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 강렬한 태양 맛있는 음식…. 하지만 휴가지에서 맛볼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은 꿈보다 더 달콤한 무료함.그렇게 텅 빈 시간 속에서 혼자가 됐을 때만 보이는 것, 들리는 소리가 있다. 평소 일 년이 다 가도록 책 한 권 읽지 못한 데는 다른 핑계가 여럿 있을 수 있겠지만 혹시 안 보이고 안 들렸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평소에도 죽어라고 읽지 않는데 새삼 휴가지에서 책이냐고 반문할 일이 아니다. 흥미 없던 얘기에 귀가 솔깃할 수도 있고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 이렇게 지내는 3일에서 3년을 버틸 힘을 얻는다고 여행가들은 말하지 않던가.평설 열국지·동주 열국지격변기 동양사 ‘흥미진진’?평설 열국지(전13권)/유재주 지음/김영사각권 340쪽 내외/ 7천5백원?동주 열국지(전12권)/김구용 옮김/솔/각권 340쪽 내외 /7천8백원최근 각기 다른 개성의 <열국지 designtimesp=21180>가 한꺼번에 출간됐다. <삼국지 designtimesp=21181>가 위진남북조시대를 소설적 재미를 살려 재구성했다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열국지 designtimesp=21182>는 춘추전국시대(B.C 770∼221년)를 기술한 문헌들을 집대성한 역사서에 가깝다.솔 출판사의 김구용판 <열국지 designtimesp=21185>는 명나라 풍몽룡의 원본을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완역했다. 80년대 처음 나온 것의 증보판이다.원로 시인인 저자는 서구 문학을 이해하려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 동양 문학을 알고 싶으면 열국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증보판에서 주목할 점은 전문가들의 해설이 붙은 부록이다. 춘추전국시대 격변기의 제도 문물 생활상 제후들의 관계와 연보 등을 담은 방대한 부록이 매권 덧붙여져 있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열국지.의 삽화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김영사의 유재주판 <열국지 designtimesp=21191>는 현대적 감각으로 대중의 취향을 좀 더 배려했다. 작가 자신이 80년대 출간된 김구용판을 통해 처음 <열국지 designtimesp=21192>를 접했다고 하니 시대적으로도 뒤에 서 있고 독자도 한글 세대로 설정한 듯 하다.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삽화들에 치여 독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편마다 주인공을 설정해두고 상상력을 얹어 흐름이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천재들의 실패LTCM펀드 성장·몰락 박진감로저 로웬슈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동방미디어 360쪽/1만2천원흥미 진진한 사건 리포트, 소설 못잖은 박진감이 있는 책이다. 최근 미국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극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그 파급 효과도 엄청났던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성장과 몰락의 드라마를 재구성했다.LTCM은 천재들이 모여서 만든 펀드다.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기록적 수익을 냈던 월스트리트 최고의 트레이더 메리웨더를 중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두 명, 게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이사장 출신 그린스펀에 이어 2인자라 불리던 데이비드 뮬린스까지 가세했다.직원 30명, 외부 투자자금 12억5천만달러로 94년 출범해 불과 2년만에 총자산 1천4백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 펀드로 성장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이 국제 금융시장의 무법자는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를 따라가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덤을 얻을 수 있다. 우선자본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 지식들이 저절로 습득된다. 저자가 금융분야에 깊은 이해를 갖고 이것이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를 거쳐 현재 경제 전문칼럼니스트로 뉴욕 타임즈 등에 기고하고 있다.손님숨가쁘게 읽히는 한국전쟁 참상황석영 지음/ 창작과 비평/ 262쪽/7천5백원확실히 황석영은 큰 작가다. 그의 책을 접하는 건 서늘한 경험이 될 터이다. 고만고만한 가벼운 글들이 넘치고 있는 와중에 단연 격이 다른 작품들도 존재하고 있음을 묵직하게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한국전쟁 발발 직후 황해도 신천군에서 일어났던 악몽같은 살육을 그렸다. 