보는 어른들을 비꼰 말이다.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야 된다’는 것이다.자녀교육에 관한 유별난 극성도 현지교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가장 단적인 예가 8학군병. 이른바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가 몰린 곳이나 캐나디안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집착하는 것이다.심지어 다른 지역에 살면서도 8학군으로 소문난 곳에 주소지를 옮겨 자녀들을 등하교시키는 부모들도 있다. 때문에 각 교육청은 새로 학생들을 받을 때마다 학교에 제출할 서류의 하나로 거주지와 학군간의 일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임대계약서 은행증명서 전화고지서 운전면허증 등 거주지 확인이 가능한 서류 가운데 2가지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막상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캐나다로 가도 과외나 8학군 등 한국에서 익숙했던 일들을 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성공사례 / 신정철·김연희씨 가족가족사랑, 불협화음 줄이고 적응 앞당겨밴쿠버에 정착한 많은 교육이민자들 가운데 신정철·김연희씨 가족은 가족간 애정과 화합이 교육이민의 성공을 일궈내는 가장 좋은 토양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족간 갈등이 삐져나오기 쉬운 이민생활이지만 오히려 끈끈한 가족관계를 복원시킨 데다 자녀들이 당초 기대보다 빠르게 이민생활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의 공부가 절대적으로 득이 되는가, 언제 와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나 등을 놓고 신중하게 고민하며 이민을 준비해왔다”는 신씨의 가족이 캐나다에 도착한 것은 지난해 4월. 심사숙고 끝에 택한 이민이었지만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연달아 나왔다. 특히 아들 명길군(13)과의 갈등이 컸다. 워낙 내성적이었던 데다 언어소통마저 안되면서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것이다. “왜 이민왔냐”는 불만섞인 말도 자주 나왔다. 신씨는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하면서 공감대를 넓히려고 노력했다. 자녀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등록하고 강의도 듣기 시작했다. 아울러 직업없이 지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 한식당에 나가기도 했다. 그게 아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한국의 최고학부를 나와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허드렛일도 마다 않는 모습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불만이 컸지만 많은 이야기를 통해 마음이 열리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따르게 됐다”는 게 명길군의 말이다. 마음이 안정되고 아버지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면서 학업에도 가속이 붙었다. 결국 이민후 첫학기에 우수상을, 1년여만인 지난 6월에는 최우등상을 받았다. 친구도 여럿 사귀었다. 둘째인 지연양(9)도 처음에 언어문제로 다소 적응을 못했지만 지금은 가족 가운데 가장 영어를 잘 할 정도가 됐다. “캐나디안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영어가 빨리 늘었다”는 게 지연양의 말이다.현지 교육관계자들의 ‘어드바이스’부모가 잘 챙겨야 학업 성취율 높아캐나다는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다민족국가인 만큼 교육이 사회적 통합이나 성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각 교육청이나 학교마다 유학생이나 이민학생들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두고 이들을 적극 관리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는 한국학생들도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다를 게 없다. 그래도 그들은 외국계 학생들 다룬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나름대로의 비법을 갖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학생들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캐나다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국적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심성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토론토 교육청의 이민 유학생 담당관 제니 림(Jenny S.P.Lim)씨. 중국계 캐나디안인 그녀는 “한국이민자들이 자녀교육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자녀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잘 챙겨주는 학생일수록 성취율이 높은 반면 방치하는 경우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경험담도 보탰다. “부모의 영어능력만큼 아이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말로 부모의 언어능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부모가 함께 영어 개인교습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 그녀의 충고다. 요크교육청의 존 맥클라클란(John Maclachlan)씨는 “한국학생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영작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수학도 약간 변형하면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토론토 노스뷰하이츠중고등학교의 가디안 오피서인 브라이언 홀(Brian Hall)씨는 “전체학생 1천4백여명 가운데 9%정도가 한국학생으로 한국에서도 못하던 학생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영어에 숙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가능한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오는 것이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