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디안 드림’. 아메리칸 드림을 쫓았던 물결이 이제 캐나다로 향하고 있다. 전혀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넘실대는 이민 물결이다. 아메리칸 드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경제적인 성공이 가장 큰 목표였던 것과 달리 ‘보다 나은 삶의 질’이라는 새로운 바다를 찾아 흐른다는 점이다.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숫자는 모두 9천2백95세대.(표 참조) 96년부터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민대상국이었던 미국 이민자의 숫자를 지난 2년간 연거푸 앞지르기도 했다. 이민자 증가로 캐나다 전체 이민자의 수도 증가했다. 적게는 11만여명(주캐나다한국대사관 관계자) 많게는 15만여명(주토론토 총영사관 유지은영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보다 나은 삶의 질’ 찾아 캐나다이민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주캐나다 한국대사관 영사과의 한 관계자는 “교민들이 캐나다에서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숫자 파악이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이민자의 숫자가 다르지만 일치하는 사실은 앞으로도 이민자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캐나다 정부가 전체 인구의 1%선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인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데다 보다 향상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계속 캐나다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주토론토 총영사관측에서는 1∼2년내에 이민자가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이처럼 캐나다를 향하는 이민 발길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이민전문가들은 유엔의 자료 등을 들며 캐나다의 뛰어난 생활환경을 꼽는다.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라는 두루뭉수리한 이유만으로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쾌적한 환경,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 갖춰진 사회보장제도, 안정된 사회시스템, 뛰어난 교육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교육이민이 급증하는 것도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신세계이주공사 박필서 대표의 말이다.이민을 떠나는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것은 이민유형의 변화와 주된 이민자층의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75년 캐나다에 이민와 지금까지 교민사회를 지켜봤다는 토론토 홈라이프 시멀먼 부동산중개의 원종성(52) 사장은 “70년대 연고초청 이민과 3국을 통한 취업이민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는 20대가, 80년대 투자이민이 붐을 이루던 시기에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40~50대가 주로 이민을 왔지만 90년대 들어 독립(기술)이민자들의 숫자가 급속히 늘면서 최근까지 30~40대가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캐나다이민이 늘어나는 데 따라 한인사회의 양적인 볼륨이 확대되면서 먼저 터전을 닦은 이민 1세대나 1.5세대들이 이민자들을 보는 시각도 각별하다. 대부분 기대를 담은 눈길이다. 지난 85년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온 이민 1.5세대로 토론토의 자동차딜러숍인 로이포스(royfoss)에서 자동차딜러로 근무하는 강병욱씨(35)는 “요즘 이민자들은 예전 이민자들과 비교해 경제력이 떨어지지만 젊고 적극적인 데다 능력이 있어 현지 교민들도 도와주려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교민사회에 크고 작은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이민자가 늘면서 이제는 뭉쳐야 된다는 강한 심리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한국 이민자들의 확대를 발판으로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 교민들이 힘을 모으고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나 연방·주정부를 상대로 한 채널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분위기도 교민들 사이에서 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캐나디안을 상대로 7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이춘식씨(49)는 “이제는 캐나디안 주류를 겨냥한 비즈니스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와 도전하려는 용기가 필수적이며 해당 비즈니스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민자가 늘고 볼륨이 확대되면서 한인사회에 다소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역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부산에서 공직에 있다 이민을 왔다는 박모씨(42)는 “이민 오면 캐나디안과 생활할 줄 알았는데 평상시에는 한국인과 생활하고 문제가 생기면 캐나디안과 부딪힌다”며 “이민자 정착서비스나 교육 훈련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데도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