작가의 방북 및 미국 망명 시절의 경험이 얼개가 되어 소설로 엮였다.<손님 designtimesp=21225>은 50년 신천에서 일어난 45일을 몽환적으로 그려내고는 떠나보내는 한 판의 해원굿이다. 황석영은 박수무당을 자처했다. 작가는 이렇게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닌 생생한 현재로 되살려낸다.주제가 너무 심각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황석영은 깊이나 무게감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논의되는 인물이 아니라 깎은 듯 건조한 듯 그러나 화려한 문장과 전개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작가니까 말이다. 오래된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돌고래와 함께 수영을존경받는 경영인상 쉽게 풀어내코니 글레이저 외 지음/정지인 옮김/시아출판사384쪽/1만원스물아홉살의 나이로 한 중소기업의 인사부장이 된 샤론. 그녀의 목표는 서른다섯 즈음에 부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당시 여성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부사장 대우였고 샤론은 부사장이 돼 여성으로써 회사에서 전례가 없는 성취를 이뤄내 보이고 싶었다. 실제로 서른일곱이 됐을 때 그녀는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하지만 돌아보니 모든 게 실패 투성이였다. 콧대 센 태도 때문에 동료나 부하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했고 가정은 엉망진창이었다. 불행히도 회사에서 무언가를 이뤄보고자 했던 여성들에게 이건 흔한 얘기다. 그들은 끊임없이 남성적인 스타일을 강요당했다.하지만 이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남성적 경영 관리 방식을 ‘상어’라 부르고 이제 ‘돌고래’의 성향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물론 돌고래는 편의상 여성적 경영 관리 방식을 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정확히는 남성과 여성의 스타일에서 좋은 점을 추출했다고 자자들은 말한다. 그러므로 현재 경영 관리자 위치에 있는 여성, 앞으로 경영자가 되고 싶은 여성뿐 아니라 달라진 기업 환경에서도 ‘청운의 뜻’을 펼치고 싶은 남성 역시 귀기울여 봐야 할 얘기일 것이다.“알고 떠나면 재미 듬뿍” 여행서적 출판 러시어디로 갈까.여름 휴가를 앞두고 목적지나 휴가형태 조차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여행관련 책들도 도움이 될 듯 싶다.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 여행서적 코너엔 수십권의 여행서적들이 여행객들을 손짓한다. 그 중 올 들어 출간된 책만도 10여종에 이른다.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여행작가 유연태씨의 <아주 특별한 여행 designtimesp=21256>. 경향신문 국민일보 여행담당 기자를 거쳐 현재 향토문화 답사회 대표를 맡는 등 20년 가까이 한국의 산야를 누벼온 작가가 가족나들이에 중점을 둔 여행안내서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로 나눠 작가가 찾아낸 색다른 여행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봄 편엔 매화꽃 명소 산수유꽃 명소 등을, 휴가객의 최대 관심사가 될 여름편엔 등대가 기다리는 섬마을 여행, 청정심이 흐르는 오지 강마을 여행, 물소리 새소리 그윽한 계곡 여행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한다. 지도와 함께 교통편 민박집을 자세히 소개, 실용안내서로서의 가치를 높였다.(성하출판, 1만원)6월초에 선보인 <잊을 수 없는 풍경속으로 designtimesp=21259>는 일종의 문화체험 가이드북. 정희일 이한구 김산환씨 등 3명의 저자가 숲과 생태 축제 건축과 성 전통 민속 절집 건강 역사와 길 등 8가지 주제로 46곳의 여행지를 소개한 책이다. 이를 테면 숲과 생태에선 담양의 대숲 안면도 소나무 숲 등이 역사와 길에선 단종유배 길 등 역사에 얽힌 길의 과거를 들려주는 식이다. (성하출판, 1만원)5월에 출간된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의 <다섯 가지 지독한 여행이야기 designtimesp=21262>는 마음의 상태를 여행지와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몽환적인 즐거움을 찾아가는 ‘환,’ 여행 시간과 공간을 즐기는 한가로운 여행 ‘유,’ 지독한 슬픔 또는 헛헛한 마음을 추스리기 위한 ‘애’, 고요속으로 침잠하기 위한 ‘정’,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인’ 등으로 나눠져 있다. 각 주제별로 38곳의 여행지를 싣고 있는데 단순한 여행정보라기 보다 주제에 따라 여행지에 얽힌 사연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조선일보사, 9천5백원).